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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Interview

Writer. 편집실 / Photo. 이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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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공부의

질()을 좌우한다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 한재우 작가

 

‘백문이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 이제 이 말을 조금 바꿔야겠다. 백 번 들어봐야 혼자 한 번 곱씹어보는 것만 못하다. 무수한 학원과 인터넷 강의가 서로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지금, ‘혼자’하는 공부가 ‘진짜’라고 외치는 서울대 출신이 나타났다. 직장생활 하면서 팟캐스트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를 방송하고, <혼자하는 공부의 정석>을 출간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재우 작가를 만났다. 전 세계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망라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해 학생과 학부모, 직장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반드시 발전한다

 

무엇이든 반복하면 잘 하게 된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꾸준히 언급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여러 가지 방법을 알면서도 안 하는 게 사람 습관이다. 한재우 작가는 이러한 이론과 현상의 괴리를 극복하려면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삶을 바꾸는 이치를 알려줍니다. 하지만 실천으로의 연결이 힘든 이유는 이 두 가지의 해당 영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치는 의식의 영역이어서 이성적인 생각에 접목되어 있는데, 실천은 무의식의 영역이거든요. 감정적으로 동해야 해요. 문제는, 감정엔 거짓이 없다는 거죠.”

하기 싫은 감정을 바꿀 수 없다면 끈기를 키워야 한다. 책상 앞에 정말 앉기 싫은 날이라도, 그래도 한 번 더 앉는 것. 그 한 번이 조금씩 쌓여 서서히 끈기가 자란다.

“대학 때 전공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게 싫으니까 도서관 가서 다른 책만 읽었어요. 법학과 출신인데 고시에도 실패했죠. 서른 넘어서는 좀 다르더라고요. 중·고등학교 때는 땡땡이를 치기도 하지만, 직장인들은 졸음을 참으면서도 일하잖아요. 다들 참는 실력이 자라니까 감정적으로도 괜찮아지는 거예요. 중요한 건, 누구든지 공부든 아니든 뭐든지 꾸준히 하면 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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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반복한 것은 흔히 말하는 공부만이 아니었다. 팟캐스트도, 블로그도 하다 보니 늘었다. 팟캐스트 같은 경우, 예약 설정으로 쉬어가며 업로드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다음 녹음에서 말이 안 나오더란다. 또, 짧게라도 계속해서 쓰는 습관이 어느새 블로그의 텍스트양을 늘렸다고.

하지만 ‘꾸준히’ 하는 습관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재우 작가는 그의 저서에서 공부를 잘하기 위한 여러 원칙 중 ‘운동’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래서인지 팟캐스트 피드백 중에도 ‘꾸준히 듣다 보니 안 하던 운동을 하게 됐다, 안 읽던 책을 읽게 됐다’는 내용이 많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보면 운동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예순이 넘어서 철인 3종 경기를 했고, 버락 오바마는 아무리 바빠도 매일 운동을 했다고 하죠. 저도 고등학교 때 공부가 잘 안 된다 싶으면 운동장 가서 스무 바퀴씩 뛰고 들어오면 잘 됐거든요. 또 대학에 가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의외로 다들 운동을 했더라고요. 나 빼고 다들 샌님일 줄 알았는데(웃음).”

 

 

공부는 원래

혼자 하는 것

 

요즘 학생들이 처한 환경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과외나 학원은 기본에, 인터넷 강의도 여럿 듣는다.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들이 갖춰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들의 독해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머리가 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텍스트를 안 보는 환경이 된 게 핵심이죠. 인터넷 강의, 웹 콘텐츠를 보는 건 좋은데 혼자 습득할 시간도 없고그럴 버릇을 들이기도 힘든 게 사실이니까요.”

한 작가는 동영상을 한 번 쓱 보고 넘어가는 건 뇌과학적 관점에서도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공부를 요리 과정에 비유해 보자. 도마 위에 방금 사 온 식재료, 즉 새로 받아들인 정보들을 올려놨다고 가정한다. 단기 기억되고 있는 이 정보, 텍스트를 손질하고 나서 여기에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 즉 장기 기억된 정보를 함께 버무려야 요리가 완성된다. 사고를 깊게 한다는 건 이렇게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을 버무려 나만의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동영상 매체의 특성상 정보가 계속 흘러가고, 새로 받아들여야 할 정보의 양 또한 많기에 다른 무엇을 끄집어낼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동영상 강의를 보더라도 중간중간 멈춰서 지금까지의 정보를 내 지식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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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는 사람들의 뇌 구조가 바뀌었다고 나와요. 종이 텍스트를 읽던 뇌의 능력이 웹·동영상을 보는 능력으로 바뀌어서, 흘러가는 정보를 멈추고 장기 기억에 있는 걸 끄집어내어 와서 이것들을 조합하는 능력 자체가 사라졌다는 거죠.”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자. 글로 먹고살지 않더라도, 기존의 텍스트를 파헤쳐서 재조합할 수 있는 사람은 흘러 다니는 정보를 일차원적으로 복사·붙여넣기 하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다. 정보를 받아들여 내 지식으로 승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부는 능동적인 노력을 수반해야만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온다.

 

 

집중의 진짜 의미

 

누군가 “집중해”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그 말을 들은 사람 중 누군가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그를 뚫어져라 쳐다볼 것이다. 그런데 집중하라는 말이 정말 그런 뜻일까?

“주어진 정보에서, 설명이 됐든 영화가 됐든 어떤 단서들이 나올 때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이게 뭐였지?’라고 생각해서 기존의 내 지식과 맞춰보고 찾아보는 게 집중이에요. 책을 읽을 때도 똑같아요. 그냥 쓱 읽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게 나왔을 때 거기서 멈춰서 맴돌면서 그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작업, 그게 집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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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학습진도를 나가는 데 집착한다. 당장의 수치적 결과에 조바심을 낸다. 그런데 진도와 성취는 분명 다르다. 한재우 작가가 말하는 공부법이란 스스로 공부의 주도권을 잡아 본인의 성취를 이루는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뻔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공부’의 범위를 확대해서 보면 좀 더 공감할 만하다.

그는 공부는 평생 지속되는 것이라 말한다. 당장 내일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정보를 습득하고 정리해도 공부다. 커피 한 잔을 팔려고 해도, 수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그의 저서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이 ‘매일 삶의 현장에서 먹고살기 위해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클래식이자 바이블’이 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학생이나 수험생만 공부하는 게 아니에요. 이전에 잠깐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커피를 어떻게 내리는지, 부가가치세가 뭔지, 전기 시설이 어떻고 인테리어 도면이 어떤지도 볼 줄 알아야 했어요. 모르면 가게 월세만 나가니까. 이런 것도 공부라는 걸 늦게 알았어요. 무슨 일을 하든 제대로 습득해야 결과도 제대로 나잖아요. 그래서 습관이, 집중이, 효율이 중요한 거죠. 일할 땐 일에 집중하고 잠잘 땐 자는 데 집중하는 거, 그게 공부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