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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편집실 ı photo. 유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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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적 감성과 통찰이
팟캐스트를 만나다

 

SBS 라디오센터 이재익 PD

 

現) SBS 라디오센터 PD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 진행
라디오 ‘씨네타운S’ 진행
라디오 ‘김흥국, 안선영의 아싸라디오’ 연출
前)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 ‘심혜진의 시네타운’,
‘허수경의 가요풍경’, ‘소유진의 러브앤뮤직’ 연출
영화 ‘원더풀 라디오’. ‘질주’ 시나리오 작업
소설 <빙애>, <41>, <아버지의 길>, <싱크홀> 등
1997 문학사상사 한국장편소설상
1997 월간 <문학사상> 소설 부문 등단

 

디지털 방송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에는 대본이 없다. 세 명의 PD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친근하게 대화할 뿐. ‘당장 퇴사하고 싶다’는 청취자의 사연에는 각자 경험한 회사생활의 고충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즉석에서 전화통화를 시도한다.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인듯 가볍게 인사를 건네지만 이어지는 대화에는 걱정과 염려가 배어있다. 청취자를 위로한 뒤,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분위기를 밝게 끌어올린다. 그러고 보니 이재익 PD의 방송과 소설도 다 그렇다. 가뿐한 언어로 소통을 꾀하지만 그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세상에 대한 깊은 애정이 서려 있다. 라디오와 팟캐스트, 책 소설과 웹 소설, 전화와 이메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감성과 지식을 주고받는 이재익 PD를 만났다.

 

 

글과 말을 두루 사용하는
타고난 이야기꾼

 

과작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늘 타고난 생산성을 발휘하는 작가가 있다. 이런 경향은 사실 데뷔 이후로 변하기가 어렵다. “경쾌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이 사람이 정말 소설을 쓸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는 팬의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실제의 그는 에너지 넘치는 작가다. 글과 방송을 겸업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그 에너지는 실로 놀랍다. 1997년에 월간 <문학사상>에서 소설로 등단한 이래 그는 쉼없이 써왔다. 19년 동안 쓴 소설이 스무 편이 넘는다. 에세이까지 포함하면 서른 편 정도. 이재익 PD는 살아오며 경험한 거의 모든 것을 글로 썼다. 자신의 성장기를 반영한 <압구정 소년들(2010)>, 군 생활을 배경으로 하여 주한미군 문제를 들추어 낸 <노란잠수함 (2001)>, <아이린(2011)>. 그리고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 및 일제 강점기의 강제징용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들을 배경으로 쓴 <41(2012)>, <아버지의 길(2011)>까지. 그는 자신의 삶과 사회를 포함한 인생의 순간순간을 허투루 흘리지 않고 소재로 쓴다. 치밀한 플롯과 재치있는 필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여행지에서 가볍게 읽을 책이 필요해 샀는데 여행 내내 소설을 더 읽고 싶어 혼났다’는 독자평처럼, 그저 가볍게 잡았다 중독되어버린달까.
사람의 인생이 하나의 장르가 아니듯 그의 소설에도 로맨스와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의도라기보다는 전달에 대한 욕구랄까요? 현실에서 일어나는 얘기를 독자에게 최대한 생생하고 전달하고 싶어서요. 되도록 제가 살아온 실제 인생보다 훨씬 재미있게!”
이재익 PD의 말에 따르면 그는 굳건한 의지나 거창한 메시지를 반영하여 글을 쓰는 타입은 아니다. 교훈을 줄 만큼 인생을 대단하게 살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글을 통해 현실을 제대로 조명하고, 독자들은 그 안에서 진실을 보는 통찰력을 얻길 바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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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의 최전방에서
디지털 방송으로의 이주를 꿈꾸다

 

종이와 글로 미처 전달하지 못한 끓어오르는 재치는 남김없이 그러모아 방송에 쏟는다. 이재익 PD가 SBS에 입사한 건 2001년. 다양한 사회경험과 열정, 그리고 근성을 인정받으며 일했다. 퇴사의 유혹을 몇 번 견뎠더니 어느새 재미가 생겨났다. PD로 사는 것이 기쁘고 즐거웠다. 새로운 디지털 방송 형태인 ‘팟캐스트’가 등장하고 나서 PD생활의 재미는 배가 되었다. 

“처음엔 ‘실험’에 가까웠어요. 어디 한번 실험적으로 녹음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아마추어리즘이 용인되는 콘텐츠이니 자유롭게 해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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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부터 김훈종 PD, 이승훈 PD와 함께 팟캐스트 방송 ‘씨네타운 나인틴’을 진행하고 있는 그. ‘공중파 방송과 어떤 차이를 둘지, 청취자들과의 소통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 라디오를 통해 음악과 사연으로 청취자들과 아날로그적 소통을 하는 데는 진즉 성공했지만 팟캐스트는 그에게 미지의 디지털 매체였다.

팟캐스트를 찾는 청취자의 성향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정치적 신문고를 원하거나 외국어를 배우고 싶거나 그냥 웃고 싶거나. 그런 환경에서 향후 정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만한 방송을 해야 했다. 그는 두 PD와 함께 천천히 해결방법을 찾기로 했다. 라디오 방송보다 조금 가벼워지기로 했다. 직설적인 화법을 쓰고, 말하는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욕이 필요한 사회에 거침없이 욕을 날렸고 성적인 얘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PD로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한 적도 있지만 팟캐스트에 맞는 소통방식은 솔직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숨김이 없는 대화로 방송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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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기존의 아날로그 소통방식을 이어갔다. 바로 그 점에 청취자들이 매혹되기 시작했다. 사연을 받고, 청취자들과 전화통화도 하고 모임을 가지면서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씨네타운 나인틴’의 인기가 높아지자 ‘씨네타운 S’라는 SBS 정규 라디오 방송을 복수 진행하게 됐다. 현재까지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좋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머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영감을 주길 바란다’는 등 청취자들의 찬사와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차차 팟캐스트 방송을 유튜브로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훈종 PD, 이승훈 PD와 협의를 해야겠지만. 이유는 한 가지예요. 그래야만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으니까, 제가 재미있는 얘기를 더 많이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위선이 없는 건강하고
솔직한 대화를 꿈꾸며

 

“사실 저는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해요. 걷고 운동하는 것. 사람 만나서 얘기하고 한잔하고. 그렇게 소통하는 게 저한테는 가장 잘 맞아요. 그래서 방송하면서 메일도 받고, 전화도 받는 걸 오래 할 수 있는 거겠죠. 사실 요즘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에는 대화만큼 중요한 게 없잖아요. 정보든, 감성이든 뭐든 대화로 풀어야 하는 시대니까, 그게 잘 풀리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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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PD가 꿈꾸는 소통은 위선이 없는 솔직하고 건강한 대화다. 똑같은 주제도 어떤 순서로 얘기하고 어떤 정보를 추가하는 지에 따라 가치와 파급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했을 때, 그 방법이 정확하고 설득력이 있을 때 가장 짜릿하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대중의 이야기 체험이 확장된다는 사실에 매일 흥미를 느낀다.
“요즘은 판타지, 미스터리 장르 글을 쓰려고 해요. 요즘 사는 거 쉬운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런 세상에 딱 맞는 장르예요. 꽉 막힌 현실보다 판타지와 미스터리 세계는 훨씬 활기 넘치죠. 그렇다고 현실에서 눈을 돌린 건 아니에요.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 발을 딛고 살아야 하잖아요. 약간의 재미로 독자들에게 현실에서 살아갈 힘을 주고 싶어요. 결국 저는 재미를 전달하는 사람이니까요. 어느 시대보다 빨리 뛰어야 하고 힘을 써야 하는 무정한 시대예요. 그럴수록 유머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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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팬들은 말한다. 그저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사는데 힘이 난다고. 방송을 들으면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그리고 매번 그의 유머에서 어떤 통찰을 가지게 될까 기대되어 그의 콘텐츠를 계속 찾게 된다고 한다.
오늘은 게릴라성 폭우가 갑자기 쏟아졌다. 쨍쨍한 햇살 아래 라디오 부스 암막 커튼 사이로 청취자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 오후였건만, 가을 날씨란 늘 변덕이다. 그는 소나기를 잔뜩 맞은 것 같은 청취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위로했다. 마이크가 꺼진 뒤에는 한 차례 더 ‘얼른 마음이 좀 편해져야 할 텐데’ 하며 염려를 전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다정하고 장난 섞인 코멘트에 금세 맑은 얼굴이 되었을 것 같다.
스무 해 동안 이재익 PD는 말과 글의 절묘한 줄타기를 해 왔다. 펜과 마이크로 수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때론 한없이 가벼웁게 때론 진중하고 강단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