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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강석기 _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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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사람을 만든다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48세인 1890년에 2천 5백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 <심리학의 원리>를 출간했다. 심리학의 고전으로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제임스는 심리학자답게 자신의 책을 읽는 요령을 알려준다.

“심리학을 처음 공부하는 초심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지침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책의 6, 7, 8, 10, 12, 13, 15, 17, 20, 21, 28장은 읽지 않을 것을 권한다. 대신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순서를 소개하겠다. 우선 4장을 읽고 난 뒤에 23, 24, 25, 26장으로 넘어간 다음, 다시 책의 처음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물의 필수적인

행동양식, 습관

 

제임스가 가장 먼저 읽어보라고 제안한 4장의 제목이 바로 ‘습관’이다. 128년 전 사람들에게도 습관은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나보다. 제임스는 ‘겉으로 볼 때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은 생명체가 습관 덩어리란 것이다’라는 문구로 4장을 시작하며 습관이 사람은 물론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행동양식임을 강조한다. 즉 생물은 어떤 행동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머리를 쓰지 않고도 그 행동을 어려움 없이 해나갈 수 있다. 만일 이런 습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는게 무척 힘들 것이다. 다음은 제임스의 말이다.

“어떤 습관도 형성되지 못하고 모든 것이 미결 상태에 있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일, 물을 마시는 일, 침상에서 일어나고 취침하는 일, 매일의 일과를 시작하는 일, 이런 모든 일상적인 일들이 그때마다 분명한 의지에 따르는 사고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사람만큼 불쌍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로 이사 가면 처음에는 길이 낯설어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을 찾는 데도 한참 걸리지만 나중에는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면서(물론 이래서는 안 되지만) 다닐 정도가 된다. 심지어 전날 술에 취해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그러나 습관이 생물의 적응전략으로 생존에 꼭 필요한 행동양식이라는 설명이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소위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들로 습관이 자동화된 행동이라는 설명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만큼 고치기 어렵다는 뜻이고 이는 자신의 경험과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뇌과학으로

 

<심리학의 원리>가 출간되고 100여 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서야 습관이 뇌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미국 MIT의 뇌과학자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어떤 행동이 반복되다가 습관이 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 뇌에는 ‘습관회로(Habit Circuit)’가 있어 어떤 행동을 반복하다 이 회로에 걸려들면 습관이 돼 좀처럼 벗어나기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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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행동을 처음 할 때는 전전두피질(PFC)과 두정엽(Parietal lobe)이 활동하지만 습관화될수록 선조체(녹색)로 활동이 몰린다. 습관에는 의식적인 뇌(전전두피질)가 거의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꽤 정교한 행동조차도 자기도 모르게 수행하게 된다.

출처_ frontiers in psychiatry

 

그렇다면 어떤 행동이 습관화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뇌의 활동패턴이 3단계에 걸쳐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새로운 행동을 배울 때는 전전두엽과 선조체, 중뇌가 활성화됐다. 낯선 경험이기 때문에 뇌가 의식적으로 학습하고 이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다음은 습관이 형성되는 단계로, 행동이 몇 번 반복되면 이제 전전두엽은 조용히 있고 선조체와 감각운동피질(전두엽과 두정엽 경계면에 있는), 중뇌의 연결망이 강화된다. 행동의 자동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끝으로 습관이 각인되는 단계에는 선조체의 활동을 변연계아래피질(Infralimbic Cortex, 전두엽 아래 존재)이 관리하게 된다. 이때도 중뇌가 활성화되는데, 중뇌에서는 도파민을 분비해 행동에 쾌감이 따르는 결과를 준다.

선조체는 뇌에서 가장 원시적인 부위인 기저핵의 일부다. 기저핵은 포유류뿐 아니라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뇌에도 존재한다. 기저핵이 손상된 동물은 특정 동작을 아무리 반복해도 습관화시키지 못하고 매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국 습관이란 어떤 일련의 행동이 하나의 묶음이 되면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 과정에서 의식적인 뇌(전전두피질)가 거의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꽤 정교한 행동조차도 자기도 모르게 수행하게 된다. 즉 습관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그렇다면 ‘습관회로’ 가 형성된 행동은 평생 따라다니는 것일까?

 

 

악습관은

다른 습관으로 대신해야

 

습관 형성 패턴을 연구한 결과 습관은 3단계 고리로 이뤄져 있음이 밝혀졌다. 즉 신호와 반복 행동, 보상이 그것이다. 제임스가 갈파했듯이 습관은 뇌가 행동과 관련된 정보처리를 절약하는 방법이고 따라서 뭔가 이익, 즉 보상이 있어야 어떤 반복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양말을 신는 것처럼 대부분의 보상은 뇌가 특정 행동에 신경(에너지)을 덜 쓰게 하는 수준이지만 몇몇 습관의 보상은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에 이를 얻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끊기 어려운 악습관은 하나같이 강렬한 기대감과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들이다. 대표적인 악습관인 흡연을 보자. 흡연은 니코틴이라는 약물이 뇌에 작용하므로 약물중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아무튼 담배를 끊으면 며칠 동안 금단현상에 시달려도 결국은 극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시 담배를 피우는 건 주변에서 흡연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호를 보는 순간 담배를 한 모금 빨았을 때의 쾌감을 맛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올라오면서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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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습관의 3단계 고리, 즉 습관회로에 다시 엮이지 않으려면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의 의지력을 꺾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술에 취하면 뇌의 통제센터인 전두엽의 활동이 떨어지면서 충동에 질 가능성이 커진다. 금연 결심을 잘 지켜오던 사람이 술자리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한편 이혼 위기나 해고 통보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때도 끊었던 악습관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의지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신호를 보면 악습관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보상에서라도 위로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찰스 두히그는 2012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습관의 힘>에서 쉽지는 않지만 습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습관의 메커니즘을 숙지해 효과적인 전략을 짜서 실천하다 보면 성공한다는 것이다. 두히그가 추천하는 효과적인 전략 가운데 하나가 악습관을 다른 반복 행동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금실이 좋았던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사랑하던 애인이 떠나 극도의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처방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신호와 보상이 여전한 상태에서 반복 행동(악습관)만 그만둔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반복 행동(나쁘지 않은 습관)을 찾아내 이를 실천하는 게 좋다. 

두히그는 “니코틴에 대한 열망을 느꼈을 때 담배를 대신할 새로운 행동을 찾아내지 못하면 담배를 끊기 어렵다”고 쓰고 있다. 즉 담배 생각이 날 때 참지만 말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기분전환을 하라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군것질 등 다른 악습관으로 대신하고 그 결과 살이 찐다(악습관일수록 보상이 크다는 게 인간의 비극이다!). 한편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거꾸로 ‘신호(계기)’를 부각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운동을 하기로 했다면 전날 밤 현관앞에 운동화를 갖다 놓는 식이다.

 

 

습관 앞에서

큰소리치면 안 되는 이유

 

사람에 따라 어떤 습관은 단호하게 끊기도 하지만 어떤 습관은 얼마 못 가 다시 시작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 악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의지력이 부족하다’며 내심 한심해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의지력 문제일 수도 있지만 최근 생명과학 연구결과를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과 러시아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는 걸로 유명하지만 알코올 중독자는 인구비를 감안해도 러시아가 훨씬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제력이 더 커서 그런 걸까?

술을 마시면 알코올(에탄올)이 효소의 작용으로 아세트알데히드를 거쳐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그런데 많은 동아시아인들은 두 번째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가 부실해 몸에 아세트알데히드가 오래 남아 과음한 다음 날 숙취로 고생한다. 즉 보상(술 취해 기분 좋은 상태)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두통, 메스꺼움 등)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한 번 혼이 나면 한동안 술을 멀리한다. 그런데 러시아 사람 대다수는 이 효소가 너무 잘 작동해 과음을 해도 다음날 멀쩡하다. 그 결과 기분 좋은 보상을 기대하며 반복 행동(음주)을 하게 되고 따라서 알코올 중독자가 되기도 더 쉬운 것이다. 인간의 게놈이 밝혀질수록 많은 행동에 유전자가 깊이 관여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전형에 따라 어떤 행동이 습관으로 발전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일단 형성된 습관을 쉽게 끊을 수도 있고 엄청난 노력으로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근 악습관을 끊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지행동요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모니터에서 술병이나 음주 장면을 봤을 때 손잡이를 앞으로 밀치는 행동요법을 반복해 습관화하면 재발 가능성이 낮아진다. 팔을 밀치는 건 거부의 행동으로, 예전에는 보상 신호로 작용하던 술병이나 음주 장면이 거부 신호로도 기능하면서 음주욕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이 행동요법을 받은 환자 가운데 한 명은 파티에서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연 순간 즐비한 맥주병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문을 힘차게 밀어 닫아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주변에서 악습관을 고치려고 악전고투하는 사람을 보면 ‘그래 봤자 작심삼일(作心三日)이겠지….’하며 나 몰라라 말고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나 역시도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운 아킬레스건은 있기 마련이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인간’이니까.

 


 

Book Info.

 

크레이빙 마인드

저자 저드슨 브루어 / 출판사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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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빠져들기 쉬운 중독 물질과 특정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현대심리학과 뇌과학을 통해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를 살펴, 망가진 습관을 회복하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충동과 욕망에 시달리는 삶에서 자기 조절과 몰입,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법을 습득할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