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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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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과학의 접점,

모터 스포츠

 

과거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제조사가 이름을 알릴 기회였다. 주요 경주에서 우승하면 “내 차를 만들어 달라”는 부자들의 주문이 빗발쳤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열정만으로는 빨리 달릴 수 없다. 과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량생산이 일반화된 오늘날도, 모터스포츠는 해당 제조사의 기술을 과시하고 검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원초적 승부욕에서

싹 틔운 경쟁

 

둘만 모여도 우열을 겨루고 싶은게 사람의 본능이다. 모터스포츠도 이처럼 원초적인 승부욕에서 싹을 틔웠다. 시작은 자동차 역사의 여명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고속도가 오늘날 전동 킥보드보다 느리던 시절이었다. 증기기관을 얹은 이동수단은 1769년 프랑스의 퀴뇨가 발명했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자동차는 1886년 독일의 카를 벤츠가 처음 특허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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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선 ‘왕년의 경주차’가 참여하는 히스토릭 레이스를 종종 치른다. 예전 경주차 운전이 훨씬 더 어렵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레이스는 1894년 7월 22일, 프랑스에서 막을 올렸다. 파리에 둥지를 튼 신문사 <르 쁘띠 저널>이 주관했다. 이때 경주를 보면 오늘날과 여러모로 달랐다. 가령 1등은 증기차였다. 가솔린 엔진의 경주차 가운덴 2위로 골인한 푸조가 가장 빨랐다. 당시 푸조 경주차의 최고출력은 고작 3마력에 불과했다. 그래서 더욱 치열했다.

이후 프랑스 귀족들은 위원회를 결성했다. 보다 가혹한 조건에서 레이스를 치르기 위해서였다. 이 조직이 훗날 프랑스자동차클럽(ACF)으로 발전했고, 오늘날 F1(포뮬러 원)을 비롯한 굵직한 자동차 레이스를 관장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뿌리가 되었다.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주관단체인 서부자동차클럽(ACO) 역시 이 흐름의 한 분파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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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모터스포츠는 신흥 자동차 브랜드가 이름과 기술력을 알릴 기회였다. 우승하고 나면 부자들의 주문이 빗발쳤다. 이렇게 번 돈은 다시 모터스포츠에 투자한다

 

이들 단체를 살펴보면 여명기 모터스포츠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막강한 부와 영향력을 지닌 귀족 또는 부호들의 사교 단체다. 한편, 자동차 제조사에게 모터스포츠는 브랜드와 기술력을 알릴 절호의 기회였다. 우승으로 명성을 떨치면 부호들의 주문이 빗발쳤다. 이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며 일부 제조사는 기술력과 부를 빠르게 쌓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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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 세월이 흐르는 사이, 영국 벤틀리 경주차의 모습은 이처럼 극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같다. 당대 최고의 기술을 집약한 과학의 결정체다

 

이즈음의 기술 진화는 눈부셨다. 예컨대 1894년 레이스의 평균 속도는 시속 24㎞ 안팎. 그러나 1900년 시속 60㎞를 넘어섰다. 1903년엔 시속 100㎞의 벽마저 깼다. 10년 사이 최고속도가 5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의욕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엄두도 못 낼 도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술이 농익었다.

 

 

엄격한 규칙 지켜야 하는

스포츠로 진화

 

모터스포츠는 무조건 빠르게 달리는 이벤트가 아니지만 한때 그랬던 시절도 있었다. 1920~30년대 유럽에선 모터스포츠가 국가 간 대항전 성격을 띠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이탈리아와 독일의 대결이 핵심이었다. 속도를 향한 광기로 얼룩진 경주에선 사고가 빗발쳤다. 많은 드라이버와 관중의 희생이 뒤따랐다. 이후 모터스포츠는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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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현장의 포르쉐 피트 모습.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일요일까지 24시간 동안 밤을 꼬박 새워 달린다

 

서킷엔 중앙선과 신호등, 횡단보도가 없다. 때문에 마음 내키는 대로 달려도 좋은 무법천지로 착각하기 쉽다. 그런데 천만의 말씀이다. 모터스포츠는 서로 정한 약속을 엄격히 지키는 가운데 승부를 겨룬다. 서킷은 경주차 제원부터 개조범위, 운영방식, 검사를 아우른 각종 규정으로 빠듯이 옥죈 감옥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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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기간엔 상설 서킷뿐 아니라 주변 국도까지 경기장으로 쓴다. 가로등하나 없는 국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조명이 필수였다. 헤드라이트의 진화를 앞당긴 계기였다

 

따라서 각 팀은 상대방을 앞설 기회를 찾기 위해 기를 쓰고 규정의 빈틈을 찾는다. 하지만 국제자동차연맹이 팔짱 끼고 있을 리 없다. 해마다 경주 별로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규정집을 개정한다. 지난해 미처 챙기지 못한 빈틈을 봉쇄하고, 특정 팀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다. 이처럼 운영 주체와 참가팀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속에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기술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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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스포츠는 대중을 열광시킨다. 그러나 이 판은 부와 명예를 거머쥔 소수가 운영한다. 오늘날 전 세계 모터스포츠를 쥐락펴락하는 단체는 대부분 프랑스 소속이다. 모터스포츠의 발원지답다

 

가령 코너를 보다 빨리 감아 돌기 위한 노력은 공기역학 설계를 낳았다. 자동차 경주 가운데 평균 속도가 가장 빠른 F1 머신이 좋은 예다. 고속에서 공기의 흐름이 차체를 짓누르는 무게(다운포스)가 수백㎏에 달한다. 차체 곳곳에 심은 날개 덕분이다. 한때 이 힘을 높이기 위해 진공청소기처럼 차체 밑바닥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묘안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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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엔 다양한 종류의 모터스포츠가 있다. 보통 F1과 WRC,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를 빅3로 꼽는다. 그밖에 지역색이 강한 레이스도 많다. 사진 속 레이스는 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DTM)이다

 

터보차저는 빠듯한 배기량 규제를 지키면서 힘을 키우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엔진이 연료를 태우고 난 뒤 내뱉는 배기가스의 힘을 이용해 들이마실 공기를 압축하는 기술을 말한다. 단단하면서 가벼운 소재 또한 모터스포츠에서 먼저 등장했다. 무게를 줄일수록 성능을 높이는 효과를 내는 까닭이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나 세라믹 브레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경주에서 검증한 기술

양산 차로 스며들어

 

흔히 세계 3대 모터스포츠로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F1과 세계랠리 선수권대회(WRC), 프랑스 파리 인근 소도시에서 치르는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를 손꼽는다. 지역색이 강한 레이스도 여럿 있다. 미국의 인디500과 나스카, 포뮬러 드리프트,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스(DTM), 유러피언 투어링카 챔피언십(ETCC), 일본의 슈퍼 GT 등이 대표적이다.

경주마다 운영방식은 제각각이다. 가령 F1은 서킷을 반복적으로 돌아 305㎞를 가장 먼저 달리는 차가 우승한다.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는 24시간 동안 서킷을 돌아 가장 먼 거리를 달리는 차가 우승컵을 거머쥔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분모가 있다. 규정을 지키되 남보다 빨라야 한다. 예외도 있다. 포뮬러 드리프트는 움직임의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다.

한편, 가혹한 모터스포츠에서 분초를 다투며 깐깐하게 검증한 기술은 양산 차로 스며든다. 대개 속도를 연상하지만 연비도 포함한다. 연료 보충할 시간도 아껴야 하는 까닭이다. 부품의 마찰저항을 줄일 코팅, 흡배기의 원활한 흐름을 이끌 밸브 구성, 힘을 낭비 없이 전할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통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도 알고 보면 모터스포츠에서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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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사도 경주에 참가한다.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이다. 1994년 ‘코란도 훼미리’로 프랑스 파리에서 아프리카 다카르까지 달리는 랠리에 처음 참가해 한국 다카르 랠리 역사상 최초로 공식 완주한 것은 물론, 종합 8위 입상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듬해엔 무쏘를 앞세워 출전했다. 당시 247대가 출전했는데 이중 90대만 완주에 성공했다. 무쏘 두 대는 각각 종합 8위, 34위를 기록함으로써 2년 연속 완주 및 상위 입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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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다카르 랠리는 아르헨티나로 무대를 옮겼다. 남미에서 치른 첫 다카르 랠리에서 쌍용자동차는 카이런으로 84위를 기록했다. 당시 장애인 드라이버가 출전하여 다카르 랠리 역사상 첫 완주를 기록하며 역대급 휴먼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G4 렉스턴으로 동아시아에서 서유럽까지 10개국 23개 도시, 약 1만 3천km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완주했다. 쌍용자동차의 모터스포츠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스페인 오프로드 랠리에선 티볼리, 벨기에 랠리크로스 챔피언십에선 코란도 스포츠가 맹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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