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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Interview

Writer. 편집실 / Photo.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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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고독은 마음을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

 

향기로운 차를 한 잔 우린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켠다. 스마트폰의 전원을 끈다. 오늘은 누구도 만나지 않는 날이다.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들에 잠시 안녕을 고하는 시간.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나’에 집중해 본다. 좋아하는 것,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조용히 떠올리기 시작한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어린다. 마음에 패인 생채기에 새살이 돋고, 희망적인 미래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자발적 고독의 힘이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삶을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능동적 행위

 

‘초연결 시대’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뒤에는 SNS를 타고 인간관계의 경계조차 사라져 버렸다. 각종 메신저와 SNS 알람이 종일 울려대는 가운데 신경은 점점 예민해진다.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삶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게 되니, 비교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내 삶도 모두에게 공개된다고 생각하니, 자기검열이 자라난다.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너무 재미없게 사는 것처럼 보이면 어쩌지?’

여행 중에도 쉴 새 없이 SNS용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할 것만 같아, 마음이 쉬지 못한다. 이런 관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성공에 가까이 갈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전원을 끌 때마다 불안해진다. 내가 ‘단절’한 사이에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초조함을 어쩌면 좋을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를 만났다. ‘초연결 시대’ 속에서 세상 모두와 연결돼 있는 것 같지만 마음은 도리어 황폐해지는 현상에 대해 물었다.

“마음만 먹으면 SNS로 수백 명의 친구와 연결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런 양적관계 팽창에서 오히려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요. 생각해 보세요.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람들 중 늦은 밤 외로울 때 허물없이 통화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아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진정한 관계는 별로 없거든요. 이런 관계 속에서 피로를 느낀 이들이 ‘자발적 고독’을 택합니다. 특히나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고 개인들 사이의 거리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가정, 직장, 사회에서 고루 피로를 느껴요. 자발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혼자 지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요.”

그가 말하는 ‘고독’은 ‘고립’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발적 고독이란, 삶을 더 행복하고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능동적 행위다. 반면에 고립은 다른 사람에 의해 소외를 당하는 등 수동적 행위에 가깝다. 알맹이는 없고 피로감만 가중시키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자발적 고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SNS도 정리한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카톡, 거절하기 난감한 페이스북 친구 신청 등 각자의 사생활에 대한 배려나 예의 없이 수신되는 메시지를 거절하겠다는 선언이다. 시간적, 물질적 여유도 없으면서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억지로 가져온 만남도 끊어낸다. 이동귀 교수는 혼밥, 혼술, 혼여(혼자 여행) 등의 문화 확산도 자발적 고독에 대한 추구의 연장에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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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으면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자발적 고독을 선택해 보고 싶은데 어쩐지 눈치가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다. ‘고독’이라는 단어에서 부정적 뉘앙스를 느낀다는 것. 원래 고독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인다. 질병, 빈곤, 그리고 고독, 이 3가지가 인간의 괴로움으로 이야기된다. 노년에 어쩔 수 없이 맞이하는 외로움이나 대인기피 등을 자발적 고독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본인 의사와 별개로 스트레스를 주는 고독이다. 그러나 자발적 고독은 스스로가 선택한 삶의 태도라는 점에서 차별적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소통하며 공감을 받는 게 행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요. 그런데 과잉된 정보나 과잉된 관계가 들어오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감각이 들면 불행해져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고 끌려 다니는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 불안과 답답함을 느끼거든요. 자신의 안으로 스며들 시간을 찾게 되는 건 당연하죠.”

문득 그의 ‘자발적 고독 행위’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출근할 때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역에 내려서 연구실까지 걸어오는데요. 그동안에는 스마트폰도 안 보고 책도 안 읽어요. 군중 속에 혼자 있으면서 생각을 정리하죠. 바둑을 좋아해서 동네 기원에 종종 가는데, 그곳에는 저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교수가 아닌 그저 ‘바둑 좋아하는 사람’으로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제 이름이나 직업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해방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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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꿈을 꾸는 건설적 시간

 

양적 관계 팽창에 대한 피로에서 탈출해 질적 관계로의 전환을 꾀하는 자발적 고독. 그 효과는 여러 가지다. 혼자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아성찰의 시간이 된다. 고독의 긍정적 영향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앞으로 어떤 부분을 발전하고 싶은지, 긍정적인 삶의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평온을 되찾고 상처를 치유하며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괴로워한다면, 생각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에요. 후회되는 것, 내가 잘못했던 것 등 부정적 사고를 ‘반추사고’라 합니다. 반추사고를 떨쳐내지 못하고 괴로워진다면 고독을 피하게 되겠지요.”

자발적 고독의 긍정적 효과로는 ‘원만한 대인관계’도 있다. 언뜻 보기에는 혼자 고독을 즐기니까 혼자 구석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렇지 않다.

“혼자 자기중심을 가지고 집중력 있게 사고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을 잘 통제하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굉장히 생산지향적이죠. 그 상황에서는 타인을 만나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헤아릴 줄 아는 힘이 생기는 거죠. 남을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자발적 고독을 잘 이용하면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시간이 된다. 제대로 ‘고독’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는 하루에 적어도 10분 정도씩 명상을 하라고 권한다.

“명상은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아요. 심호흡과 복식호흡 등을 하면서 편안한 마음을 이끌어내면 됩니다. 불만이나 걱정 같은 게 끼어들어도 인위적으로 억제하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요.”

그는 명상에 집중하기 위해 ‘감사하기’를 권한다. 하루 중 누군가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혹은 나 스스로에게 감사한 부분 등을 떠올리며 “오늘 열심히 생활했어.”라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어도 좋다. 두번째는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나의 장점을 떠올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유도된 환상(Guided Imagery)’이다. 숲속을 산책하며 청량한 공기를 마시거나, 백사장을 걷기, 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비출 때 편안하게 앉아있는 모습 등을 상상하는 것.

자발적 고독은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겠다는 독립선언에 가깝지 않을까.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싸움이기도 하겠다. 이 교수는 자발적 고독에는 건설적인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외향적인 인간도 늘 사람 사이에 있으면 에너지 소모가 돼요.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당연히 돈과 시간의 비용도 들고요. 그런데 고독이 싫어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롯이 나와 내밀한 시간을 보내는 걸 두려워하는 거죠. 혼자 있으려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데, 늘 타인과 있으면 다수의 의견에 따라가면 되거든요. 그래서 자발적 고독을 위해서는 단호한 용기가 있어야 돼요. 자신을 향한 내밀한 시간을 가진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