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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박민근 _ 심리치료사·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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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마주하고

비워내고 다시 채우기,

온전한 삶을 위한 조건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듯 올 초에 계획했던 다짐들을 종이 위에 옮겨본다. 어떤 이들은 자신을 대견해 하겠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만족스럽지 못한 1년을 탓하며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거두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온전히 비우고, 덜어내고, 떠나보는 일을 선행할 때 보다 값진 내일을 계획할 수 있다. 문학을 통해 더욱 나은 오늘과 행복에 대해 조언하는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의 박민근 소장으로부터, 온전하고 평온한 삶을 향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들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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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지침,

상처와 고통을 마주하기

 

오스카 와일드는 뛰어난 문학가였지만, 본받을 만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늘 독한 술에 찌들어 지냈고 쾌락을 좇으며 살았다. 그리고 20세기가 시작하는 1900년, 마흔여섯 살 나이로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그의 작품 중에는 인간성을 깊이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여전히 사랑받는 아름다운 동화 <행복한 왕자 The Happy Prince>도 그중 하나다. 화려한 궁중에서 즐겁고 좋은 것만을 누리며 살던 왕자는 죽어 동상이 된다. 그리고 비로소 세상의 비참을 보게 된다. 동상이 된 왕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준 뒤, 그 일을 도운 제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아 있으며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을 때는 눈물이 무엇인지 몰랐단다. 슬픔이 침범할 수 없는 성에 갇힌 채 항상 살았기 때문이지. 낮에는 정원에서 친구들과 뛰놀고, 저녁에는 파티에서 춤을 추었지. 성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나는 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도통 알지 못했어. 그런 나를 사람들은 ‘행복한 왕자’라고 불렀단다. 난 그저 행복이란 기쁨이라 여겼지. 내가 죽고, 사람들은 나를 동상으로 만들어 여기에 높다랗게 세워 놓았어. 이곳에서 난 도시의 비루함과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지. 비록 내 심장은 납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그래서 이렇게 눈물을 멈출 수 없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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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왕자와 같은 화려한 삶은 아니나 우리 대부분은 행복을 좇으며 산다. 더 풍요롭고 즐거운 삶을 갈망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행복을 바라는 삶은 성공하기 어렵다.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실제 인생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할 따름이다. 또 자신은 행복을 좇는다고 하지만 실상 그것이 많은 것을 잃는 삶일 때도 많다. 여러모로 풍요로운 현대인은 동시에 많은 상실을 경험한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적어지는 일이나, 일을 좇다가 여가를 잃어버리는 것 같은 경우가 그렇다.

청년 시절, 상처에 허우적거리던 필자를 치유한 것은 좋은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책이었다. 특히 운명의 책 《비블리오테리피》(조셉 골드 지음)를 만나면서 삶의 전환점, 그리고 책으로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독서 치료의 소명을 발견했다. 내 경우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책은 세상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삶을 희망적으로 바꾸는 데 큰 힘을 발휘해왔다. ‘인생은 고통’이라는 스캇 펙의 말처럼 우리는 누구나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하며, 어떤 상처라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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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다치고 상한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요즘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하나는 사회에 만연한 ‘독서의 상실’이다. 사람들이 책을 멀리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인 동시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질 일이다. 모두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지면서 책은 우리에게서 더욱 멀어졌다. 물론 책 대신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것이 꼭 쾌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피치 못할 이유 때문에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도 많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책이 존재하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책의 존재 이유 하나는 치유의 힘이다. 책은 상한 마음을 치유한다. 몽테뉴는 “내가 우울한 생각의 공격을 받을 때 내 책에 달려가는 일처럼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책은 나를 빨아들이고 마음의 먹구름을 지워준다.”고 했다. 특별히 책 가운데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서가 있다. 삶이 생로병사에 거처하고, 근원적으로 불완전하고 불안한 것이기에, 또 모든 이에게 죽음의 문제가 들이닥칠 것이기에 인간의 정신은 부서지기 쉽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내 부서진 영혼을 어루만져줄 리 없다. 최근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부서진 영혼을 치유하는 방법에 매달렸다. 20세기 들어 발달한 심리치료나 정신의학도 그런 노력의 결과이다.

하지만 마음이 아플 때, 심리치료를 받거나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고 썩 내키는 일도 아니다. 물론 마음의 격랑을 견디기 힘든 경우라면 꼭 이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평소 우리가 자기 영혼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이 망가질 때까지 지혜로운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그런 일이 생기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평소 치유서를 접하고 그 가운데 치유의 힘을 쌓는 일을 멀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책을 통해 온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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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일상을 위한

아홉 가지 지침

 

철학자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는 진정한 현인으로 기억된다. 그는 100세까지 살았지만, 병약한 몸으로 태어나 평생 질병으로 고통받았다. 때문에 그는 질병과 치유에 대해 깊이 성찰했다. 그는 질병의 치료를 ‘온전성(Ganzheit)’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온전성은 완벽함이나 무결점과는 다르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성공 같은 것과는 더 거리가 멀다. 이는 평정심을 얻어 내적 균형을 이룬 상태를 의미한다. 어떤 면에서 인간은 상처 입고 치유를 모색하는 삶의 여정에 놓여있다. 인생은 상처와 치유의 체험을 통해 온전성에 다가서는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우리 삶은 온전해질까? 가장 믿을 만한 해결책은 심리학자 조지 베일런트가 제시했다. 1938년 시작되어 현재까지 8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이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며 늙기 위한 조건, 다시 말해 행복하고 온전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조지 베일런트가 말하는 온전한 삶을 위한 일곱 가지 조건은 ‘금연, 일찍 담배를 끊음’, ‘역경을 이겨내고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방어기제’, ‘적은 음주, 알코올중독이 없는 것’, ‘알맞은 체중’,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진한 우정.’ ‘지속적인 교육’ 그리고 ‘충분한 운동’이다. 필자는 최근 의학박사 박민수와의 공저 <공부호르몬>에서 뿌리가 탄탄한 평생 학습을 위해 평소 어떤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의 토대가 무엇인지 이야기한 바 있다. 다음에 제시하는 아홉 가지 사항은 우리 몸과 마음, 뇌가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진 특성을 고려하여 마련한 생활 속 지침이다.

어떤 사람은 어떻게 이런 걸 모두 지키며 살 수 있느냐고,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고 불평할 것이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삶과 철학자 가다머의 삶 중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할는지 모른다. 평소 자기 일과 인간관계에 힘쓰는 중에도 이 조건들을 늘 염두에 두고 실천하면 온전한 삶은 더 가까워질 것이다. 때로 행복한 왕자처럼 선행을 베풀면서 말이다.

 


아홉 가지 지침

 

1. 수면

7시간 이상 잘 자도록 노력한다.

2. 운동

일주일간 총 10시간 이상 운동한다. 자주 숨이 찬 운동을 행한다.

3. 음식

탄수화물 섭취를 반으로 줄이고, 소식을 실천하며, 야채 섭취량을 크게 늘린다.

4. 휴식

매일 1시간 이상 아무 일 하지 않고 쉰다. 스마트폰 금물.

5. 독서

매일 1시간 이상 즐겁게 책을 읽는다.

6. 쓰기

매일 30분 이상 자유롭게 글을 써본다.

7. 명상

하루 틈틈이 총 30분 이상 명상한다. 3차례에 걸쳐 10분 정도씩 하면 충분하다.

8. 인간관계

가장 편한 사람과 적어도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즐겁게 식사한다.

9. 여가생활

자신이 가장 즐기는 취미활동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즐겁게 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