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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수연 / photo.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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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상상이
좋은 세상의 출발입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SF세계에서나 가능했던 상상들이 현실에 구현되는 건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일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고수를 이기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심을 달리는 건 이미 실현되고 있는 사건들이다. 이제 상상이란 ‘머잖아 당도할 미래’의 동의어라 해도 좋을 정도다. 국내 SF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인 박상준 서울 SF아카이브 대표를 만나 상상과 공상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공을 넘는 인간의 특권적 유희, 과학적 상상력의 세계로 함께 빠져보자.

 


 

우주전쟁, 타임머신,
외계인을 상상한다는 것

 

 

지금껏 딱히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러나 ‘꽂히는’ 대로 책을 읽고 번역도 하며 마음가는 대로 살다 보니 어느새 국내의 대표적인 SF전문가로 불리며 살고 있다. 막연히 과학자를 꿈꾸다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는 SF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는 사람, <서울SF아카이브>의 박상준 대표 얘기다. 그는 25년째 외국의 SF작품 번역에서부터 출판기획, 칼럼, 강연에 이르기까지 SF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활약하고 있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SF아카이브는 지금껏 그가 모아온 SF 관련작품과 필름, 화보 등을 집대성한 보물창고다. 10년 전 만여 점을 넘긴 이래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국내 최대, 유일의 ‘SF자료실’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 SF의 역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뒤쳐진 상태지만 의외로 그시작은 이미 110년 전부터입니다.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가 잡지에 번역·연재되었더군요.” 그의 소장품 중 우리말로 된 최초의 SF인 그 작품은 당시 일본의 한인유학생들이 번역했다. 꿈꾸고 상상하는 일이란 시대를 통틀어 존재했던 ‘인간의 오래된 즐거움’이었음을 다시금 확인케 하는 작품이다. 지금은 세태가 달라졌다지만, 과거 한때 온 나라 아이들의 꿈이 ‘과학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박 대표 역시 통과의례처럼 ‘공상과학소설’이나 과학만화 같은 걸 섭렵하며 자란 소년이었다. 어쩌면 꿈속에서 외계인을 만나거나 우주전쟁을 치르기도 했으리라. “십대 때 우연히 아서 클라크의 <지구유년기 끝날 때>를 읽었어요. 이전 아동용 축약본만 보다 제대로 완역된 걸 처음 접한 건데, 가히 충격적일 만큼 매력적이더군요. ”SF라는 게 인간 삶의 영역을 탐구하는 심오한 분야라는 걸 이때부터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 깊어가면서 SF가 나름대로 여기에 기여할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진지하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로서 SF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상상과 공상 사이,
그리고 성찰하는
인간의 미래

 

 

“SF를 직역하면 ‘과학소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상과학’ 이라는 말로 옮겨져서 뭔가 허황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하게 된 측면이 있어요. 이게 아마 국내 문화계에 SF가 제대로 안착되지 못하게 한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다른 생물종과 구분되는 인간의 본성이 바로 ‘상상력’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상과 공상. 그 사이의 간극을 따지기 전,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꿈꾸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SF의 중요한 본질이다. 상상하는 힘이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마음속으로부터 이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것이 인간을 발전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한편 그는 SF를 어려운 과학이론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쉽게 전달한다는 식의 계몽주의적, 학습 편의적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 수준의 어려운 과학이론을 다룰수록 좋다는 생각도 당연히 착각이다. SF는 ‘소설’이다. 문학적 작품성과 예술성이 갖춰졌을 때 좋은 SF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예술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결국 과학기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SF의 존재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시기, 인간은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가져다주는 막대한 부와 진보적 가치와 희망적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물질만능, 과학기술 만능의 시대였다. 그러나 1945년 히로시마 원폭 이후 그 견고했던 믿음은 두려움과 공포, 비관적 전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첨단과학기술이 가진 가공할 폭력성과 재앙의 실체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SF 작가들이 미래를 디스토피아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그렇다고 그게 비관적 미래를 확신해서는 아니라고 봐요. 뭔가 현실 세계에 필요한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기능, 과학기술의 부정적 종말 가능성에 대한 성찰 과정을 위한 것이죠.” 과학기술이 가진 양면성에 대한 경고다.

 

현재로 눈을 돌려 인간의 공포스런 종말로 가지 않기 위한 ‘선택’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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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상상력의 힘

 

 

과학적 상상력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미래를 꿈꾸게 하고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헉슬리가 그려낸 ‘멋진 신세계’는 우리에게 오싹한 공포를 일으키지만, 그것이 절망이 아닌 희망의 방향으로 작용하리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세상 돌아가는 양태를 보면, ‘이러다 어쩌면…’ 하는 걱정과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고 털어놓는다. 타락한 욕망이 지배하는 과학기술. 그 비극적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현상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대내외적으로 최근 상식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죠. 불평등, 차별, 환경 등 중요한 이슈를 대하는 태도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모습들이 다분하고…” 과연 우리는 과학기술이 내포하는 위험성을 감당할 수는 있는 것일까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는 ‘더욱 건강한 상상력, 실천하는 상상의 힘이 더 절박하게 요구된다’고 했다. 위기의식이 클수록 ‘좋은 상상이 좋은 미래의 시작’이라는 믿음은 더욱 절박하고 유효하다. 그 ‘좋은 상상’을 위하여 쌍용자동차 가족에게 전하는 추천 작품도 소개했다. 스파이크 존스의 영화 ‘HER’다. 한 남자가 여성 목소리를 가진 인공지능과 연애하는 얘기로 간단히 요약되는 작품인데, 인간 생활에 이미 현실로 실현된 인공지능의 의미와 가능성, 그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했다. “소설이든 영화든, SF를 많이 접한다는 건 시공간적으로 더 확장된 시야를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넓어진 시야는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수준에 걸맞는 정신적 성숙의 기반이 되기도 하지요.” ‘SF 권하는 사람’으로서 그는 과학기술의 모든 영역이 그러하듯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바로 미래의 인공지능을 결정할 출발점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영화 ‘HER’는 인공지능에 대한 좋은 상상을 위한 권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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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가
추천하는 SF 명작 Top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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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인간 지능이 인공적으로 계속 강화된다면? 전능한 신이 정기적으로 지구를 방문한다면? 통찰력 있는 주제를 우아하고 적격한문체로 풀어나가는 SF의 걸작으로 과학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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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서 클라크
<유년기의 끝>


수백 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장대한 스케일과 치밀한 복선, 놀라운 상상력과 충격적 반전속에 우주 속에서의 인류의 존재를 묻는 SF의 고전이다. 인류의 진화와 그 인류라는 종의 끝을 다루고 있으며, 훗날 나온 SF물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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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옥타비아 버틀러
<킨>


타임슬립을 하며 100여 년의 시공간을 오가는 SF 소설로, 흑인 여성 다나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인종, 노예, 젠더 문제를 다루며 출간 당시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SF계에서 독자와 평단의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