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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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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빛의
운명적 만남

 

자동차 조명은 19세기 말, 호롱불 형태로 싹을 틔웠다. 필요가 낳은 결실이었다. 이후 헤드램프는 할로겐, 고압방전등을 거쳐 LED로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LED 조명은 차의 안팎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이다. 최근엔 점이 아닌, 면 단위로 불 밝히는 OLED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제어 기술의 진화와 더불어 조명의 기능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자동차 조명,
호롱불로 싹 틔운 이래
눈부신 진화 중

 

터키항공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면 식사 시간에 테이블 위에 조그만 초를 놓아 준다. 꺼질 듯 말 듯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그림자도 덩달아 춤을 춘다. 눈부시게 흰 형광등에 익숙한 우리에게, 감성 촉촉이 적시는 원시적 조명은 아주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사실이 항공사의 깜찍한 조명은 실제 초가 아니다. 발광다이오드(이후LED)로 만든 가짜다. 자동차의 조명도 처음엔 아날로그 감성이었다. 1880년대 처음 나왔는데, 호롱불과 비슷한 형태의 조명이었다. 아세틸렌이나 기름을 연료로 삼았고, 자동차보단 마차가 먼저 썼다. 어둠을 헤치기 위한 필요가 낳은 결실로, 장식적 요소를 배제한 순수 기능 부품이었다.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 요소로 각광받는 오늘날 헤드램프의 위상과 까마득한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1868년 영국 런던의 의회 광장 근처에 세운 최초의 교통 신호등 역시 가스등이었다. 전기로 불을 밝히는 헤드램프는 1898년 처음 등장했다. 1900년대 초부터는 필수 장비로 달기 시작했다. 현대적 개념의 헤드램프와 시동 장치를 갖춘 차는 1912년에서야 등장했다. 전기 교통 신호등은 그로부터 2년 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처음 선보였다.

헤드램프는 구조에 따라 렌즈식과 반사식으로 나눈다. 요즘엔 투명한 커버를 씌운 반사식을 주로 쓴다. 두 가지 구조의 장점을 섞은 프로젝터 타입도 있다. 헤드램프는 불 밝히는 광원(光源)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할로겐과 고압방전등, LED의 순서다. 기능도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다. 진행 방향을 비추거나 상대방의 눈부심을 유발하지 않는 하이빔이 좋은 예다.
가장 대중화된 자동차 전조등은 1962년 나온 할로겐이다. 유리구안에 텅스텐 필라멘트를 고정하고 할로겐 가스를 채운 구조다. 백열 전구와 비슷하다. 1991년 처음 나온 고압방전등을 다는 차도 늘고있다. 국내에선 ‘High Intensity Discharge’의 첫 글자를 딴 HID로 널리 알려졌다. 형광등처럼 필라멘트 없이 전자가 형광물질과 부딪혀 빛을 낸다.

 

 

자동차 안팎
조명으로 인기 끄는 LED

 

고압방전등은 제논 헤드램프라고도 부른다. 구조물 안에 제논 가스를 채워 넣는 까닭이다. 명칭만 다를 뿐 같은 개념의 헤드램프인 셈이다. 바이제논 헤드램프는 전조등과 상향등 모두 제논 방식이란 뜻이다. 고압방전등은 전력 소모가 할로겐의 40%에 불과하다. 반면 밝기는 3배 이상, 수명은 5배 이상이다. 색감도 할로겐보다 한층 희고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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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 헤드램프 트렌드를 이끄는 광원은 LED다


최근엔 LED가 자동차의 차세대 광원으로 관심을 모은다. LED는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ight-EmittingDiode)’의 약자다. LED 광원은 고압방전등보다 밝기가 떨어진다. 그래서 여러 개를 묶어 쓴다. 대신 전력 소모가 훨씬 적고, 수명이 10만 시간에 달한다. 구조도 간단하다. 그래서 디자인이 자유롭다. 습기 찰 염려도 없다.

1970년대 초부터 LED를 생산했다. 당시만 해도 최대 밝기가 0.01루멘 이하에 머물렀지만, 이후 밝기를 개선하고 색을 다양화했다. 그 결과 LED는 전자 제품의 손톱만한 ‘깜박이’ 조명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현재 자동차용 LED 기술을 이끄는 시장은 유럽이다. 헬라, 오스람 등 유럽의 조명 업체가 꾸준히 연구를 거듭해 왔다.

유럽에서는 이미 신차 가운데 80% 이상이 LED 부품을 직간접 조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LED 헤드램프를 처음 단 양산 차는 일본의 렉서스가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쌍용자동차의 G4 렉스턴도 LED로 단장했다. 주간주행등(DRL)과 방향지시등을 통합한 LED포지셔닝 램프와 LED 안개등&코너링 램프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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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E-클래스의 헤드램프는 84개의 LED로 구성되어 있다

 

LED는 자동차 실내조명의 트렌드를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바로 간접조명이다. 광원 한 개의 밝기가 시원치 않다는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킨 경우다. LED 간접조명을 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메르세데스-벤츠다. 신형 E-클래스는 무려 64가지 컬러 가운데 취향에 맞게 골라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실내를 물들일 수 있다.

 

 

 

점에서 면으로,
광원의 개념 바꿀 OLED

 

지금은 LED를 뛰어넘는 광원도 나온 상태. 바로 레이저 헤드램프다. BMW가 2011년, 아우디가 2014년에 공개했다. 레이저 다이오드가 쏘는 청색광이 헤드램프 속의 특수 물질에 닿아 강력한 백색광을 낸다. 최대 밝기는 170루멘으로 기존 LED의 100루멘을 성큼 앞선다. 조사 거리는 최대 600m로 LED의 두 배인 반면 에너지 소모량은 3분의 1 수준이다.
레이저 헤드램프가 내는 빛은 반듯하고 가늘며 멀리 비춘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원하는 특정 지점을 정확히 겨냥해 비출 수 있다. 또한, 광원의 너비가 10㎛으로, 1㎜ 안팎인 LED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원가가 비싸서 BMW i8이나 아우디 R8 LMS 같은 일부 차종에만 단다. 그나마도 아직까진 상향등을 보조하는 제한적 용도로 쓴다. 차세대 조명 전쟁은 이제 유기발광다이오드(이후 OLED)로 손을 뻗었다. BMW는 레이저 헤드램프에 기존의 LED 대신 OLED를 활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전력소비가 LED보다도 적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좀 더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또한, 점 단위로 구성된 LED와 달리 OLED는 전체 표면에서 균일한 빛을 뿜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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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는 LED를 이용해 레이저 헤드램프를 개발했다

 

첨단 조명 분야에서 BMW와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우디는 OLED 테일램프를 공개했다. 이 차는 테일램프의 윤곽이 따로 없다. OLED는 면 전체를 조명 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 꽁무니를 표면의 굴곡을 고스란히 살린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물결치듯 움직이는 등 조명의 형태와 패턴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지난해 아우디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를 통해 차세대 A8의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을 공개했다. 계기판은 14.1인치 커브드(곡면) OLED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은 14.1인치 햅틱 OLED를 쓴다. 둘 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쓴다. 그밖에 공조 장치의 8.4인치 OLED 터치스크린도 삼성이 공급할 예정이다.

 

 

 

광원뿐 아니라
기능 진화도 가속 붙이는 중

 

두 가닥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헤쳐 나가는 한밤의 드라이브. 헤드램프가 닿지 않는 갓길 안쪽에서 보행자가 나타났다. 순간, 자동차의 헤드램프 속 일부 조명이 보행자를 표적처럼 겨냥해 가늘고 예리한 빔을 몇 차례 반짝였다. 덕분에 운전자는 보행자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다. 보행자 역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자동차의 위치와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보행자의 행동엔 거침이 없다. 이번엔 무단횡단을 할 참이다. 운전자는 즉시 차를 세웠다. 보행자는 유유히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 전까지 없던 직사각형 무늬를 밟고 걸었다. 자동차의 헤드램프가 땅바닥에 그린 가상의 횡단보도 표시였다. 헤드램프는 보행자를 계속 비춘다. 하지만 얼굴엔 그림자를 드리운다. 눈부심을 막기 위해서다.

공상과학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이미 상용화를 마쳤거나 초읽기에 들어간 최신 헤드램프 기술이다. 전자는 BMW의 레이저 라이트, 후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HD 디지털 라이트다. 자동차 제조사마다 최신 헤드램프에 붙인 이름과 구현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목표는 같다. 상대방의 눈부심은 덜되 나의 시야는 최대한 밝히는 데 있다. 헤드램프의 광원뿐 아니라 기능도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차의 앞뒤 기울임에 따라 불빛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헤드램프 레벨링 시스템’은 고전에 속한다. 1948년 프랑스의 시트로엥이 수동 방식으로 처음 선보였다. 운전대 조작에 맞춰 불빛 비추는 방향을 바꾸는 기능도 등장한 지 오래다. 보통 ‘어댑티브 헤드램프’라고 부른다. 

상향등을 켜놓고 달려도 마주 오는 차가 있을 땐 알아서 하향등으로 바꾸는 기능도 빠르게 진화 중이다. 이른바 ‘오토 하이빔’이다. 자동차 제조사마다 이 기능의 명칭과 작동원리는 제각각이다. 최근엔 하이빔을 유지하되 상대편 운전자의 눈부심만 없애는 기능까지 선보였다. 쌍용자동차의 2017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 그리고 최근 출시한 G4 렉스턴에는 조명이 부족한 도로를 주행할 경우 상향등을 비추다가 맞은 편 차량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조정하여 상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HBA (High Beam Assist : 스마트하이빔) 기능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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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4 렉스턴에는 HBA(High Beam Assist: 스마트하이빔) 기능이 적용됐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경쟁 이끌어

 

아우디가 신형 A8에 처음 달아 선보인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행렬’이란 뜻의 이름처럼 광원을 촘촘하게 배열했다. 헤드램프의 하이빔 쏘는 부위에 네모난 5개의 반사판을 나란히 붙였다. 그리고 각 반사판마다 5개씩 총 25개의 광원을 숨겼다. 자동 모드에 뒀을 때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고속도로는 시속 30㎞, 도심은 시속 60㎞ 이상부터 하이빔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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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원의 개념을 점에서 면으로 확장시킨 OLED가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형 A8은 카메라로 전방의 상황을 면밀히 감시한다. 가령 마주 오거나 앞서 달리는 차의 위치와 거리를 최대 8대까지 파악한다. 그리고 좌우 합쳐 10개 반사판의 50개 LED를 부분적으로 끄고 켠다. 그 결과 눈부시게 밝되 함께 달리는 차 부근은 상대적으로 얼룩진 빛을 완성한다. 이 얼룩은 주위 차의 움직임에 따라 헤드램프 속에서 잽싸게 옮겨 다닌다.

또한, 갓길 걷는 사람을 감지하면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하이빔 가운데 일부 LED로 정확히 겨냥해 세 차례 깜박인다.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서로의 존재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굽잇길에서 차가 코너를 도는 방향을 비추는 어댑티브 헤드라이트의 기능도 기본. 방향지시등은 차가 움직일 방향으로 물 흐르듯 순차적으로 켜진다. 한편의 ‘조명 쇼’가 따로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HD 디지털 라이트 기술을 공개했다. 이 헤드램프는 좌우에 각각 100만 개의 초소형 거울을 심었다. 이 헤드램프를 단 차는 주행하면서 앞쪽의 카메라와 레이더로 주변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한다. 그리고 좌우 합쳐 200만 개의 거울을 픽셀 삼아 각각 가장 이상적인 밝기값을 1,000분의 1초마다 계산한다. 

픽셀이 조밀한 만큼 빛도 세분화해 밝힐 수 있다. 가령 어둠 속 보행자를 얼굴만 제외하고 비출 수 있다. 차 앞쪽 노면에 내비게이션길 안내 화살표나 횡단보도 무늬를 그릴 수도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는 하나당 1,024개의 LED를 심은 헤드램프도 공개하고, “조만간 양산 차에 달겠다”고 밝혔다. 첨단 조명 경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