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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석현정 _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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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인류의 동거

 

태양의 빛은 어둠을 걷어내고 밝음을 선사하는 일외에도 지구의 공기와 물을 순환시켜 구름을 만들고 비를 내리게 한다. 비는 생명의 젖줄이 되어 생물이 자라는 환경을 마련한다. 빛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어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지구라는 거대한 별을 작동하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바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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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과 그의 저서 ‘광학의 서’

 

 

당연한,
너무나도 당연한 ‘빛’

 

인류가 진화를 거듭하여 문명의 발전을 이룬 토대에는 몇 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사실 이 필수 조건이라는 표현보다는 인류의 최소 생존 조건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빛, 공기, 물, 흙 같은 것들이다. 이 중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생명의 근원으로 빛을 꼽는다. 태양의 빛은 밝음을 선사하는 것을 넘어 지구를 작동하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고대 사람들은 사람이 사물을 인식하는 것이 눈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는 사물에 반사된 빛이 우리의 시신경을 자극하여 뇌가 사물을 본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2년 전, 서기 1115년 이슬람 과학자이븐 알 하이삼도 그의 저서 ‘광학의 서’에서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건, 빛이 물체에 반사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오직 자연만이 가진 능력이었던 ‘빛’을 인류는 전기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창조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구를 제2의 빛이라 부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빛은 1672년 뉴턴의 입자설, 1690년 하위헌스의 파동설, 1905년 아인슈타인의 광자설 등을 거쳐 20세기 초 양자역학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으로 확립되었다. 시간과 공간이 물질(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역시 빛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조명장치, 전자장치는 물론 레이저, 렌즈, 광섬유, 전 세계와 연결된 인터넷, 통신 등의 핵심 기술이 바로 광학 기술이다. 빛은 초당 30만km의 광속으로 이동하는 모든 전자기파를 일컫는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장파장의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테라파, 적외선과 단파장의 자외선, X선, 감마선도 모두 빛의 또 다른 모습이다. 빛은 과학, 천문학, 의학, 건축,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오늘날 우주 개척시대를 열어가는 해법 역시 별빛으로부터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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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파수 혹은 파장 길이에 따른 빛의 구분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은
극히 일부

 

자연의 빛은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며 우리가 쉽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맑게 갠 파란 하늘의 무지개에서 남색을 찾아본 적이 있는가? 물리학자 뉴턴은 빛을 음계로 연결하려 했다. 그가 무지개에 대해서 ‘빨주노초파남보’라는 일곱 가지 구분을 한 동기는 ‘도레미파솔라시’ 음계에 대응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이들은 무지개에 남색이 도대체 어디 있는지 의아해한다. 그런데 더욱 의아한 점은 그들도 어른이 되면 무지개를 보지 않고도 그 남색이 파랑과 보라 사이에 있다고 믿고 산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무지개에서 남색을 본 적이 있는지.

빛이라 하면 눈에 보이는 밝음을 먼저 생각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은 파장의 길이가 380nm에서 780nm인 전자기파에 한정된 부분이다. 가시광선 양쪽으로 파장이 380nm보다 더 짧은 전자기파는 자외선으로 시작해서 X선, 감마선으로 이어지고 파장이 780nm보다 더 긴 전자기파는 적외선, 마이크로파, 그리고 전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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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앞에서 빛나는 그 빛은 전자기파 전체에서 아주 일부분일 뿐이며, 시각은 인간의 지각 활동에 가장 강력한 자극이므로 우리는 그 좁은 영역의 빛에 대해서 생각과 기분, 그리고 경험과 지식을 담아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가시광선은 대기에 거의 흡수되지 않고 통과하다가 공기 입자를 만나면 산란을 해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파장일수록 산란이 더 많이 일어나므로 하늘은 파랗게 보인다. 대신 일출이나 일몰이 되면 가시광선이 통과해야 할 대기층이 두꺼워지고 장파장이 통과할 확률이 더 높다. 즉 해 질 녘에는 태양광이 지표면 관찰자를 향해 비스듬한 각도로 대기를 통과하기 때문에 통과 거리가 길어지게 되고, 파장이 긴 가시광선만 관찰자 시야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노을을 만끽하는 오후에도 지구상의 다른 장소는 한낮인 곳이 있다. 그곳에서 하늘을 보는 사람은 짧은 파장의 가시광선을, 해 질 녘 노을을 보고 있는 우리는 긴 파장의 가시광선을 나눠 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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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색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파장이 서로 다르게 굴절돼 스펙트럼으로 분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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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선이 공기 중의 물방울에 반사·굴절되면 무지개가 나타난다

 

 

감성 조명의
시대

 

감성이 화두가 되면서 조명의 색이나 밝기를 적절히 조절하여 사람의 감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감성 조명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감성 조명에 대한 평가는 편안하다, 무섭다, 우아하다 등 주관적인 판단 정도에 그치지 않고, 심박 수가 증가하여 긴장 상태가 된다거나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신체가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가 되는 현상까지 다루기도 한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그러한 신체 반응을 기반으로 빛을 이용한 테라피 사업이 생기기도 했다.
일상에서 접하는 감성 조명을 살펴보면 휴식을 위한 조명, 더 예뻐보이는 조명, 밥맛이 나는 조명, 공부가 잘되는 조명, 심지어 공포영화를 더욱 공포스럽게 관람할 수 있는 조명도 있다. 조명이 바뀌면 물체 표면에서 반사되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완전히 바뀐다. 조명은 내 눈이 보는 세상을 색칠하는 원천이다. 다만 우리의 시·지각 시스템은 조명 환경의 변화를 최소한으로 지각하도록 완충 작용을 한다. 조명이 특정 색상에 치우친 경우, 색채 지각을 담당하는 세포는 매우 영리하게도 과도한 색상 영역에는 감도를 떨어뜨린다.
이러한 현상을 ‘색순응’이라고 하는데 마치 어두운 터널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이내 주어진 환경의 밝기에 적응해서 밝고 어두움에 대한 판단을 새로운 기준으로 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밝음에 대한 순응은 명순응이라고 하며, 동일한 원리로 색상 지각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색순응이다. 색순응 현상으로 인해 우리는 조명 변화에 둔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조명 변화로 일상을 개선할 수 있다면 상당히 획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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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켜고 끄는 것에서 나아가 취향 저격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조명 인테리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명에 대한 수행 능력을 평가해 본 결과, 약간 차가운 느낌이 감도는 조명 아래에서는 긴장감이 유도되고 이에 기반을 두어 뭔가 집중하는 작업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반대로 따뜻한 느낌의 조명은 편안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데 적합했다. 학생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수업 시간에 따뜻한 색감의 조명을 선호했다. 조명과 학습 효과 간 연관성이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최근에는 조명의 변화에 따라 우리 몸의 호르몬 변화가 더욱 바람직하게 혹은 비정상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밝혀낸 사례도 있다. 건강한 사람은 아침에 깨어있고 밤이 되면 잔다. 수면 시간에는 멜라토닌이 많이 분비되고, 기상 시간에 가까워지면 더 이상 분비되지 않아야 하는데, 이러한 호르몬 변화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명 환경이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어야 하는 오전 시간대에는 단파장 영역의 세기가 높은 푸르스름한 조명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푸르스름하다는 것은 ‘전설의 고향’을 연상시키는 퍼런 조명이 아니라, 표준광 대비 약간 푸르스름함이 인지되는 백색 조명을 말한다.
감성 조명 시대. 조명은 붙박이로 원래 그 자리에 있는 데 익숙했지만 최근에는 가구나 가전 제품처럼 조명 기구를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선택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반대로 가구나 가전 생산 업체에서 조명을 제품 차별화 전략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냉장고만 봐도 알 수 있다. 신선하고 차가운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푸르스름한 조명인 경우도 있지만, 고급스러운 바(Bar)를 연상시키는 주황빛의 조명이 설치된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본인의 소중한 감성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제 조명은 켜고 끄는 것에서 나아가 취향 저격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소재로 거듭났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늘 가까이에 있는 빛이라도 인공적인 빛의 과도한 사용은 ‘빛 공해’라는 이름으로 환경에 해가 되기도 한다. 가로수는 생장에 저해를 받고 별빛, 달빛을 따라 바다를 찾아가야 하는 바다거북은 인공조명의 빛을 따라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환한 인공조명은 앞서 언급한 대로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사람의 생체 리듬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의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현명하게 빛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Book Info.

 

저자 _ 석현정 외 9인 저
출판사 _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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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빛 속에 우주와 생명의 비밀이 숨어 있다” 

빛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우리는 우주 생명의 비밀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빛의 물리적 특성부터 인간의 시각, 별빛을 관측해 밝혀진 우주의 비밀, 빛과 색이 우리의 감성에 미치는 영향, 빛을 감지하는 식물의 감각, 빛을 이용해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첨단 기술까지 빛 연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