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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양한 _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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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함께하는
소리, 너무나 자연스러운

 

소리는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유체의 압축 그리고 이완의 반복적 작용으로 전파되는 소리는 아마도 ‘빅뱅’과 함께 이 세상에 존재했을 것이다. 그래서 소리는 원초적이고 보편적이다. 사람에게, 동물에게 그리고 식물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소리는 그래서 너무나 자연스럽다.

 

 

소리의 발생
그리고 움직임

 

소리를 발생시키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압력의 변화를 통한 발생이다. 간단한 예는 휘파람 소리다. 입술을 모으고 불어대는 바람에 의하여 압력 차가 생기고 이 압력 차에 의하여 공기의 입자가 움직이고, 이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떨림이 생기면 소리가 발생한다. 이 발생 방법을 ‘압력의 차에 의한 소리(Pressure Source)’라고 부른다.

또 다른 방법은 어떤 물체의 떨림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북이나 책상을 칠 때 나는 소리를 상상하면 된다. 이 경우 북이나 책상 위에 있는 공기 입자들이 움직이게 되고, 이 공기 입자가 진동하며 공기가 압축 이완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 소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을 ‘고체 진동에 의한 소리(Volume Source)’라고 한다.

모든 동물이 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이용하여 소리를 만들어낸다. 해녀가 자맥질을 한 후 긴 호흡을 내뱉으며 내는 소리는 전자에, 우리가 평소 성대를 떨어서 내는 소리나 매미가 날개를 문질러 발생시키는 소리는 후자에 해당한다. 소리의 발생 원인을 분류하고 이해하는 것은 소리 혹은 소음을 제어하는 방법을 생각할 때 매우 유용하다.
그렇다면 발생한 소리는 어떻게 전파될까. 소리가 전파되기 위해서는 매질(Medium)이 필요하다. 아주 간단한 예로, 긴 파이프 끝에 입을 대고 소리 지르면 이 소리가 파이프 안에 있는 매질, 이 경우에는 ‘공기’가 입자를 움직이게 하고, 공기 입자의 압축성에 의해 파이프 안의 공기 덩어리는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게 된다. 압축되는 공기 덩어리의 크기는 만들어진 음파의 주파수(Frequency, 단위 시간당 공기 입자가 흔들리는 횟수)와 파장(Wave length, 단위 길이에 대한 파동의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긴 파이프 속 공기의 진동을 상상해 보면 저주파(Low frequency)의 음파는 단위 시간당 압축 팽창의 횟수가 적으므로 파장의 길이는 길어지게 될 것이다. 매질의 진동과 전파는 이 매질의 운동에 영향을 끼치는 어떤 존재에 따라서 전파의 형태가 달라진다. 매우 쉬운 예로 휘파람을 부는데 앞에 큰 판자가 있는 경우, 판자가 없을 때와 소리가 매우 다르게 전파될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판자 가운데에 있는 공기 입자와 판자 가장자리에 있는 공기 입자의 움직임은 아주 다를 것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판자의 존재로 인하여 소리의 전파가 변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현상을 소리의 반사·굴절·산란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귀에 들리기까지,
소리의 흐름

 

소리의 발생과 전파에 이어 ‘어떻게 듣는가’까지 이해하면 소리의 발생, 전파, 청취의 모든 요소를 알게 된다. 이를 잘 응용하면 대부분의 소리 현상을 엔지니어링 할 수 있다. 사람이 소리를 듣는 것은 크게 외이·중이·내이 그리고 두뇌의 청음 기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기관들의 매우 ‘신비스러운 기능’이 소리의 결정적인 특성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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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이·중이·내이, 그리고 두뇌 청음 기관의 신비스러운 기능이 소리를 들리게 한다


귓바퀴가 모은 소리는 귓구멍을 통해 전달된다. 결국 귓구멍 맨 끝부분의 고막 앞까지 차 있는 공기의 진동이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세 개의 작은 뼈를 진동시키고, 이 뼈의 맨 마지막 부분이 달팽이관을 진동시키고, 달팽이관 내 섬모 모양의 청세포가 진동하여 청신경을 자극시키고, 이 자극이 뇌에 전달되어 사람은 소리를 듣는다. 이 청음 기관의 특성은 매우 복잡하지만 크게 보면 주파수 별 특성과 음압에 대한 특성으로 구분해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주로 1kHz에서 약 3kHz의 소리를 가장 예민하게 듣고 그 이외의 주파수는 덜 예민하게 듣는다. 음압의 단위는 dB(데시벨) 단위를 사용하는데 이는 20μPa(마이크로 파스칼)에 대한 음압의 비를 10을 밑으로 하는 log함수를 취하고 다시 10을 곱한 형태이다.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단위이지만 이런 기괴한 단위를 사용하는 이유는 log 함수가 가지고 있는 편리한 특성이 귀의 청감 특성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120dB의 엄청나게 큰 소리도 들을 수 있지만 아주 작은 소리 즉 10dB 혹은 20dB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120dB이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로 인정해온 20μPa의 10의 12승에 해당하고 10dB이면 20μPa과 같은 음압을 이야기하는데, 이 큰 소리의 변화를 우리는 감지한다.
결국 이러한 소리에 대한 매우 큰 폭의 감지 능력을 이용하여 인간은 위기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가장 작은 에너지를 이용한대화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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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영역은 다양하다. 사람의 가청주파수는 20~2만Hz

 

 

소리의 역사,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고대 국가에서 소리는 국가 경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많은 대중에게 누가 더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가는 그 사람의 정치적 생명을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 등의 음향 효과가 놀랍도록 좋은 것, 즉 무대에서 펼쳐지는 오페라의 대사가 현재까지도 매우 명료하게 들리는 것 등은 모두 다 음향 설계가 매우 과학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피다우로스 원형극장은 소리의 전파와 반사 현상을 잘 이용하여 이야기하는 사람의 소리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하였는데, 이때 이미 소리의 전파를 빛의 전파와 유사하게 보는 학설이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쳐 소리는 주로 악기·음향 등의 분야에서 발전하다 군사적인 이유로 획기적 발전을 이뤘다. 바닷속에서 적군의 위치를 탐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이 내는 소리를 이용하여 위치를 탐지하는 기술이었다. 해류의 영향, 온도 분포 등 복잡한 해양 환경에서 음파의 전파 현상을 잘 이용하는 탐지 기술은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음파 탐지기 발전은 물론이고 제한된 소리 정보, 데이터를 이용하여 원하는 정보, 즉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은 더욱 진보된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달을 요구하였다. 1962년 쿨리-튜키(Cooley-Tucky)에 의하여 제안된 FFT(Fast Fourier Transform) 방법은 과거에 지진파의 주 주파수 3성분을 찾아내는 기계적 방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결국 디지털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되었고 음향 관련 측정 기록 재생의 기술은 아날로그의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했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소리는 이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하여 상상을 초월하여 발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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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4세기경에 지어진 에피다우로스 고대 원형극장은 현재 전문가들도 감탄할 정도로 음향효과가 뛰어나다

 

 

소리,
기술을 입다

 

소위 샘플링(Sampling)을 통한 시간 정보의 변환 기술은 이제 더욱 저렴하고 믿을 만한 성능을 지닌 센서의 출현으로 공간 정보 변환기술의 시대를 열고 있다. 소리 측정 장치는 마이크로폰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요새는 MEMS 마이크로폰이 출현하여 많은 경우에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마이크로폰의 출현은 다수의 마이크로폰을 이용한 측정 장치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였고 대표적인 예가 사운드 카메라다. 사운드 카메라는 다수의 MEMS 마이크로폰을 이용하여 발생한 소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리의 주파수 특성 분석 등 종전 분석기의 기능을 쉽게 할 수 있어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개발 성능시험의 단계에서 사용하면 소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개발 기간의 단축은 물론, 상품의 소음 저감 효과와 음향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여러 개 스피커를 이용하여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자동차 관련 소리를 만들 수 있다. 자동차 실내에서 운전자는 내비게이션 소리를 듣고 뒷좌석에서는 음악을 듣는 소리의 개인 공간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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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카메라는 차의 소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전기자동차의 출현으로 자동차별 고유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시도 또한 매우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소리의 브랜드화를 위하여 마치 작곡가가 작곡하듯이 사운드 엔지니어가 자동차의 소리를 작곡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실용화가 바로 눈앞에 있다. 이제는 길에서 소리를 들으면 어떤 자동차인지 식별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이를 위한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기자동차의 작은 소리가 보행자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자동차에 설치된 카메라로 위험한 보행자를 감지하고 이 보행자에게 경고 소음을 선택적으로 보낼 수 있는 보행자 경고 시스템 또한 개발 단계를 지나 적용을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의 사운드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자동차의 시대에서는 사운드 설계가 자동차의 아주 중요한 상품 특성 결정의 리더가 될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경우에는 자동차의 소음에 대한 접근도 달라진다. 이제는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고 내연기관의 진동을 제어하는 기술은 쓸모가 없어진다. 대신에 공기 흐름으로 발생하는 유동 소음, 타이어 소음 등이 매우 중요한 소음 제어의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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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개의 스피커를 이용하면 한 자동차 내에서 소리의 개인 공간화가 가능하다

 

 

Book Info.

 

배명진 교수의 소리로 읽는 세상

저자 _ 배명진, 김명숙 / 출판사 _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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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로 만드는 목소리부터 미궁에 빠진 수사를 해결한 1.2초 음성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리의 놀라운 능력을 들여다 본다. 병을 치료하고, 학습 효과를 높이며, 환각을 일으키는 것까지. ‘듣는 것’에 불과하다는 관념을 깨고, 보는 것보다 더 큰 세상을 여는 소리의 세계에 빠져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