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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편집실 ı photo. 유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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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다

 

예술불꽃 화(花, 火)랑 곽창석 대표

 

예술불꽃 화(花, 火)랑 대표
License _Carnet de tir Artificier(France)
BREZAC Artifices Formation & Stage K4
청주대학교 산업공학과
2017 통영한산대첩축제 ‘공중 한산해전’ 기획공연
2015-2016 ‘길&Passage’ 한-불 상호교류의해 공식프로그램 선정(Cie Karnavires 협업)
2015 2015하이서울페스티벌 폐막작 공동제작사 선정
2014 프랑스 드카즈빌(Decazeville) 세계 불꽃대회 한국 대표
2013 제4회 필리핀 세계불꽃대회(4th PIPC) 한국 대표
2013 국내 최초 불꽃극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제작

 

"자, 공연 시작합니다. 스탠바이, 둘, 셋, 고!"
통영 바다의 밤하늘을 웅장하게 채우던 불꽃과 그 가운데를 조밀하게 채우던 스토리. 숨 가쁘게 엮인 짜임새를 토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흐르던 공중 한산해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왜선과 우리의 거북선, 판옥선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펼쳐지자 관객들에게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1592년 7월 8일 그날의 현장에 선 것 같았다. 크레인에 연결된 왜선이 빠른 속도로 진격하고, 거북선 위에서 화염이 뿜어 나오고, 판옥선 위 배우들이 화약을 쏘는 그 중심에 이 공연을 총지휘하는 예술불꽃 화(花, 火)랑의 곽창석 대표가 있었다. 불꽃을 ‘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극’으로 발전시켜 화려함 속에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버무려 넣은 곽창석 대표를 만났다.

 

 

쇼(Show) 아닌
극(劇)으로서의 불꽃

 

축제에서 가장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단연 ‘불꽃놀이’ 아닐까. 불꽃놀이는 우리 전통문화로서, 축제가 열리는 날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원하는 때에 보러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별해서 귀하지만, 귀해서 자주 볼 수 없기에 불꽃놀이를 설명할 때 항상 등장하는 표현은 많지 않았다. ‘별처럼 내리는 불꽃’이라든지 ‘하트 모양의 불꽃’ 정도. 어떤 내러티브로 흘러가는지, 어떤 플롯을 가졌는지를 대중은 잘 알지 못했다. 불꽃놀이나 불꽃극의 이름은 무엇인지, 어디서 같은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는지도 알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 때마다 감독도 다르고, 사용된 불꽃의 종류나 배경 음악도 모두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꽃이 사용되는 모든 공연은 ‘불꽃놀이’라고 통칭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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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불꽃극 창작예술단체 ‘예술불꽃 화(花, 火)랑’의 곽창석 대표는 잊혀지던 전통문화를 새롭게 살려 불꽃극을 만들었다. 그가 소개하는 불꽃극은 독자적인 공연 장르다. 쇼(Show)라기보다는 극(劇)이다. 불꽃놀이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는 줄이고 극적인 요소를 좀 더 가미한, 어엿한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불의 노래’, ‘공무도하가’ 등 각각의 작품명이 있고 언제든 재공연이 가능하다. 물론 이전에 했던 것과 완벽하게 똑같은 불꽃을 재현하기야 어렵다. 연극배우가 이전 공연과 완벽하게 같은 연기를 할 수 없고, 그러길 원하지도 않듯이.

 

 

불꽃의 다양한
감성을 드러내다

 

불꽃은 다양한 상징을 가진다. 바닥을 치고 하늘로 솟구치며 보여주는 속도감과 폭발력은 기본이다. 본질적인 화려함으로 사람을 끌어 모으고 그들을 한곳에 머무르게 만드는 포용력도 있다. 곽 대표는 불의 이러한 특징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있는 스토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불꽃 종류를 잘 고르고, 극의 흐름에 맞는 음악을 함께 연출한다면 스토리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제격일 것 같았지만 찾아볼수록 아쉬움이 컸다. 우리나라에서 불꽃은 ‘축하’의 의미만 지니고 있었달까. 거의 각종 개폐막식에 불려 다니는 단순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에겐 불꽃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이 무한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불꽃을 ‘기쁨의 감성’이라는 틀 안에서 해방시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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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으로 슬픔의 극치를 한번 표현해 보자 해서 나온 작품이 ‘공무도하가(2013)’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여인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연 내내 불꽃은 허공으로 튀고, 밤하늘을 환하게 밝힌다. 그 폭발성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는 아련한 느낌이 깃든다. 불꽃이 터지는 펑펑 소리가 흥을 돋울 때도 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 소리가 구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곽 대표는 애초에 불꽃이 내재하는 감성이 단 한 가지로 고정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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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연출하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게 불꽃의 매력이죠. 그래서 연출자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배우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음악과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가 슬프면 불꽃이 아무리 눈부시게 화려해도 감정은 슬프게 전달되죠.”
이전부터 곽창석 대표는 불꽃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2011년 작품 ‘The contrast 눈물’ 을 통해 자본주의 시대에 약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의 조용한 눈물을 불꽃으로 표현했다. 그때부터 이미, 불꽃의 패러다임은 바뀌기 시작했다.

 

 

탄탄한 기획력과 개연성 있는

연출로 불꽃을 터뜨리다

 

“꽃 화, 불 화. 그리고 불꽃과 함께 한다는 의미의 조사 ‘랑’을 붙였죠. 극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불꽃을 사용하지만 다양한 표현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랑’을 더해서 ‘화랑’ 이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불꽃을 이용한 공연은 대중과 거리가 먼 예술이었다. 불꽃놀이는 국가 연희 중 하나였고 관, 군, 그리고 궁에서만 행해졌다. 주로 왕의 유희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백성들은 불꽃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더욱이 개방된 장소에서 하는 공연을 볼 기회는 더욱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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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와서 불꽃놀이가 대중화되긴 했지만, 거리예술이 덜 활성화된 탓에 극의 형태로 즐기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공연 수준은 짧은 역사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곽창석 대표는 2016년 프랑스 까르나비에 팀과 합작한 '길&Passage' 공연을 통해 보여주었다. 역사가 깊은 유럽 팀에 못지않은, 탄탄한 기획력과 개연성 있는 연출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길&Passage'는 양국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전통제의를 거리축제와 결합한 공연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길위의 여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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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이나 토템, 마리오네트, 종이 인형 등은 한국과 프랑스에 모두 존재하지요. 두 나라의 감성은 서로 다르지만, 소재는 유사하니까 좋다고 생각했어요. 불꽃이 주요 오브제가 되면서 두 나라의 멀고도 유사한 감성은 조화롭게 표현되었습니다.”
곽 대표는 각 나라 배우들이 잘 살릴 수 있는 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불꽃을 이용하여 폭발적으로 터트렸다.

 

 

대장장이의 삶,
제철소 이야기 등 소재를 발굴하다

 

예술불꽃 화(花, 火)랑은 나날이 발전 중이다. 최근에는 불꽃극의 대중화를 목표로 일반 관객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만한 공연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공연 장비에도 공을 많이 들인다. 2017년 7월부터는 새로 개발한 화염 장비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제 대한민국 불꽃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겁니다. 새로 만든 ‘불의 노래: 프롤로그’가 그 출발선에 있다고 확신해요. 이제 시작이죠. 불의 노래는 대장장이에 관한 이야기예요. 대장장이의 삶을 디테일하게 돌아보죠. 그다음 시리즈로는 제철소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불꽃의 에너지와 불꽃에 끌리는 관객의 에너지가 만나는 모습을 얼른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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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꽃이 가진 표현의 힘을 단단히 믿는다. 그리고 그 힘이 가져올 예술적 경험, 그로 인한 감동에 대한 확신이 있다. 더욱더 많은 관객을 화(花, 火)랑의 공연에 초대해 불꽃극의 감동을 함께하고 싶다는 그의 열정은 붉고 뜨거운 불꽃을 고스란히 닮았다. 올해 11월 17일, 마포문화비축기지에서 ‘불의 노래: 프롤로그’ 초연이 있다. 딱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초연은 관객에게 잊지 못할 정도로 신비하고 강렬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불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대작, 가을의 끝자락을 가만히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