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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편집실 ı photo. 이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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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접목한 훈련으로

올림픽 메달을 겨냥하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루지 종목 담당 황승현 박사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실 연구위원

Michigan State University 강사

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NCAA)

스포츠과학연구소 연구원

연구분야

스포츠(코칭)심리학

스포츠 효능감, 리더십 이론

바이오피드백 훈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빛낼 성화가 드디어 불을 밝히며 긴 여정을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데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했기에 메달을 향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고 있는 상황. 그중에서도 총 4개의 메달이 걸린 루지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새롭게 메달 획득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메달의 색깔을 결정짓는 찰나의 시간을 앞서나가기 위해 한국 루지 대표팀 선수들은 마지막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못지않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또 있다. 기량향상의 숨겨진 일등공신,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지원팀이다. 오늘날의 스포츠에는 최첨단 과학 기술이 숨겨져 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루지 전담팀 연구위원 황승현 박사를 만나 루지 대표팀 훈련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과학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심리, 체력, 기술 지원으로

밀착 체크

 

같은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에 비해 대중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루지. 루지는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같은 트랙을 이용하지만 그 중 가장 빠르게 트랙을 질주하는 종목이다. 기록이 시속 120km에서 빠를 때는 160km까지 나오기도 한다. 썰매 종목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만큼 100분의 1초, 심지어 1,000분의 1초를 단축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지난 오스트리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본선 1위와 16위의 기록 차이가 0.719초에 불과했을 정도. 썰매가 가볍고 무게중심이 높아서 전복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제일 위험한 경기로 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썰매를 다루는 감각적인 스킬이다. 빠르게 달리는 썰매에 누워서 탑승한 채로 조종해야하기 때문에 감각을 섬세하게 키우고 잘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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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갖추어진 환경에서 어렸을 때부터 감각을 예민하게 훈련하는 외국선수들을 따라잡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습니다.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에 비해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력이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죠.”

훈련에 어려움이 많은 루지 대표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기 위해 한국스포츠개발원이 나섰다. 이전에도 종목마다 담당 코디네이터가 있긴 했지만 주로 하계 종목 위주로 지원이 이루어졌기에 아쉬움이 컸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동·하계밀착지원팀’으로 이분화되어 운영되던 지원팀이 ‘현장밀착형 스포츠과학지원팀’으로 통합, 새롭게 태어났다. 덕분에 루지 종목도 약 2년 전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동계 종목에서 큰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했던 루지 대표팀으로서는 전담팀이 특히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 수 없다.

총 3명으로 구성된 루지 전담팀은 각각 심리, 체력, 영상·기술 지원으로 나뉜다. 황승현 박사는 루지 종목의 전담 코디네이터이자 심리파트를 맡고 있다.

“선수들이 훈련 중이나 경기 도중 느낄 법한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상담해주고, 보다 과학적인 지원을 위해 바이오피드백 장비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경기 전후 선수들의 뇌파, 근전도, 심전도 등의 데이터를 획득하여 분석해요.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 후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루지가 심리적 부담감에 따라 결과가 크게 좌우되는 종목이기에 이러한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영상·기술파트에서는 훈련 및 시합 상황에서 선수들의 동작을 꼼꼼히 분석하며, 상대팀 분석을 통해 대처 방안을 찾는다. 체력파트는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체력 프로그램과 체력측정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기울기와 흔들림까지 재현하는

가상현실 트랙

 

루지와 같은 썰매 종목은 다른 종목에 비해 특히 훈련 환경이 제약적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동계스포츠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어서 이전에는 트랙을 보유한 국가에 직접 방문해야만 했다. 변변한 훈련장소가 갖추어지지 않아 눈감고 상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거나 아스팔트에서 썰매에 바퀴를 단 채 주행감각을 익혀야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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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굳이 트랙에 나가지 않더라도 꾸준히 주행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특히 트랙을 얼리기 힘든 하계 시즌에는 감각 유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했죠.”

스포츠과학지원팀의 노력 끝에 시뮬레이터가 개발되면서 우리 선수들은 이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가상현실 속의 평창 트랙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선수들이 시뮬레이터에 탑승하고 VR기계를 장착하면 눈앞에 평창 트랙이 3차원 영상으로 나타난다. 실전처럼 발과 손을 이용해 조종할 수 있고 움직이는 썰매 위에서 얼음표면과의 마찰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마치 실제로 주행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 선수들의 평. 시뮬레이터는 트랙 위에서의 흔들림이나 기울기까지 고스란히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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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평창 트랙을 타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모든 그래픽 작업은 평창 슬라이딩 센터 도면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썰매 밑에 부착된 IoT분석기가 주행 중 속도와 가속도, 움직임, 중력 정보 등을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했다. 선수들의 헬멧에 부착한 카메라는 주행 영상을 선수시점에서 360도로 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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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얻은 데이터들은 동시에 서버에 저장되고, 지도자들의 태블릿 PC로도 실시간 전송되어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도 있다. 실제로 주행했던 정보를 토대로 시뮬레이터를 제작한 덕분에 선수들은 자신의 주행 경험을 다시 반복할 수 있고, 자신이 각 구간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 감각을 되살릴 수 있어 유용하다. 이와 같은 시뮬레이터 훈련은 실전 감각 유지와 이미지 트레이닝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메달까지 1초,

찰나를 위한 노력

 

루지 경기에서는 스타트 순간이 꽃이다. 선수팀은 스타트 구간 기록 단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트 장면 분석을 위해 현장에 4~5대의 초고속 카메라를 설치합니다.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의 위치도 매우 까다롭게 선정해요. 4~5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두 시간 가량 소요될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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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한국스포츠개발원의 편집 과정을 거친다. 선수들의 팔의 각도와 팔 뻗는 길이, 그에 따른 썰매의 움직임을 두고 정밀한 분석이 이루어진다. 지도자와 선수들은 이 자료를 토대로 어떻게 하면 힘을 더 효율적으로 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스타트 자세를 교정한다.

“저희들은 이론과 과학을 토대로 한 분석을 대표팀에 전달합니다. 그럼 대표팀은 이 과학적 데이터를 실제 현장에서 자신의 움직임에 적용하는 거죠.”

기록 단축을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트랙에는 기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구간이 있다. 이 구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판가름 난다. 특히 코너를 돌 때 여러번 부딪히게 되면 속도가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에 곡선 구간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개발한 것이 바로 ‘루지 곡선구간 영상획득 장치.’ 주요 곡선 구간마다 루지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구간에서 썰매가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기록한다. 이 기록은 시스템으로 전송되어 각 곡선 구간에서 썰매가 지나간 경로를 표시해준다. 선수들은 각각의 주행과정에 자신이 어떤 경로로 곡선 구간을 통과했는지 비교할 뿐만 아니라 서로의 경로를 비교하며 곡선 구간에서 최적의 경로를 찾는다. 한국 루지팀의 경기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단축해야하는 기록은 앞으로 채 1초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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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팀을 위해 개발한 모든 장비들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스포츠 과학 기술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어요. 외국 기술에 비교해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 기술적 지원과 선수들의 꾸준한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면, 평창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매일 100분의 1초, 1,000분의 1초를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며 꾸준히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선수들과 루지 전담팀. 이들이 축적한 가능성이 메달이라는 성과로 드러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