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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이윤하_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variation.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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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프리미엄

 

시대가 디지털화되어감에 따라 아날로그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아날로그 제품이 차별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화에 성공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에 미루어볼 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트렌드에 아날로그 시절의 감성을 결합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가치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홍수 속
아날로그의 의미

 

사람들은 디지털화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공짜로 통화할 수 있고, 휴대폰으로 물건도 사고, 태블릿 PC로 직접 E-book을 만들어 쉽게 배포할 수도 있다. 이제는 굳이 ‘디지털 시대’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디지털은 지나가는 하나의 흐름을 넘어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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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쇼핑할 수 있는 시대.

디지털은 곧 인간의 삶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대가 디지털화되어감에 따라 아날로그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여겨졌던 레코드판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데서도 그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레코드판은 사용법이 불편해 최근 음반 발매 자체도 거의 되지 않지만, 아날로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창 레코드판을 틀어주는 카페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사전적으로 아날로그란 어떤 수치를 길이, 각도 등의 연속된 물리량으로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디지털’이 부각되면서 아날로그는 그에 반대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데이터나 물리적인 양을 0과 1이라는 2진 부호의 숫자로 표현하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많은 제품이 디지털화되면서, 이전보다 정보 전달이 편리해지는 동시에 신호 왜곡이 적어 깨끗하고 선명한 데이터의 전달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첨단 기술’이라고 일컫는 것들을 적용했다고 하면 대부분이 디지털 기술과 연관되어 있다 보니, ‘아날로그’라고 하면 최신의 것들의 반대말 즉, ‘과거의 방식, 과거의 디자인’을 일컫는 말로도 사용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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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의 유행으로 다시 레코드판을 틀어주는 카페가 성행하고 있다

 

 

아날로그,
그 프리미엄 가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최신의 것, 디지털화된 제품들을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과 제품 자체의 특성에 따라 디지털화에 대한 선호는 다를 수 있다. 주변에 있는 제품들을 이러한 특성에 따라 분류해 보면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넥타이, 지갑과 같이 전형적인 아날로그 제품군이다. 이들은 디지털화와 전혀 상관이 없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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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으로 만든, 과거 방식의’ 측면에서 아날로그화가 심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희소성이다


두 번째는 시계, 책같이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등에 의해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는 제품군이다. 이 제품들은 특성 자체가 상이하므로 아날로그화 역시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각기 다른 이러한 제품들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며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의 프리미엄화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일까.
전형적인 아날로그 제품들은 원래 디지털의 특성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아날로그화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손으로 만든, 과거 방식의’ 측면에서 아날로그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인 ‘희소성’ 또는 ‘남들과의 차별성’을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케이스로 과거에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제품군이었으나 대체재로 인해 디지털화되고 있는 제품군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시계, 책, 라디오 등이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과거 아날로그 제품의 기능을 더욱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날로그로 구현된 환경 속에서 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차별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성향 덕에 아날로그 제품들은 프리미엄화에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손목 시계, 라디오, 수첩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목 시계는 이전부터 Handmade 제품의 프리미엄화가 강하게 이루어진 제품이다. 같은 시계 모델 내에서도 배터리를 사용하는 쿼츠(Quartz) 대비 태엽을 감아 사용하는, 불편하지만 더욱 아날로그적인 오토매틱(Automatic) 모델이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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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손목 시계라도 배터리를 사용하는 쿼츠 모델보다 태엽을 감아야하는 오토매틱 모델이 더 비싸다


다음은 라디오. 라디오는 본래 방송국에서 발신하는 전파를 잡아 이것을 다시 음성으로 복원하여 우리가 들을 수 있게 하는 원리였다. 다이얼을 돌려 주파수를 잡고, 가끔 지지직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과 사연에 공감하며 울고 웃었던 시간은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라디오 데이터 자체를 전송하는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면서 언제나 또렷한 방송을 들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주파수를 잡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어졌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의 음원을 감상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는 디지털 요소는 전부 배제된, 오직 다이얼을 통해 주파수, 전원, 볼륨만 조작할 수 있는 아날로그 라디오인 ‘티볼리(Tivoli) 오디오’가 고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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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기기에 무척 다양한 기능이 포함된 요즘 기기들과는 다르게 티볼리 오디오는 라디오의 기능에만 충실하다

 

 

편의를 뛰어넘는
‘직접’의 의미

 

아날로그의 전형 격인 또 하나의 대상, 종이를 살펴보자. E-book, 손글씨 메모가 가능한 태블릿 PC가 보편화되면서 우리는 종이책, 메모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수없이 들어왔다. 책이나 메모의 디지털화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분명히 많다.

E-book 단말기 하나에 실제 책 분량에 비할 수 없는 수많은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은 저장공간의 획기적 절감, 종이 사용량 감소, 환경 보전의 가능을 의미한다. 또한 내가 원하는 단어, 구절이 어느 책 몇 페이지에 있는지, 혹은 내가 언제, 어디에 메모해 놓은 내용인지 클릭 한 번으로 검색할 수 있으니 그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종이책, 손글씨 메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디지털 사회의 선구자라고 하는 빌 게이츠 역시 디지털의 한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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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지우기가 제한없이 가능한 태블릿 PC의 발전은 종이, 저장공간의 절약에 일조한다

 

“스크린을 읽는 것은 종이를 읽는 것보다 아직 불편한 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비싼 스크린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웹 라이프 스타일의 개척자라고 믿고 있는 나조차도, 읽을거리가 네다섯 쪽을 넘어가면, 인쇄해서 가지고 다니며 읽고 주석도 달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책장에 꽂혀 있는 여러 권의 책을 뒤적거리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치고 무언가를 적기도 하며, 빈 공책에 끄적끄적 메모하는 것 자체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느껴 해당 행위 자체에 애착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몰스킨은 이러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어 성공했다. 몰스킨은 요즘 소비자들은 물건이 아닌 ‘경험’을 사고 있으며, 이는 물리적인 니즈를 해소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만질 수 없고, 감정적이고, 지위나 정체성에 연관된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검은 표지와 하얀 속지가 있는 기본적인 형태의 몰스킨 수첩을, 단순 수첩이 아닌 ‘글자가 쓰이지 않는 책(Unwritten Book)’으로 포지셔닝 하였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창조성을 적어내는, 쓰이지 않은 책으로 포지셔닝 함으로써 이 제품을 사는 사람들에게 ‘창조적인, 남과 차별화된’이라는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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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사람들은 종이 위에 끄적끄적 메모하는 것 자체를 아날로그 감성으로 느끼곤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프리미엄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화가 만연하는 이런 시대에서는 향후 좀 더 인간이 받아들이기 쉽고 편리한 아날로그적 요소들이 첨가될 기회가 더 많아진다고 볼 수 있다. 즉, 디지털에 비해 아날로그는 마이너한 시장이지만, 메이저인 디지털 시장이 커짐에 따라 마이너인 아날로그 시장의 기회가 더불어 커질 것이기에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터치 기술이나 Siri 등 음성인식 기술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디지털 기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완벽한 아날로그의 구현이다. 따라서 진정한 아날로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그리고 더욱 첨단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Book Info.

 

아날로그의 반격
저자 _ 데이비드 색스
출판사 _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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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라이프 속에서 또 다시 아날로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테크놀로지 기업의 혁신가들과 일찍이 아날로그를 경험한 적 없던 세대가 편리한 디지털 기술 대신 아날로그 제품과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쏟아내고 있다. 디지털 소스에 비해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비용이 큰 아날로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실제 보고 듣고 있는 현상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