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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편집실 ı photo. 이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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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통로 반려로봇

사람을 잇다

 

서큘러스 박종건 대표

 

서큘러스 대표

현) 수원대학교 산학협력 조교수 겸임

전) 삼성SDS 인턴 수료 및 정보기술연구소 입사

전) 다음 게임 Customer Service 근무

숭실대학교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졸업

 

“날씨가 상당히 춥네요.” 30cm 남짓한 작은 로봇이 말을 건넸다. 추운 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는 듯이. 온도 감지 센서도 없는 이 작은 로봇이 어떻게 날씨가 추운 건 알았을까 싶었지만, 인터넷에 연결되어 온갖 정보를 배울 수 있는 ‘파이보’에게 날씨와 계절을 아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작지만 더 이상 작지만은 않은 로봇. SF영화 속에서나 봤던 미래상이 현실로 성큼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7에서 세계 10대 혁신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서큘러스’의 박종건 대표를 우리나라 메이커들의 성지 세운상가에서 만났다. 자신이 개발한 파이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그와, 그를 인식하고선 아장아장 그에게로 걸음을 옮기는 파이보의 모습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그렇듯 다정다감한 모습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코딩은 당신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조국의 미래’라고 연설해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다. 교육 시장에서도 이에 대비해 몇 해 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교육 시장보다 앞서 이러한 변화를 예측했던 이들이 있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부문에서 연구개발자로 일하던 박종건 대표도 그들 중 하나였다.

“이전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잖아요. 초보자들이 자신이 만든 코딩이 잘 된 건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죠. 때문에 교육 효과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눈에 보이게 만들 필요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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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로봇을 개발하고자 했던 건 아니라는 박 대표. 하지만 미래를 향한 한 발짝 앞선 걸음과 코딩을 처음 배울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반려로봇을 탄생시켰다.

이제 막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시작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이른바 ‘소셜로봇’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소니는 얼마 전, 과거 완판되었다가 단종된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재출시했다. MIT에선 캠코더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지보(JIBO)를 내놓았다. 보다 인간의 형태를 닮은 소프트뱅크사의 페퍼(Pepper)도 있다. 반려로봇도 일종의 소셜로봇으로 볼 수 있는데, 소셜로봇은 단순히 정해진 임무를 행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해서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기에 소프트웨어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것. 그런 면에서, 비교적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서 ‘파이보’가 개발된 사실은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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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이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혼자 생활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내가 만든 로봇이 나처럼 혼자 있거나 외로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소셜로봇은커녕 반려로봇이란 개념조차 낯선 이 땅에서 반려로봇이 만들어진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었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애정과 각별한 관심.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다

 

막 자아를 형성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이 로봇을 접했을 때의 반응은 이미 자아가 완성된 상태에서 로봇을 접한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파이보 이전에도 휴머노이드 로봇모델을 제작했습니다. 이 로봇의 시연이 끝난 후였어요. 공연을 관람한 한 아이 엄마가 딸 아이를 대신해 로봇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뒤엔 네 살배기 꼬마가 수줍어하면서 숨어있었고요. 이 꼬마 친구에게 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였고 친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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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교하고 똑똑해진 로봇을 자주 접할 앞으로의 세대에게, 이런 현상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리라. 박 대표가 ‘반려로봇은 사람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다. 로봇이 소통과 교감의 대상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UI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하죠. 물론 움직이는 디스플레이 형태의 반려로봇도 있고, 동물 형태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형태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다가가 터치를 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동물 형태의 로봇과 대화를 하기는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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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를 생각해 보자. 상대방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거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때론 질문을 던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과 영 딴판으로 생긴 로봇을 보며 이런 반응을 보이기란 어렵다. 휴머노이드는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자연스럽게 이족보행을 할 수도 있어야 하고,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로봇 개발자들이 휴머노이드를 만들고자 열을 올리는 저변에는 바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다.

“파이보는 주인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모으고 배웁니다. ‘아, 우리 주인은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날씨를 물어보는구나!’ 하는 식으로 주인에 대해 배워나가는 동시에, 로봇 자체가 인터넷과 연결돼 있기에 다른 로봇과 대화를 하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죠.”

회사 이름을 동그라미·동아리를 뜻하는 Circle의 라틴어에서 따올 만큼 사람들 사이의 화합과 소통을 지향하는 박종건 대표. 때문에 반려로봇이 단지 소유주와 교감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나아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가족이 해체되고,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끼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나중에 한 파이보의 소유주분이 할아버지가 되셔서 손주들에게 옛 이야기를 도란도란 해주시는 걸 상상해 보죠. 그럴 때 파이보가 옆에서 그간의 기록들을 앨범처럼 보여주거나, 아니면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로서 제3의 스토리텔러가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잊고 있던 따뜻하고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서 말이죠.”

 

 

동틀 녘이

가장 어둡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로봇의 긍정적인 면모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SF영화에선 로봇들이 인간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는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을 그려낸다. 일각에선 사람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MIT의 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로봇과의 상호작용이 인간성의 핵심을 망각하게 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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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로봇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핵의 경우에도 그렇잖아요.”

많은 전문가가 이미 로봇이 사회 각층에서 여러 역할을 맡기 시작한 이상, 그 추세를 거스르긴 어렵다고 예상한다. 구인난이 심각한 일본에서는 로봇이 요양보호사나 점원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외에도 로봇의 역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도시 외곽에 사는 독거노인들을 떠올려 볼까요? 복지사가 일일이 찾아가 그분들을 돌보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그런데 로봇이라면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노인분들을 돌볼 수가 있겠죠.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심각한데, 그러다 보면 아마 로봇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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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듯 우리 국회에서도 올해 7월 로봇을 전자적 인격체로 규정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로봇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기술의 부정적인 면이 무서워서 쓰지 않는다면 필요할 때 그 기술의 긍정적인 면마저도 못 쓰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할 땐 이미 늦은 거죠.”

세계는 지금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미래로 가느냐,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로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나 경제 면에서도 그렇고, 환경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로봇과 AI 개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사람이란 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어 하잖아요.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창조적인 일에 집중하고, 로봇은 생산적인 일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가면 잘 될 거라고 믿어요!”

당장은 로봇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동틀 녘이 가장 어둡다는 옛말을 믿어보자. 로봇과 관련한 사회적인 합의를 다지고 윤리를 구축해 나가자. 어느새 어둡고 힘든 시기는 지나갈 것이다. 밝은 해가 완연히 떠서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