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logo

닫기

모바일메뉴

logoSSANGYONG

Special Theme 1

writer. 조영수 _경기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

3.jpg

 

색의 의미와 연상에 대한 학자들의 생각은 두 가지 큰 흐름으로 나뉜다. 하나는 문화를 배경으로,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색을 연상한다는 것이다. 색을 문화로 파악할 경우, 나라마다 구체적인 본보기가 많음을 알게 된다. 개인적이라는 말은 색에 대한 느낌이 문화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 또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色) 그리고 사람

 

독일 색채학자 하랄드 브램은 저서 <색의 힘 Die Macht der Farben>에서 색상이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심리적, 정신적 특질과 밀접히 연관됐음을 여러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상자에 어떤 색을 칠했는지에 따라 무게를 다르게 느끼며 (하양은 실제 무게인 3.0파운드, 노랑은 3.5파운드, 검정은 두 배에 가까운 5.8파운드로 느낀다.) 색은 의식의 지배를 받지 않은 채 생화학적,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켜 심장박동, 맥박, 혈압을 올리거나 내리는 작용을 한다. 또한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병원에서 색을 치료요법으로 사용한다.”

 

4.jpg

▲ 비교적 안정감을 주는 초록색은 실내 인테리어에도 많이 쓰인다


미국의 색채학자 루이스 체스킨은 붉은색 방에서 생활한 사람은 혈압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지는 흥분 상태가 되고, 일을 하려 해도 붉은색의 자극 때문에 할 수가 없으며 정상적인 활동이 힘들다는 실험 결과를 내었다. 반대로 파란 방에서는 혈압과 맥박이 낮아져 생기가 없고 몸이 나른하며, 맥이 풀려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노란 방에서는 혈압의 변화는 볼 수 없었으나 색이 밝아서 눈이 극도의 긴장을 하고 활동할 때 쉽게 피로감을 느꼈으며, 초록색 방에서는 아주 정상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초록색 한 가지만으로는 단조롭고 활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초록색은 비교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서재에 적합한 색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브램 또한 “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개인 의사나 취향과 상관없고, 인간 모두에게 드러난다”고 서술했다. 색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심리조건과 생태구조에 반응하고, 색상의 개인 인식과 구별은 그가 거쳐온 경험과 관련이 있으며, 경험은 한 인간이 인격구조를 형성하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심리학자인 에바 헬러도 색과 감정의 관계는 일생을 통해 쌓아가는 일반적인 경험의 산물이며 어린 시절부터 언어와 사고에 깊이 뿌리내린 경험의 결과이므로 심리학적 상징과 역사적 전통에 근거를 둔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감정은 색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 같은 색이라도 갖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때로는 서로 상충하는 영향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차이에 따른
색의 해석

 

1999년, 한국에서 옷 로비 의혹 사건이 한창일 때 영국 신문 <타임스>의 보도를 인용한 기사가 한국신문에 실렸다. 흥미로운 점은 로비 사건을 묘사하면서 핵심증인들의 옷차림에 관하여 언급한 부분이다.
“그들은 매일 서로 다른 복장이지만 공통된 특징의 옷을 입었다. 하루는 후회와 자책을 의미하는 검은색 옷을, 다음 날엔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흰색 옷을 입고 나왔다.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사기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였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한국 대학생들에게 <타임스>에서 언급한 대로 검은색 옷과 흰색 옷에서 위와 같은 의미를 느낄 수 있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학생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색깔에 대한 의미나 연상이 나라와 문화, 세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본보기로 여겨지는 예이다.
같은 색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또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필자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시청 광장에 모였던 ‘붉은 악마’들이 한국인의 단결심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 열정적인 붉은 물결이 광장을 뒤덮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빨강을 정열과 젊음의 표출로 여겼다. 하지만 당시 독일에서 유학하던 후배가 느낀 감정은 달랐다. 그는 독일에서 그 붉은 물결을 본 사람들은 무섭고 낯선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5.jpg

▲ ‘아름다운 광장’으로 불리던 러시아의 붉은 광장은 메이데이와 혁명기념일에 붉은 깃발을 든 사람들이 광장을 물들인 이후 ‘붉은 광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붉은 악마의 모습에서 열정이 아닌 다른 감정을 느낀 경우가 또 있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는 젊은 세대와 전쟁을 겪은 나이든 세대가 같은 색채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 있음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한국이 16강전에서 4강전까지 가는 동안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믿어지지 않았던 건 세계가 놀랐다는 한국의 축구 실력이 아니라 붉은악마였다. 어떻게 ‘Be the Reds’에 너도나도 아빠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두 살배기부터 머리가 허연 늙은이까지 얼씨구 호응을 해 붉은셔츠를 입고 광장을 찾아 거리로 뛰쳐나갈 수가 있을까. 나처럼 평생을 빨갱이 콤플렉스에 짓눌려 산 세대에게는 붉은색을 단지 역동적이고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기쁨의 색일 뿐이라고 알고 있는 새로운 세대가 마치 신인류의 등장처럼이나 눈부셨다."

인민군 점령 시절 ‘나는 빨갱이에게 적대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표시로 모자에, 셔츠 단추 구멍에, 자전거 핸들에 너도나도 붉은 리본을 달고 다녔던 그 억압의 시절을 겪은 이로서는 그 빨강에 대한 피해 의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힘겨웠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빨강은 자유를 상징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자코뱅 당원들이 붉은색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1917년 레닌의 10월 혁명 성공 이후 러시아에서 빨강은 사회주의 혁명과 공산주의를 뜻한다. 이처럼 색은 같은 색이라도 문화적, 관념적, 경험적 사실의 다양성에 따라 모두 다른 의미를 담기도 한다.

 

 

언어와 색채 연상

 

기본색채어 빨강(영 red, 독 rot), 파랑(영 blue, 독 blau), 검정(영 black, 독 Schwarz), 하양(영 white, 독 weiß), 노랑(영 yellow, 독 gelb)이 포함된 세 나라 언어의 숙어를 비교해보자. 색채의 인식과 연상에는 개인의 경험과 소속된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큰 영향을 끼치므로 우선 언어에 나타난 색채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색채 연구 서적을 보면 해당 국가의 모국어 사용자가 아니면 수긍이 가지 않는 묘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6.jpg

▲ 영화 <블랙스완>에서는 순수함과 타락 사이 인간의 이중성을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로 표현했다

 

색채로 사람들의 성격과 행동을 여러 관점에서 관찰하고, 그들을 특징에 따라 네 개의 그룹 (빨강, 파랑, 하양, 노랑)으로 나눈 테일러 하르트만의<컬러 코드>도 있다. 특이한 것은 성격을 분석하는데 색채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색채는 감정과 행동을 파악하는 이미 인정된 메타포(Metaphor, 은유)다. <컬러 코드>에서는 우리는 화가 날 때 ‘붉게 본다: see red’, 그리고 슬플 때는 ‘우울함을 느낀다: feel blue’라고 말하는데, 이 색채 코드를 성격에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행위 뒤에 있는 동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 하나. 그의 주장과 달리 한국인은 슬플 때 전혀 ‘푸르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화가 났을 때도 ‘붉게’ 보지 않는다. 한국인은 몹시 지쳐 기력이 없을 때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고 말한다. 미국인 교수에게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을 들려주고 무슨 뜻인지 추측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전혀 이 표현을 몰랐으며 동감할 수 없다고 했다.

 

7.jpg

▲ 1905년 미국 화가 먼셀이 고안한 색 표시법. KS(한국산업규격)에서도 표준 색 표시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에 더해 파란색에 관한 표현 중 흥미로운 부분을 하나 더 살펴보자. ‘till one is blue in the face’를 해석하면 ‘얼굴이 창백해지도록, 어디까지나, 끝까지, 오랜 기간, 장황하게’라는 뜻이다. 여기서 하필 ‘blue’를 사용한 이유는 숨을 참으면 얼굴이 파래지는데, 바로 그때까지(그만큼 오래) 기다린다는 뜻이란다. 우리나라에서 ‘얼굴이 파래지다’는 표현은 대부분 몹시 춥거나 놀라서 파래진다는 뜻으로 쓴다.
이처럼 문화와 언어가 색채의 의미에 큰 역할을 했음에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색채 표현과 실제 언어에서 색채 상징이 쉽게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보통 관례에 근거를 둔 임의적 상징 표현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색에 대한 인식은 개개인의 경험과 그가 살아온 사회와 문화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도, 문화적 배경도 많이 다른 각 나라 사람들의 색에 대한 인식이 같기는 어렵다. 나라마다 같은 색채를 보고도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아가 색채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색채에 관한 다양한 표현

 

BLUE

 

 

영어

feel blue 우울하다
true blue 보수적인, 믿을 수 있는
out of the blue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once in a blue moon 극히 드물게, 가끔

 

독일어

blau machen 결근하다
sein blaues Wunder erleben 몹시 놀라다

 

한국어

새파랗게 질리다 몹시 놀라거나 겁이 나서 얼굴빛이 핼쑥해지다
새파란 젊은이 아직 어린 사람

 


 

RED

 

 

영어

see red 격노하다
be in the red (구어) 적자를 내고 있다

 

독일어

Salz und Brot macht Wangen rot 좋은 영양은 뺨을 붉게 한다 (좋은 식사는 건강에 좋다)
das rote Licht sehen 위험을 예견하다

 

한국어

새빨간 거짓말 전혀 터무니없는 거짓말. 공감각적 의미 전이가 일어났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BLACK

 

 

영어

blackmail 공갈, 협박
paint black 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해롭거나 나쁘게 묘사하다

 

독일어

sich schwarz ärgern 얼굴을 붉히며 몹시 화를 내다 (sich schwarz ärgern를 글자 그대로 하면 ‘까맣게 화를 내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얼굴을 붉히며 불같이 화를 낸다)
Mir wurd (es) schwarz vor den Augen 나는 정신을 잃었다
sich alles schwarz ausmalen 어떤 일을 비판적으로 보다

 

한국어

속이 까맣게 타다 매우 안타깝다
검은손 남을 속이거나 해치는 음험한 손길

 


 

YELLOW

 

 

영어

yellow card 심판이 선수에게 경고할 때 보이는 황색 카드
yellow scared 겁먹은

 

독일어

gelb vor Neid werden 질투로 노래진
Gelbschnabel 노랑 무리, 병아리, 신출내기

 

한국어

하늘이 노랗다 지나치게 피로하여 기진맥진하다. 사태가 절망적이다
싹수가 노랗다 장래성이 없다

 


 

WHITE

 

 

영어

a white lie 악의가 없는 거짓말, 가벼운 거짓말

 

독일어

bis zum Weißbluten 마지막까지

 

한국어

흰소리 하다 터무니없이 자랑하거나 지껄이다

 

8.jpg

▲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미술작품, 가구, 휴대전화, 책까지 항상 색깔에 파묻혀 살고 있다

 

Book Info.

 

색채의 연상

저자 _ 조영수
출판사 _가디언

 

9.jpg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응원 물결에서 우리는 ‘열정’을 느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위험’을 연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같은 색()이라도 이처럼 나라마다, 문화마다, 세대마다 다른 의미로 보인다. 다시 말해 색채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있는지 말해준다. 설문조사와 연구를 통해 색채에 얽힌 문화적 스토리와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