Skip to Content

logo

닫기

모바일메뉴

logoSSANGYONG

Theme Lounge

Writer. 편집실 / Photo. 이도영

19.jpg

 

 

영화로 감상하는 우리들의 이별

 

다가오라 이별이여,

또 하나의 시작이여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모든 이별의 순간, 좋은 기억이든 아픈 기억이든, 오랜 기억들이 저녁노을처럼 우리의 영혼을 물들인다. 사랑하는 사람, 정들었던 고향, 아끼는 물건, 지난날의 꿈, 그리고 버려야 할 감정까지 사는 내내 수많은 이별을 겪어내야 하는 우리들. 하지만 이별이 오로지 아쉬움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위안을 남기는 것은 모든 이별에는 또 다른 시작이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서, 이별이 전하는 여러 메시지를 세 편의 영화를 통해 들여다보자.

 

16.jpg

우리는 마침내 모두 이별한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인생의 흐름을 짧게 설명한다면, 만남과 헤어짐, 이 두 단어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는 수많은 사연이 놓여 있겠지만, 이 사연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또 아픈지 이미 잘 알고 있다. 1998년 개봉한 토마스 얀 감독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그런 우리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뇌종양과 골수암 말기, 시한부 판결을 받았다는 공통점 외에는 성격도 외모도 전혀 다른 두 남자 마틴과 루디는 같은 병실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루디를 위해 바다로 가기로 한 그들은 하필 갱단 보스의 차량을 훔쳐 떠나게 되고, 갱단과 경찰의 추격을 동시에 받으며 유쾌하고도 쓸쓸한 여행을 이어간다. 여행 중간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이룬 후 마지막으로 바다를 향해가던 길, 결국 갱단 보스에게 붙잡히지만, 두 남자의 사정을 듣게 된 보스는 “천국에서 주제는 하나야. 그건 바로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야. 유일하게 남은 불은 촛불과도 같은 마음의 불꽃이지”

라는 명대사를 남기고서 그들을 보내준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바다에서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는 마틴과 루디. 세찬 바람이 부는 잿빛 바닷가 위로 밥 딜런의 노래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가 울려 퍼지고, 둘은 죽음 앞에 담담히 이별한다.

낯선 타인과의 만남, 유쾌하고 슬픈 에피소드들, 그리고 막다른 바다 앞에서의 죽음. 홀로 태어나 수많은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다양한 사연을 만들어가다 결국 절대적 순리 앞에 사라지게 될 우리의 인생이 보인다. 우리의 이별이 보인다. 이들의 이별이 담담할 수 있는 것은, 그 이별 앞에서 지난 추억들을 생생히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삶의 추억들이 마지막 ‘천국’이 되어주었을 것이고, 그렇게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담담하게 이별할 수 있었을 테다.

 

17.jpg

 

아픈 나와 이별하고 강한 나를 만나는 길

와일드(Wild)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인생에서 만남과 이별에 관한 거시적인 사유를 던져줬다면, 조금 더 현실적인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영화 2015년 개봉한 장 마크 발레 감

독의 <와일드>는 새로운 인생을 만나기 위한, 조금 더 도전적이고 희망적인 이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보낸 주인공 셰릴은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희망이던 엄마마저 암으로 떠나보내고 자신의 삶을 가학적으로 파괴해간다. 지난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4,285km에 이르는 극한의 트레킹 로드 PCT를 걷기로 결심한 그녀는 엄마가 자랑

스러워했던 딸로 되돌아가기 위해 발톱이 빠지고 강간의 위협이 도사리는 그 길을 끝까지 관통한다. 그리고 셰릴은 길 위에서 마주친 꼬마의 노래를 듣고, 원망에 휩싸였던 자신에게 작별을 고한다. 새로운 삶을 선택한다.

스토리 초반, 셰릴의 이별 대상은 죽은 엄마를 비롯해 이혼한 남편, 남겨둔 딸, 직장, 그리고 원망스럽던 신(god)까지 인생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고단한 여행길에서 진짜 이별해야 할 대상을 찾게 되었으니, 바로 지난날의 ‘자신’이다.

나를 무너뜨린 것은 나와 이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고통에 묶여 있던 자기 자신이라는 것. 즉 상처투성이 자아와 이별을 고하고 도전적이고 희망적인 자아를 만나게 된다는 게 요지다. 셰릴은 이별과 시작의 과정을 날것으로 보여주며, 우리의 현실에 큰 메시지를 던져준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그것이 증오든, 원망이든, 후회든, 모든 낡은 상처와 이별해야 할 순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이다.

 

18.jpg

 

이별의 씁쓸함과 시작의 달콤함

꽃피는 봄이 오면

 

삶 속의 무수한 사연이 이별로 귀결되곤 하지만, 이별의 뒷면에 아직 보지 못한 시작이 있음을 기대하고 그 시작을 열망한다면, 이별이 마냥 힘겹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은 이별의 쓸쓸함과 새로운 시작의 설렘, 그 양면의 울림을 동시에 잔잔히 느껴볼 수 있는 영화다.

트럼펫 연주자 현우는 불투명한 미래를 비관하며 연인과 이별한 후, 강원도 도계 중학교 관악부 임시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들어선 곳이지만, 올해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강제 해산해야만 하는 관악부를 위해 현우는 다시금 열정을 불태우기로 한다.

또한, 현우를 따뜻한 시선으로 돌봐주는 이웃들의 마음까지 더해지며, 얼어붙었던 현우의 마음은 조금씩 녹아내린다. 언제나 겨울일 것만 같던 그 마음에 여전히 사랑의 싹이 움트고, 꿈을 향한 소망이 일렁이고 있음을 깨달은 현우는 옛 연인, 그리고 자신의 꿈과 다시 손을 잡기로 한다. 얼핏 보면 잔잔한 로맨스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은 이별과 시작의 균형을 잘 표현해낸 힐링 무비다. 우리 삶 속에서 잠시 이별한 것들과 거리를 두고 천천히 소통해가며, 다시 이해하고 또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2018년 겨울, 우리는 지금 무엇과 이별하고 있으며, 또 어떤 시작을 꿈꾸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