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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Inside

writer. 김형준 _<모터트렌드> 편집장

새로운

UX의 시대

 

자동차 설계의 중심,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최초의 특허등록 내연기관 차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자동차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단순한 모양이었다. 운전자 앞에는 조향장치가 전부, 브레이크 역시 의자 오른쪽에 기다란 레버로 대신했다. 머잖아 운전석에 동그란 운전대와 페달, 엔진 시동 관련 스위치 등이 마련됐지만 ‘조작하는 공간’으로서의 개념이 크게 변하진 않았다. 제작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설계자들은 자동차에 ‘보다 편리한’이라는 개념을 더해갔다. 차내 각종 조작 장치가 운전자의 동선 내에 놓였다. 모든 행위의 우선순위가 ‘원활한 조작’에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의 운전공간을 전투기 조종석을 나타내는 ‘콕핏(Cockpit)’이라 부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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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

 

승객의 편의와 만족을 위한

실내 설계

 

조작의 편리함, 기능을 쉽게 익힐 수 있는 직관적인 레이아웃에 보기 좋은 미적 감각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긴 해도 조작성, 기능성을 중시하는 운전공간 설계의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운전석을 콕핏이라 부르는 일은 점점 어색해지고 있다. 조작 못지않게 ‘경험’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험은 ‘감성’ 또는 ‘만족감’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운전자를 비롯한 자동차 실내에 있는 모든 승객에게 특별한 기분을 선사하는 것이 최근 자동차 실내 설계의 숙제인 까닭이다. 바꿔 말해 과거 자동차 설계의 핵심이 인체공학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 UI) 또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으로 옮겨가고 있다. UI 또는 UX가 자동차 실내공간 설계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건 2000년대를 전후해서부터다. 승객의 편익을 위해 전자식 편의 장비와 차량 제어 기능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다룰 제어 논리가 요구됐기 때문이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가 선보인 통합 인터페이스 시스템은 차내 모든 기능을 하나의 컨트롤러와 간략한 제어 패널로 다루는 걸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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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의 코맨드 통합 인터페이스 시스템

 

이 장치들은 다이얼과 버튼으로 가득 찬 대시보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접근 방법은 간단했다. (다이얼을) 돌리거나 밀고 당긴 다음 눌러 선택하면 끝. 마우스로 거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는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응용한 것이었다. 이 통합 인터페이스 시스템들은 저마다의 제어 논리와 메뉴 구성으로 무장했지만 그럼에도 도입 초기에는 생소하고 번거로운 작동법으로 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다. 통합 인터페이스 기기의 등장은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또 다른 창작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버튼이나 스위치, 다이얼이나 레버, 여기에 크고 작은 액정 정도가 차내 제어장치의 전부였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프리미엄 3사 같은 제조사들은 일찌감치 IT 기업 출신의 디지털 환경 설계 전문가를 영입해 UX 디자인 분야를 강화해왔다. 요즘 자동차의 조작 환경이 스마트 기기와 비슷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행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UX

 

자동차의 UX 환경은 최근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조작 방식은 (버튼과 다이얼을) 누르고 돌리는 기존 방식에 터치 제어, 음성 명령, 심지어 사람의 손동작으로 조작을 대신하는 제스처 컨트롤까지 도입됐다. 운전자와 승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다변화됐다.

한층 커진 메인 스크린(센터페시아), 아날로그 계기판을 대체한 디지털 디스플레이, 주요 정보를 윈드스크린에 투영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은 더 이상 고급 차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주행환경에 도사린 위험 상황은 청각과 시각(경고음과 경고신호)에 의자나 운전대의 진동을 통해서도 전달한다. 차에 담긴 기능, 차가 운전자나 승객에게 전하는 정보의 양이 과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진 탓에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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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의 제스처 컨트롤

 

운전자의 사용 경험이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진다는 걸 감안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구현해야 하는 최근의 자동차 UX는 한층 어려운 숙제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 UX는 머잖아 또 한 번의 변혁을 거쳐야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선 앞서 언급한 재래식 자동차의 페달 배치부터 무의미해진다. 운전대와 페달이 제거된다면 자동차 실내공간은 더욱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승객이 앉는 의자의 형태나 주변환경도 기존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의자는 등받이를 세우고 꼿꼿이 앉는 형상 대신 신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형상으로 바뀔 것이고, 운전석 의자도 대시보드에서 멀리 떨어져 위치할 수 있다. 이는 스위치나 컨트롤 패널 같은 조작 장치가 대시보드에서 (실내 어딘가 놓일) 운전석 의자 주변으로 이동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성 인식, 제스처 컨트롤은 보편적 제어방식이 될 터이고 승객이 정보를 살피는 디스플레이가 옆면부터 천장까지 실내공간 어디에나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로 다가온

미래 UX 기술

 

올해 선보인 콘셉트카들을 보면 이 같은 UX의 변화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당면한 현실임을 알 수 있다. 지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등장한 아우디 아이콘(Aicon) 콘셉트는 SAE 레벨 5의 자율주행 기술을 탐구한 차답게 실내에 운전대와 페달은 물론재래식 버튼이나 계기조차 갖추지 않았다. 2+2인승 구조의 실내는 3면을 디스플레이로 채웠고 대시보드는 쓸모 있는 선반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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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차 객실 

 

차내 기능의 조작은 음성 명령과 눈동자 인식 장치등으로 대신하며 윈드스크린은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스크린으로 기능한다. 프랑스 푸조가 올해 초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MWC)에 출품한 인스팅트(Instinct) 콘셉트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시대의 자동차 UX를 보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이차는 자율주행과 손수 운전의 두 가지 주행 모드가 있는데 자율주행 모드가 선택되면 운전대와 컨트롤 패널이 대시보드 아래로 숨어 들어간다. 이때 가속과 제동을 위한 페달 역시 거주공간 확보를 위해 바닥으로 들어가고, 의자는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자세로 위치를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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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조 인스팅트 콘셉트 인테리어

 

삼성이 제안한 아틱 클라우드(Artik Cloud)를 허브로 삼고 교통량과 기상조건, 운전자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그날의 주행모드를 제안한다는 아이디어도 흥미롭다. 그저 아이디어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일본 혼다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내놓은 어번 EV(Urban EV) 콘셉트의 2019년 출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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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어번 EV 콘셉트 인테리어

 

이 차는 대시보드 상단 외에 도어 트림에도 길다란 디스플레이가 마련돼 있는데 이는 사이드미러로 수집한 주변 상황을 보여주는 역할을 겸한다. 자율주행 차에서 제거 1순위일 것 같은 운전대 역시 폐기 되기보단 기능을 더욱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전화와 엔터테인먼트, 경적 등 기존 기능뿐 아니라 심박수 센서까지 림에 포함시킨 정전식 운전대는 이미 개발을 끝내고 상용화 시점만 조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