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logo

닫기

모바일메뉴

logoSSANGYONG

Special Theme 2

writer. 편집실 ı photo. 유창렬

12.jpg

 

컬러는
삶이다

 

한국케엠케색채연구소 김민경 소장

 

한국케엠케색채연구소 소장
국내 1호 컬러리스트
한국CPI협회(KSCPI) 회장
(프)미쉘뒤마 서울 메이크업 대표
(프)마르즈 베르레르 퍼스널컬러 한국 대표
2017 AIC Congress 조직위원회 의원
2017 한국색채대상 심사위원장

 

그의 사무실은 심플했다. 채광에 따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따듯한 조명과 화이트와 아이보리 중간쯤의 부드러운 분위기. 직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는 한국케엠케색채연구소 김민경 소장의 배려가 드러나는 곳이었다. 인테리어 할 때 컬러를 어떻게 고르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며 편안한 컬러를 소통의 충분조건으로 생각하는 김민경 소장. 적재적소에 사용된 색깔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1.jpg

 

국내 1호 컬러리스트,
산업 현장을 누비다

 

“컬러리스트라고 하면 대개 개인 이미지 메이킹에 사용되는 퍼스널 컬러를 진단해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퍼스널 컬러가 유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산업 현장에서 필요했던 분야예요. 제품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인 컬러를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이죠.”
그의 히트 컬러는 ‘레드와인’이었다. 2008년 LG전자의 ‘엑스캔버스 샴페인 홈시어터’ 생산에 컬러리스트로 참여하면서 20대~40대를 겨냥하여 만든 새로운 컬러다. 블랙과 퍼플 그리고 레드를 배색해 만든 이 컬러는 빛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를 당시 홈시어터 라인에 적용해 우아함과 독창성을 드러냈다. 컬러가 제품의 매력을 한껏 올려준 사례다.
“단순히 어울리는 색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에요. 컬러리스트라면 최신 트렌드에 맞는 색상을 분석하고,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 소재에 맞는 컬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해요. 제품에 딱 맞는 색을 입히는 순간, 상업적 가치가 훅 올라가는 거죠. 제품에 입힌 컬러가 정확하게 표현될 때까지 컬러리스트가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해요.”
일반인이 보는 색감과 컬러리스트가 보는 색감에는 차이가 있다. 미묘하게 조정된 채도나 명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컬러리스트의 능력. 노랑도 빨강도 파랑도 결코 하나가 아니다. 마젠타, 크레페, 핫핑크, 피치. 이 정도를 육안으로 구분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컬러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로 한 이상, 가장 최선의 컬러가 구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제안한 컬러가 정확하게 나오도록 공정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가 소장을 맡은 케엠케색채연구소는 컬러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곳이다.

 

13.jpg


“컬러가 중요한 마케팅 요소라는 인식이 없었던 1990년대에 자리잡는데 꽤 애먹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화장품개발을 먼저 시작했죠. 외국에서 유행했던 그린이나 퍼플 아이섀도우 대신, 한국인의 피부색에 맞는 브라운이나 핑크 계열의 제품을 출시했어요.”
‘레드와인’ 컬러 가전의 사례처럼,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컬러가 상품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대중에 인식시킨 김민경 소장. 1990년도 후반부터는 마케팅 요소로서 컬러를 활용하는 법에 관한 심화 과정에 돌입했다. 어떤 디자인에 어떤 컬러를 입혀야 상품성이 극대화되는지에 대한 분석과 고민은 도시, 건축물, 인테리어 등에 어울리는 컬러 연구로 확대됐다. 2017년 현재, 대한민국의 뷰티, 제품, 패션, 건축, 환경, 영상,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삶을 둘러싼 많은 제품에 그의 컬러 컨설팅이 녹아있다.

 

 

디자인과 정체성에 맞는
컬러를 선택하다

 

“컬러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보안이에요. 제품이 나오기 전엔 모든 게 다 비밀이죠. 하지만 발표되고 나면 컬러리스트의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어요. ‘파란색은 내가 만들었으니 나만 쓸 거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꾸준히 색을 개발하는 이유는 ‘첫인상 효과’ 때문이에요. 제품의 첫인상을 인상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배색을 연구하는 거죠.”

 

14.jpg


10년,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색채에 관해서는 저작권 개념이 약하다. 물론 색채연구소에서 개발한 컬러 팔레트에는 저작권이 인정되는 추세이지만 이미 발표된 컬러를 사용하는 것을 대대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컬러는 중요하다. 제품이나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컬러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잘나가던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이 지지부진한 기미를 보일 때 그 상황을 반전시킨 건 다름 아닌 컬러, ‘핫핑크’였다.
핫핑크 컬러 휴대폰 출시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이 썼던 모토로라 휴대폰. 그러한 인식이 바탕이 된상황에서 핫핑크 폰은 모토로라 마니아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핫핑크 폰을 연달아 출시했지만 별로 팔리지 않았다. 특정 컬러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힌 첫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증거였다. ‘핫핑크 폰=모토로라’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 핫핑크 컬러가 핵심이었다. 이런 대표 컬러가 생기면 확실히 매출에 날개가 달린다.

“페라리를 떠올려 보세요. 무슨 색의 차를 생각했어요? 아마 레드일걸요? 그 공식을 만드는 게 컬러 마케팅의 핵심이에요.”
트렌드는 계속 돌고 돈다. 제품과 컬러를 어울리게 매칭해 마케팅시장에서 인식을 선점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게 중요하다. 사람의 컬러를 컨설팅하는 퍼스널 컬러 진단에서도 마찬가지.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컬러를 매칭하면, 특유의 매력이 100% 발산된다.

 

16.jpg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 팬톤이 ‘2017년 올해의 색’으로 초록 계열의 그리너리(Greenery)를 선정했다. 노란빛을 띠는 초록색이다. 팬톤이 발표하는 올해의 색은 메이크업과 패션 분야에서 1년 내내 트렌드가 된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그리너리 메이크업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유행을 맹목적으로 좇기보다는, 개개인의 특성과 퍼스널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억지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출 필요가 없어요. 자신의 매력에 맞는 컬러를 찾아야 하죠. 그래야 자신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컬러의 유행이나 컬러연구소의 권위를 좇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컬러의 재미라고 김민경 소장은 말한다.

 

 

생활로 들어온 팔레트
사용하는 제품과 환경에
스며든 컬러

 

“사람이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요? 밖을 보는 거예요. 사무실 안이 아니라 밖에서 색다른 컬러를 보는 게 중요해요.“

 

15.jpg


그의 사무실 옆에는 통유리창이 있다.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니 초가을에 접어든 그린, 베이지, 옐로우가 섞인 커다란 나무가 있다. 그는 색을 통해 기분과 가치관, 생활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채도가 떨어지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우울증이 올 수 있고, 원색만 보게되면 불안감을 느낀다. 편안한 업무 환경을 위해 따뜻한 컬러로 사무실을 꾸몄다 하더라도 직원들이 사무실 안에만 있으면 감정에 해가 될까 걱정된다고. 다양한 컬러를 보아야 자기만의 시선과 건강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김민경 소장은 직원들에게 자꾸 보여주고 싶다, 새로운 컬러를. 단순해 보이는 벽 옆에 숨어 있는 진한 블루의 소품들. 개방된 사무실 사이사이로 보이는 다양한 포인트 컬러들. 직접 소품이나 벽에 색을 칠하기도 한다.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양한 컬러로 보듬고 싶어서.

 

17.jpg

 

“살다 보면 큰돈 안 들이고 공간에 변화를 주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때 가장 좋은 방법이 컬러를 바꾸는 거예요.”

다른 색을 칠하기만 해도, 새로운 컬러의 소품이 있기만 해도 그곳에 있는 사람은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컬러는 산소 같아요. 둘 다 크게 인식하고 살지는 않지만 모든 곳에 존재하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며 사는 데 꼭 필요한 요소고요. 색이 가진 에너지를 이용해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컬러테라피, 실내 인테리어 시공에서 중요한 컬러 컨설팅. 모두 내 주변에 있는 컬러를 재배치하며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일이에요. 컬러를 활용해 보세요. 표정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고 그러다 보면 이내 삶이 바뀌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