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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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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에서 손짓까지

인간의 움직임과
자동차의 삼각함수

 

과거엔 스위치 많은 차를 첨단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 스위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좀 더 직관적이고 쉽게 쓸 수 있는 기술이 나오고 있어서다. 기능과 조작을 일대일로 잇던 물리적 스위치는 이제 통합 제어장치와 터치스크린이 대부분 삼켰다. 최근엔 접촉조차 필요 없이 손짓만으로 모니터의 메뉴를 불러오고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

 

 

사용자 편의성
개선을 위한 노력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이 같은 인과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공상과학 영화 아닐까? 톰 크루즈가 주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좋은 예다. 이 영화에서 잠재적 범죄자를 쫓는 수사관인 톰 크루즈는 손짓과 몸짓으로 컴퓨터를 다뤄 각종 데이터를 불러온다. 이 장면은 오늘날 생생한 현실로 거듭났다. 영화가 나온 지 불과 10여년 만이다.
2015년 BMW가 신형 7시리즈를 출시했다. 유달리 기술 욕심 많은 브랜드답게 별별 장비를 다 담았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은 ‘제스처 컨트롤’이었다. 스위치 누를 필요 없이 센서의 감지 범위 내에서 미리 설정한 손짓으로 각종 기능을 다루는 기술이다. 그러나 아직 음성인식 기술처럼 완벽하진 않다. 시스템이 파악할 수 있는 제스처가 제한적이다. 유저 인터페이스. 우리말로는 ‘사용자 편의성’이다. 낯선 환경에서도 얼마나 쉽게 각종 기능을 다룰 수 있게 디자인하고 설계했는지가 관건이다.

 

사용자 편의성을 가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처음 타는 차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고르고,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보면된다. 어디서부터 손 써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차도 있다.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요소가 단지 조작 방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은 물론 소재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가장 핵심은 역시 각 기능에 접근하고 다루는 방식. 기능과 조작 도구를 일대일 물리적으로 잇는 스위치의 개념은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고객이 싫어한다”며 스위치 이외의 조작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브랜드도 꽤 있었다. 신기술 등장엔 모종의 패턴이 있다.

처음엔 점진적 개선을 거듭한다. 그러다 임계점에 다다르면, 파격을 시도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누군가 차별을 꿈꿔 ‘총대 메고’ 나서면, 경쟁 브랜드는 반응을 살핀다. 그리고 슬그머니 뒤따른다. 자동차에서 기존의 개념을 벗어난 조작 방식은 이렇게 태어나고 영역을 넓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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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가 콘셉트카를 통해 선보인 홀로액티브 터치 기술

 

 

점차 사라져 가는
물리적 스위치

 

한때 스위치 개수가 기술력의 척도인 양 추앙받던 시절도 있었다. 21세기 초만 해도, 앞 좌석에서 누르거나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가 100개도 넘는 최고급 세단이 ‘첨단’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워낙 스위치가 많아 능숙하게 다루기까지 오랜 시간과 나름의 학습이 필요했다.

BMW는 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후 자동차에서 스위치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2001년 BMW는 7시리즈에 기능별 스위치를 뭉뚱그린 ‘i-드라이브(Drive)’를 도입했다. 다이얼을 밀고 당기거나 비틀고 눌러 해당 메뉴를 고르고 선택하는 조그셔틀의 개념이었다. 영상 편집 방송기기에서 주로 쓰는 방식이다. i-드라이브는 여러 스위치의 역할을 아우른, 이른바 통합 컨트롤러다. 스위치와 달리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를 보며 쓴다.
그런데 시행착오도 만만치 않았다. 워낙 많은 기능을 통합하다 보니 깨알 같은 스위치 못지않게 쓰기 어려웠다. 이 차는 통합 제어장치 뿐 아니라 심지어 앞 좌석 시트 조작 스위치도 가운데 팔걸이에 달았다. 너무 앞서나갔다. 때문에 고객과 언론의 불만과 조롱이 줄을 이었다. 결국 BMW는 i-드라이브를 꾸준히 개선하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아우디 또한 같은 해 비슷한 개념의 통합 제어장치를 콘셉트카에 얹어 선보였다. 이듬해엔 최고급 세단 A8에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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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보 XC90의 뒷좌석 승객을 위한 터치스크린

 

아우디는 이 장치를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이하 MMI)’라고 부른다. 조그셔틀 다루듯 쓰는 방식은 i-드라이브와 같았다. 그런데 MMI는 조그셔틀 이외에 자주 쓰는 기능의 버튼을 더했다. 그 결과 한층 쓰기 편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5년 비슷한 방식의 로터리 다이얼을 더한 ‘커맨드(COMAND)’ 시스템을 S-클래스에 얹어 내놓았다.

커맨드는 ‘Cockpit Management and Data’의 머리말 일부를 조합해 만든 용어다. 2008년엔 렉서스도 ‘리모트 터치(Remote Touch)’를 장착한 3세대 RX에 선보였다. 마우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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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보 XC90의 세로형 터치스크린

 

 

터치스크린과
통합 제어장치의 조화

 

통합 제어장치는 스위치 개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하지만 딱히 직관적인 방식은 아니었다. 메뉴 찾는 수고가 뒤따르고,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까닭이다. 가령 예전엔 시트 열선을 켜고 싶을 때 해당 스위치만 누르면 끝이었다.

반면 통합 컨트롤러를 쓸 땐 모니터를 보며 몇 단계를 거쳐 시트 열선 메뉴를 찾아가야 한다. 이런 경우 스위치가 차라리 편하다. 일부 브랜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통합 제어장치 대신 모니터에 집중했다. 터치스크린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그 결과 터치스크린이 수 많은 스위치를 삼켰다.

나아가 별도의 장치를 다루지 않고 모니터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 한층 직관적이다. 터치스크린을 극단적으로 사용한 주인공이 바로 테슬라다. 센터페시아를 화끈한 17인치 터치 스크린으로 덮었다. 최근엔 통합 제어장치와 터치스크린을 동시에 쓰는 브랜드가 늘고있다. 아우디와 BMW,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랫동안 터치스크린을 외면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주의력 분산. 모니터를 건드리기 위해 손 뻗는 과정에서 운전자의 시선이 흐트러져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조금 황당한데, 지문이 묻어 모니터가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도 고집을 꺾었다. BMW 신형 5시리즈가 좋은예다. i-드라이브와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을 모두 갖췄다. 나아가 통합 제어장치에 직접 터치 기능을 넣는 추세다. 아우디 MMI와 BMW의 i-드라이브는 조그셔틀 다이얼 윗면에 터치패널을 씌웠다. 


그 결과 여기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입력해 내비게이션 목적지 등을 설정할 수 있다. 렉서스는 2008년 일찌감치 통합 제어장치를 터치패널로 바꿨다. 이른바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이하 RTI)’다. 디자인은 한층 단순해졌다. 손바닥으로 감싸 쥘 구조물도, 조이스틱도 몽땅 사라졌다. 이제 십자선 표시된 검정 패드로 모든 조작을 소화한다. ‘리모트 터치’는 목표물을 겨누고 누르는 방식. 반면 RTI는 터치하고 문지르는 개념으로 확장시켰다.

‘리모트 터치’가 데스크톱 컴퓨터였다면 RTI는 노트북의 터치패드나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과 가깝다. RTI는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 확대하고 축소하는 조작까지 소화해낸다. 책장 넘기듯 손가락으로 패드를 스쳐 메뉴를 넘나들기도 한다. 촉각을 통한 피드백도 여전히 가능하다. 이전엔 조이스틱에 저항을 걸었는데, 이젠 패드 전체에 진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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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서스 신형 LS의 리모트 터치 시스템

 

 

제스처와 눈동자 읽는
기술로 진화 중

 

일부 자동차 업체는 제스처 컨트롤 같은, 접촉조차 불필요한 조작 방식을 선보였다. 핵심은 동작인식 기술.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BOX)나 닌텐도 위(Wii) 같은 게임기를 통해 일반인에게도 익숙하다. 그러나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 기술로 진화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제스처 컨트롤은 스위치나 터치스크린, i-드라이브를 만지는 수고마저 덜어준다. 가령 오디오의 음량을 키우고 싶을 경우 센터페시아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킨 채 허공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된다. 터치스크린의 메뉴는 손바닥을 좌우로 휘저어 바꿀 수 있다. 해당 기능에 맞는 제스처를 모니터에 그래픽으로 띄워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바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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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치스크린과 동작인식 기술을 적용한 폭스바겐의 R 터치 시스템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에서는 아직 인식률이 떨어지는 동작인식 기술을 보완하기 위한 묘안도 나왔다. 이를테면 홀로그램을 이용해 허공에 띄운 가상의 스위치로 기능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이때 카메라는 손가락의 위치를 읽고 초음파를 쏜다. 그러면 가상의 버튼을 누를 때마다 손가락 끝에 진동이 온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CES에서 ‘R 터치’ 기술을 적용한 골프를 공개했다. 동작인식 기술 기반의 새로운 조작 시스템이다. 센터페시아엔 스위치가 전혀 없다. 대신 12.8인치와 8인치 두 개의 모니터를 달았다. 터치로 모든 기능을 다룰 수 있다. 또한, 오버헤드 콘솔의 카메라로 손의 움직임을 읽어 화면을 건드리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다. 몸짓 인식 기술은 트렁크에도 녹아 들고 있다. 뒤 범퍼 아래쪽을 향해 발로 차는 시늉을 하거나 차체 뒤쪽 엠블럼에 손을 가까이 대면 트렁크 도어가 스르르 열린다.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시작해 빠르게 대중화되는 중이다.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제조사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분모도 있다. 심오한 기술일수록, 한층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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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차기 시늉만으로 테일 게이트를 열 수 있는 포드 이스케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