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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곽영직 _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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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인류 문명

 

1859년에 영국의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주장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단세포 생명체로부터 진화했다는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도 다른 생명체의 연장선상에서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다. 이런 생각은 인간이 신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 특별한 존재라고 여겨온 생각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오랫동안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생각은 아직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많은 생명체들과 무언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인간의 특성,
불 다루는 능력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가진 특성은 무엇일까? 언어의 사용 능력, 도구의 사용 능력, 손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사회를 이루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능력과 같은 것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의 특성이라고 제시되었다. 그러나 학자들 중에는 불을 사용하는 능력이 인간의 특성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본격적으로 불과 인류 문명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불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불의 두 가지 특성은 온도가 높다는 것과 밝은 빛을 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온도가 높고 밝은 빛을 내는 것을 우리는 불이라고 부른다. 물체를 이루고 있는 분자는 정지하지 않고 운동한다. 기체 분자들은 공간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액체나 고체를 이루는 분자들은 진동하거나 회전한다.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분자들의 이런 운동을 열운동이라고 한다. 물체를 이루고 있는 분자들의 열운동은 절대온도 영도인 영하 273℃에서는 정지하지만 그보다 높은 모든 온도에서는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측정하는 온도는 물체를 이루고 있는 분자의 열운동에 의한 에너지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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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은 양초가 녹은 후 증발해 만들어진 기체가 연소하며 빛을 낸다


열운동을 하는 분자들은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온도가 낮은 물체는 적외선 같이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파장이 긴 전자기파를 방출하지만 물체의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가시광선을 낸다.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파장이 약 400nm에서 700nm 사이에 있는 전자기파를 가시광선, 즉 빛이라고 한다.

온도가 6,000℃ 정도 되는 물체가 이 파장이 범위에 있는 전자기파를 가장 강하게 방출한다. 지구 주위에서 가장 강한 전자기파를 내는 태양의 표면 온도가 약 6,000℃이다. 결국 우리 눈은 태양이 내는 전자기파를 잘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불에 타고 있는 물체 주변에서 너울거리는 불꽃을 불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물체는 온도가 높아지면 증발하여 기체를 방출하게 되는데 이 기체가 연소하면서 열과 빛을 방출하면 기체의 움직임으로 인해 너울거리는 불꽃으로 보인다. 촛불은 양초가 녹은 후 증발해 만들어진 기체가 연소하면서 내는 빛이다. 그런데 심지 주변의 기체가 움직이면서 빛을 내기 때문에 촛불이 너울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공기와 쉽게 접촉하여 활발한 연소가 이루어지는 촛불의 겉 불꽃 온도는 1,400℃나 되고 속불꽃도 1,200℃에 이른다.
불을 이용한다는 것은 온도가 높은 물체가 내는 열과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요리나 난방, 금속 제련 등에서는 불의 열을 이용하고, 전등과 같은 조명장치에서는 불이 내는 빛을 이용한다. 그러나 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체를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불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 문명의 특징과 수준을 결정한다.

 

 

인류와
불의 동행

 

인류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고고학적 증거를 종합하면 인류는 적어도 350만 년 이전에 지구상에 나타났다. 가장 먼저 지구상에 등장했던 인류는 350만 년 전보다 이른 시기에 나타나 약 50만 년 전까지 아프리카에서만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 약 250만 년 전부터 130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손을 사용한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하빌리스는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 흩어져 살았던 것으로보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는 불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에 분포해 살았던 최초의 인류는 ‘선 사람’이란 뜻의 호모 에렉투스로 160만 년 전부터 25만 년 전까지 살았다. 1891년에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자바원인, 1914년 중국에서 발견된 베이징원인, 1951년에 중국에서 발견된 남전원인 등이 호모 에렉투스이다. 불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호모 에렉투스였다.
40만 년 전에서 25만 년 전 사이에 나타나 3만 5,000년 전까지 살았던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의 호모 사피엔스는 현대인에 보다 가까이 접근한 고인류였다. 1856년 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 속한다. 호모 에렉투스와 상당한 시간 동안 공존하였던 호모 사피엔스는 인도네시아, 중국,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 여러 지방에서 흩어져 살았다. 호모 사피엔스는 불을 여러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약 30만 년 전 것으로 보이는 스페인의 토랄바 유적에서는 불을 사용하여 큰 동물을 늪지에 몰아 사냥을 하고, 그곳에서 사체를 해체해서 생활 근거지로 되돌아온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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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에 따라 인류 역사의 시대를 구분하기도 한다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약 5만 년 전에서 4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하여 후기 구석기 문화를 발달시켰다. 1868년 프랑스 남부에서 처음 발견된 크로마뇽인, 1901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 지대인 그리말디 동굴에서 발견된 그리말디인, 1933년 중국 베이징의 저우커우뎬에서 발견된 산딩둥인 등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속하는 현생인류의 조상이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불을 이용하여 난방이나 요리 뿐 아니라 토기와 같은 도구를 만들기도 했다.
인류가 처음 사용한 불은 벼락이나 마찰과 같은 자연현상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우연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불에 의해 익은 고기나 열매를 먹게 된 사람들은 곧 날로 먹는 것보다 익혀 먹은 것이 맛도 좋고, 위생에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어 불을 이용한 요리법을 익혔을 것이다. 음식물을 익혀 먹으면 같은 음식이라도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고, 세균 감염에 의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인류가 익힌 음식을 먹게 되면서 인구수가 급격하게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은 요리뿐만 아니라 밤을 환하게 밝혀 인류의 생활 방식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불은 이외에도 난방이나 포식자로부터의 방어에도 사용되었을 것이고, 사냥에서 동물을 모는 데도 사용되었을 것이다. 불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불을 이용하여 토기를 만들거나 금속을 제련하는 방법을 터득하였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 구분은 인류가 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따라 구분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석기시대에는 불이 주로 요리, 난방, 사냥, 조명용으로만 사용되었지만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가 되면서 불은 도구와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녹는점이 낮은 청동기 제작에 사용되었고, 높은 온도의 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자 철기 제조가 가능해졌다. 이것은 불의 이용방법이 인류 문명의 형태를 결정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인간이 스스로 만드는 불,
그 연료의 발전

 

인류가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스스로 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을 사용하던 인류는 마찰을 이용하여 발생시킨 불꽃으로 풀이나 나무를 연소시켜 만든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나무나 풀은 산소와 반응하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하면서 많은 열을 방출한다. 이 에너지는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를 탄화수소 화합물 안에 저장해 놓은 에너지이다. 인류가 역사를 통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것은 바로 이런 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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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목재 대신 사용하기 시작한 첫번째 연료는 석탄이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하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불을 사용하게 되자 다른 연료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목재 대신 사용하기 시작한 첫 번째 연료는 석탄이었다. 기원전부터 석탄을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석탄을 사용하여 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였다. 18세기 초부터 철의 제련에 석탄을 이용했고, 중엽에는 증기기관이 발달하면서 석탄의 수요도 증가했다. 19세기 말부터는 석탄과 함께 석유도 근대 산업에 필요한 불을 만드는 연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석탄과 석유를 연료로 하는 불을 제2의 불이라고도 한다.
20세기가 되면서 전기의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전기에너지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편리한 에너지이지만 다른 에너지원을 이용하여 만들어 낸 2차 에너지다. 석탄과 석유가 전력 생산을 위한 연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었지만 핵연료의 사용도 증가했다. 핵반응을 통해 질량의 일부를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하는 핵연료로 만든 불을 제3의 불이라고도 한다.
인류는 앞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석탄이나 석유, 그리고 핵연료를 이용한 불만으로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게 되면 인류는 또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 나서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핵융합에너지와 태양에너지다. 수소 원자핵이 융합하여 헬륨 원자핵이 될 때 나오는 에너지는 공해가 없는 깨끗한 에너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핵융합에너지 관련 기술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언제 실용화가 가능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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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에너지원의 유력 후보 중 하나, 태양에너지


미래 에너지원의 두 번째 후보는 태양에너지다. 흔히들 태양에너지는 무한하다고 하나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나누어 써야 할 에너지다. 태양에너지를 무한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주로 나가 우주로 흩어져 가는 태양에너지를 수집하여 지구로 보내야 한다. 그때쯤이면 태양이 내는 에너지의 몇 %를 인류가 사용하느냐로 인류 문명 발전단계를 나누게 될는지도 모른다.
지구에 사는 다른 생명체들은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를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개발하여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불을 이용하는 능력을 인류와 다른 동물을 구분하는 특성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류가 불을 만들어 사용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신의 특별한 배려 때문일까 아니면 진화를 통해 획득한 경험에 의한것일까?

 

 

Book Info.

 

빅 히스토리

저자 _ 이언 크로프턴, 제러미 블랙
출판사 _ 생각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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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시대 불의 발견에서부터 인터넷의 발전까지 인류의 역사를 세밀하게 기록한 책. 시기별로 어떤 사건들이 인류 역사에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면서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를 면밀하게 짚어볼 수 있다. 과학, 역사, 종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개별적 학문을 통합해 인류의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류와 불’을 넘어 인류 자체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