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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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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기술,

사람의 손길을 담은 자동차

 

감정 없이 차가운 기계와 가슴 따뜻한 사람의 만남. 자동차는 이처럼 서로 다른 존재가 하나 될 때 이동수단이라는 목적에 충실할 수 있다.

자동차와 사람은 서로의 영향을 받아 진화해 왔다. 사람은 자동차와 더불어 완벽한 안전을 꿈꾸게 되었고, 자동차는 사람의 손재주로 더욱 특별한 가치를 얻었다.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 시너지로 꽃피운 자동차와 사람의 이야기.

 

 

인간 배려에 초점 맞춘

자동차 진화사

 

19세기 말, 영국에 처음 등장한 증기기관 자동차를 보고 시민들은 경악했다. 최대 12t의 육중한 덩치에 섬뜩한 굉음을 내면서도 빨라야 고작 시속 6㎞로 움직이는 증기차는 말이 끄는 마차에 익숙한 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오죽하면 조수가 전방 55m 앞에서 붉은 깃발 또는 랜턴을 들고 증기차 접근을 알려야 한다는 ‘적기조례’를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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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년 미국 변호사 랄프 네이더가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후 사람의 안전을 위한 자동차 기능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이후 자동차는 진화를 거듭했다. 그런데 자동차 역사의 변곡점엔 늘 사람이 있었다. 안전성과 관련한 변화가 좋은 예다. 가령 1950년대 후반까지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사고 때 생명을 보호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체념했다. 엄청난 충돌 에너지에 비해 사람은 너무도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매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던 까닭으로 외부엔 사실을 철저히 감췄다. 그러나 1965년 미국 변호사 랄프 네이더가 <어떤 속도에서도 안전하지 않다(Unsafe at any speed)>라는 책을 쓰며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는 “GM이 운전자에게 위험한 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966년 미 의회는 머리 받침과 충격흡수 운전대, 시트벨트를 규정한 자동차 안전법을 제정했다. 이후 사람의 안전을 위한 자동차 기능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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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의 G4 렉스턴도 전방 충돌이 예상되면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스스로 제동을 거는 첨단 하이테크 기술을 적용했다

 

오늘날 자동차는 운전자의 실수를 감쌀 다양한 기술을 품었다. 쌍용자동차의 G4 렉스턴과 티볼리에도 이러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카메라 센서로 전방의 차량이나 보행자를 감지한다. 충돌이 예상되면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그래도 반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제동을 건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밟거나 사각지대에 물체가 있을 때도 위험을 알린다.

이제 운전할 수고마저 덜어낸 자동차가 나올 참이다.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다. 사람의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그러면 교통사고 부상자나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나아가 교통사고가 없으면 발생하지 않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노령 운전자 사고율을 줄이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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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자동차 실내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2020~2021년 자율주행 자동차를 팔겠다고 선언했다. 4년도 채 남지 않았다. 쌍용자동차도 현재 티볼리 에어 기반의 자율주행차를 테스트 중이다. 의미는 이름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 도로시설과 교통상황을 파악해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다. 사람이 운전대나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할 필요가 없다. 진정한 의미의 ‘자동차(自動車)’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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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스마트화, 전동화, 개인화엔 나날이 가속이 붙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중화되면 이동의 개념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운전에 전념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빅데이터를 쥔 IT와 쇼핑이나 볼거리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회사에게 큰 기회가 열리게 된다. 자동차 실내도 기존과 달라진다. 디스플레이를 대폭 키우고, 자율주행 모드에선 운전대와 페달을 숨기게 된다. 운전석도 뒤쪽으로 180° 돌릴 수 있다.

그런데 설령 완벽한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기 시작해도, 당분간 사람은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 자동차와 도로를 나눠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일부 주는 ‘자율주행 모드에서도 8초 이내에 수동 운전 가능한 환경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는 단서를 못 박았다. 어떤 가치보다 사람 목숨이 소중한 까닭이다.

 

 

사람 손길로

특별한 가치 더한 자동차

 

반대로 사람의 손길로 자동차의 가치를 높인 경우도 있다. 메르세데스-AMG가 대표적이다. 일부 차종만 빼고 엔진을 수작업으로 만든다. 숙련된 엔지니어가 한 기의 엔진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조립한다. 이후 엔진에 자신의 서명을 새긴 명판을 붙인다. 메르세데스-AMG의 브랜딩 및 마케팅 총괄 마리오 스피츠너는 이를 ‘엔진에 영혼을 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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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가 고도로 지능화되는 트렌드와 더불어 사람 손길로 특별한 가치를 더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장인 정신하면 일본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규슈의 토요타 미야타 공장 최종 검사 라인. 작업자가 차체 표면을 흰 장갑 낀 손으로 쓰다듬는다. 차체 패널 간 간격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0.1㎜와 0.2㎜까지는 각각 S와 B등급을 매겨 통과시키고, 100대 중 한 대 정도되는 C등급은 수정을 위해 생산라인으로 돌려보낸다.

시각과 촉각만으로 0.1㎜ 차이를 구분해내는 사람들. 이 공장의 자랑 ‘타쿠미()’가 집중 교육으로 길러낸 숙련공이다. 타쿠미는 손으로 물건 만드는 장인을 뜻하는 일본어로, 바느질 타쿠미, 승차감 테스트 타쿠미, 엔진 타쿠미 등 그 역할이 다양하며 체계적 훈련을 통해 소수만 육성한다. 미야타 공장 전 직원 7천 700명 중 타쿠미는 22명에 불과하다. 또한, 1991년 2월 미야타 공장 설립 이후 지금까지 타쿠미로 불렸던 이들도 40여 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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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AMG는 숙련된 기술자 한 사람이 한 기의 엔진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한다. 그리고 엔진에 자기 서명을 새긴 명판을 붙인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엔 ‘마이스터’가 있다. 렉서스 전직원을 통틀어 단 세 명뿐인데, 모두 경험 많은 테스트 드라이버 출신이다. 이들은 실제 운전할 때 ‘손맛’을 다듬는다. 또한, 언론 시승회에 참여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그들의 평가를 수집한다. 이들은 그룹 총수 토요타 아키오 사장에게 주요 사안을 직접 보고할 만큼 회사의 신임이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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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 기기로 거듭날 날이 머지않았다. 자동차가 똑똑해질수록 사람과의 관계는 한층 가까워진다

 

제조사가 품질을 위해 쉽고 편한 길 놔두고 사람 손 타는 수고를 자처하는 과정은 ‘스토리텔링’의 단골 소재다. 렉서스가 좋은 예다. 렉서스 LS의 운전대를 장식한 무늬목은 38일 동안 총 67단계의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 롤스로이스 차체 옆면의 기다란 띠는 사람이 직접 그린다. 한 대를 그리는 데 3시간이나 걸린다. 그는 이 기술을 5년에 걸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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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실내 디자인엔 인간공학과 사용자 편의성의 개념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최근 자동차 기술은 연결성과 자동화, 공유, 전동화의 4가지 테마중심으로 빠르게 농익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 그룹 CEO 마틴 빈터콘은 “2020년 우리 신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변신해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50년보다 앞으로 5년간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같은 진화를 통해 자동차와 사람이 더욱 가까워질 전망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