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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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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과
자동차

 

자동차와 불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다. 가령 뼈대와 껍데기, 주요 부품의 소재인 철은 불 없인 태어날 수 없다. 연료를 태워 힘을 얻는 엔진 속은 화염 때문에 2천℃의 고온이 일상이다. 실린더 속 폭발의 질이 좋을수록 엔진은 농밀한 힘을 내고 깨끗한 배기가스를 뿜는다. 소재부터 부품, 주행을 아우르는 자동차와 불, 열의 상관관계를 소개한다.

 

 

불로 만드는
자동차의 원재료

 

“우와~!” 모터쇼 무대 위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서 있는 신차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미끈한 차체 표면, 결이 고운 가죽, 엔진룸을 가득 채운 전선과 호스 등의 구성요소를 보면 기계공업의 종합예술품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운전할 때도 환상적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기분 좋은 진동과 함께 튀어나가고, 운전대를 꺾으면 부드럽게 방향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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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 연료를 태워 만든 열을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내연기관을 얹었다


그런데 자동차의 우아한 외모, 뽀송뽀송한 실내, 정갈한 운전 감각은 설계자와 제조사가 정교하게 짜 맞춘 각본이다. 거친 원재료와 격렬한 가공, 맹렬한 작동을 감쪽같이 감추기 위한 포장인 셈이다. 자동차의 상품성과 완성도, 경쟁력도 실은 여기에서 판가름 난다. 자동차의 제조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점에서 우린 무얼 만나게 될까? 바로 돌이다.
철(Iron)은 자동차의 대표적 소재다. 골격은 물론 자동차 외부로 드러난 대부분 패널에 쓴다. 원자기호 26번인 철은 지구상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금속이기도 하다. 지구의 총 중량 가운데 34.6%를 차지한다. 현재 채광 가능한 매장량이 2,320억 톤에 달한다. 철은 제철소에서 만든다. 불과 열, 펄펄 끓는 쇳물로 각인된 바로 그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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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은 자동차의 골격을 비롯해 외부로 드러난 대부분 패널에 쓰는 소재다

 

철의 원재료는 철광석이다. 30~70%의 철분을 함유한 광석을 뜻한다. 그런데 철광석은 원산지에 따라 품질과 성분, 형상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일정한 크기의 덩어리로 부순다. 그다음엔 고로에 넣는다. 이때 철광석과 유연탄을 함께 넣는다. 고로를 1,200℃로 달구면, 유연탄이 타며 내뿜는 일산화탄소와 철광석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 결과 용암처럼 발갛게 빛나는 쇳물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 상태로는 자동차의 소재로 쓸 수 없다. 단단하지만 잘 부서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쇳물을 다시 전로에 넣은 뒤 거르고 탄소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면 탄소 함량 2% 이하의 강(Steel)이 된다. 순수한 철과 강의 합금이다. 이 강을 얇게 펴고 재단한 뒤 프레스기로 찍어 자동차의 패널을 만든다.

 

 

자동차 패널 잇는
용접의 세계

 

수많은 로봇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불꽃 튀기는 모습. 자동차 공장하면 대개 떠올리는 장면이다. 철광석을 녹이고 다듬어 만든 금속부품을 부위별로 이어 붙이는 공정이다. 용접은 철판을 이어 붙이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금속의 전기저항을 이용해 서로 맞닿은 면을 여러 접점으로 이어 붙인다. 보통 스폿(Spot) 용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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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차체공장의 용접 공정. 두 개 이상의 금속 패널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용접은 강판 종류와 더불어 차체 강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차체가 단단할수록 서스펜션의 부담이 줄어든다. 그 결과 핸들링과 승차감을 조율하기 좋다. 오늘날 자동차 공장에서 용접은 거의 자동화되어 있다. 로봇이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만큼 용접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렉스턴 W 때 66.4%였던 용접 자동화율을 G4 렉스턴에서는 100%로 높였다. 또한, 기존보다 CO2 용접 길이는 대폭 줄여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했다. 한편, 스폿 용접은 간격을 촘촘히 좁힐수록 강성 확보에 유리하다. 렉스턴 W의 용접 접점은 4,396곳이었다. 그러나 G4 렉스턴은 6,188곳으로 크게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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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접은 전기저항을 이용해 접점을 녹여 붙인다


최근엔 새로운 접합방식도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 ‘레이저 스크류 용접(Laser Screw Welding, 이하 LSW)’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스폿용접은 고열 때문에 철판의 접점이 녹으면서 변형되는 단점이 생긴다. 또한, 가열해 녹인 뒤 붙이는 방식이어서 2~3초가 걸린다. 반면 레이저 용접은 채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아울러 융점만 정교하게 조준해 쏘니 변형도 적다. 

LSW는 두 개 이상의 패널에 나사처럼 깊숙한 접점을 아로새겨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따라서 3~4장의 패널을 한 번에 붙일 때 효과적이다. 스틸과 알루미늄 등 물성이 다른 금속을 붙일 때도 요긴하다. 나아가 LSW를 쓰면 차체 제작 라인의 길이 또한 40%나 줄일 수 있다. 제작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불지옥이 일상인
엔진 속 이야기

 

‘시동을 걸었지만 펄떡펄떡 뛰는 엔진의 존재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신차 시승기에 종종 나오는 표현이다. 그런데 과장만은 아니다. 요즘 나온 차는 심지어 왁자지껄한 디젤 엔진을 얹고도 소음과 진동을 감쪽같이 지운다. 관련 기술이 상향 평준화된 덕분이다. 때문에 운전자들은 엔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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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행 중 엔진 속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열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엔진을 내연기관이라고 한다. 내부에서 연소를 통해 만든 열을 기계적 에너지로 바꾸는 기관이란 뜻이다. 승용차 엔진은 대개 휘발유(가솔린)나 경유(디젤),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태워 힘을 낸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를 태워 일으킨 폭발로 피스톤을 밀어내 크랭크축을 돌리고, 그 회전 에너지로 바퀴를 굴려 움직인다. 이 과정엔 명확한 순서가 있다.

엔진 실린더 속에 공기와 연료를 불어 넣고 피스톤으로 압축한 뒤 가솔린이나 LPG는 전기로 불꽃을 튀기고, 디젤은 압력만으로 불씨를 댕긴다. 그러면 연료와 공기 섞인 혼합기가 화염에 휩싸이며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승용차 엔진은 흡기-압축-폭발-배기의 네 단계를 반복하며 달려나간다. 그래서 4행정 엔진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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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끈한 자동차의 표면만 봐선 연상이 어렵지만, 철판은 돌을 녹여 만든다


이렇게 차근차근 되짚을 땐 엔진 속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속으로 달릴 땐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온도의 세계가 펼쳐진다. 엔진회전수가 6,200rpm(1분당 엔진 크랭크축 회전수)까지 치솟는 상황을 예로 들면, 이때 피스톤은 시속 800㎞로 도리질 친다. 크랭크축은 순항 고도에서 보잉 747-400의 제트 엔진 터빈보다 빨리 돈다.
엔진 속은 가늠조차 어려운 초현실적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온도 역시 마찬가지다. 엔진 실린더 속 온도는 2천℃ 안팎까지 치솟는다. 철광석을 녹이는 고로보다 뜨거운 셈이다. 엔진을 빠져나오는 배기가스 온도도 1천℃에 육박한다. 불지옥이 따로 없다. 그러나 자동차를 운전할 땐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전혀 의식할 수 없다.

 

 

열을 식히기 위한
다양한 장치

 

이처럼 열은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다. 하지만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진다. 내부 부품이 망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자동차의 엔진은 열을 만드는 동시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동원한다. 엔진은 에너지 중 35%만 동력을 내는 데 쓴다. 30%는 배기가스로 뱉고, 35%는 열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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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쉐 918 스파이더는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기 위해 머플러를 차체 위쪽으로 뽑았다


따라서 이 35%의 열을 어떻게 식히는지가 중요하다. 자동차의 냉각장치로는 팬(바람개비)과 라디에이터, 냉각수 펌프, 온도조절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각 장치에 따라 전도, 대류, 방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열을 식힌다. 요즘은 디젤뿐 아니라 가솔린 엔진도 터보차저(이하 터보)를 많이 단다. 따라서 요즘 엔진엔 인터쿨러를 많이 단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터보부터 알아야 한다. 터보는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의 힘을 이용해 엔진이 들이마실 공기를 압축하는 장치다. 터보는 달팽이 모양인데, 그 속에 막대로 연결한 두 개의 바람개비를 숨겼다. 배기가스가 터보 터빈을 돌리면 그 회전력은 샤프트를 통해 컴프레서 휠을 돌려 공기를 압축해 흡기 매니폴드를 통해 연소실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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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기가스 내뿜는 머플러의 내부구조. 열은 자동차 엔진이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필수요소인 동시에 적절한 수준으로 다독여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자연흡기 방식보다 엔진에 강제로 공기를 압축해 밀어 넣기 때문에 한층 농밀하고 강력한 폭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고온의 배기가스에 노출된 터보는 1분에 10만 번 회전하기 때문에 온도가 매우 높다. 터보장치가 뜨거워지면 흡입공기가 팽창해 밀도가 낮아져 공기와 연료의 흡입량이 줄게 된다. 그래서 공기를 식히기 위한 인터쿨러를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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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과 불(열)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다


성능이 강력한 자동차일수록 냉각도 어렵다. 따라서 묘안을 도입하기도 한다. 포르쉐의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918 스파이더가 좋은 예다. 머플러를 차체 등짝 위로 뽑았다. 그 결과 뜨거운 배기가스를 보다 신속하게 배출할 수 있게 되었다. 불(열)과 자동차, 태생적으로 가깝고도 먼 둘은 오늘도 더 좋은 궁합을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