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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Inside

writer. 김형준 _<모터트렌드> 편집장

세계 경제 상황과

함께 흐르는 

대중형 자동차 산업의 방향

 

대중 자동차 변천사

 

어느 시대에나 대중형 자동차(Economy car)가 존재했다. 초창기에는 포드 모델 T가 대표적이었고,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 유럽에선 간소한 미니카가 그것이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전륜구동 설계가 완성된 1970년대 유럽에선 해치백, 미국에선 일본 소형 세단이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B 세그먼트 SUV가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 증대에 한몫한

대중 자동차

 

자동차의 첨단 기술은 고가의 럭셔리 모델이나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비롯해 점차 대중적인 모델로 확산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대표적인 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유지 보조장치, 전방 추돌 경고·방지 시스템 등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와 같은 대중용 소형 SUV에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모든 발전사가 이 같은 과정을 통해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시장의 저변에서 피어난 움직임이 자동차 산업의 큰 물줄기를 바꾼 경우도 적지 않다. 20세기 초가 꼭 그랬다. 초창기 내연기관 자동차는 소위 젠틀맨 드라이버로 불리는 신흥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차를 한자리에 모아 파티를 열고 내기 경주도 하며 자동차라는 신문물을 만끽했고 이는 머잖아 모터쇼가 되고 자동차 경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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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8년 포드 모델 T

 

그러나 자동차가 문명에 깊숙이 파고드는 계기를 만든 건 미국 포드가 내놓은 모델 T였다. 포드는 컨베이어벨트로 대변되는 대량생산 체제 덕분에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고 이내 평범한 이들도 자동차를 거느리게 됐다. 저가의 대중용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자 사회도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해갔다. 포드 컨베이어벨트 생산체제는 미국에 머물지 않았다.

유럽이 이를 흡수했고 전 세계가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 자동차 사회화)의 시대로 나아갔다. 이후에도 대중 자동차는 자동차의 저변을 확대하고 해당 국가 또는 세계 경제의 규모를 키우는 주역으로 기능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대중 자동차의 등장 시점이다. 이들은 대체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거나 전쟁의 거대한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직후에 혜성처럼 나타나곤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 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세계대전이라고는 해도 전장은 유럽대륙에 집중돼 있었던 탓에 당시 유럽 대부분 도시는 폐허나 다를 바 없었다. 전쟁배상금을 물고 경제 제재까지 받은 패전국은 사정이 더 심각했다. 그럼에도 황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고 파괴된 생산시설을 새로 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가 되살아났고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들도 많아졌다. 문제는 가용 자원이었다. 모든 물자가 전쟁에 동원됐고 쓸만한 자원은 국가 기반시설 등을 복구하는 데 우선 투입돼 자동차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자원 부족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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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트 누오바 친퀘첸토

 

디자이너들은 자연스럽게 자원을 적게 쓸 수 있는 소형차를 구상했다. 대표적인 모델이 1957년 등장한 이탈리아 피아트의 누오바 친퀘첸토(Nuova 500)다.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만 1959년 영국에서 선보인 로버 미니도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추구한 경제적인 대중차라는 점에선 누오바 친퀘첸토와 궤를 같이한다.

대중 자동차는 한편 ‘국민차’라는 별칭으로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기도 했다. 시초는 1938년 독일에서 태어난 폭스바겐 비틀이다. 포르쉐 창업자인 천재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설계한 이 차는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겠다”는 말로 국민을 선동한 히틀러의 주문에 따라 만들어졌다. 역사의 해석은 저마다 다르지만 저렴하고 품질 좋은 가족용 차로 전쟁준비에 지친 독일인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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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8년 폭스바겐 비틀

 

국민차는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는데, 대체로 경제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는 개발 도상국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모터리제이션이 가속화한 한국 역시 국민차 계획 아래 1991년 대우국민차를 통해 최초의 경차 티코를 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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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 티코

 

이는 한국에 앞서 일본이 실행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한 일본은 1950년대 미국이 경제규제를 해제한 뒤부터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동차 산업을 국가 경제의 근간으로 삼기 위해 1955년 국민차 육성 요강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국민차 구상에는 최고시속 100km 이상, 리터당 30km 이상 주행, 차량 가격 25만 엔 이하 등의 목표도 포함돼 있었다. 짐작하다시피 1930년대 히틀러의 ‘국민차 프로젝트’가 일본 국민차 구상의 모티프였다. 나아가 당시 육성 요강은 4행정 360cc 엔진, 차체 길이 3m, 너비 1.3m, 높이 2m라는 차체규격을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경자동차라는 개념이 이때 처음 등장한 것이다. 경자동차는 소상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자동차 대중화의 밑거름이 됐다.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는

자동차 시장의 패턴

 

1950~60년대 대중차가 국가기간사업에 가까운 국민차 프로젝트 아래 빚어졌다면 1970년대 이후 대중 자동차는 세계경제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제조사 중심으로 태어나고 자생했다. 두 차례 석유파동으로 인한 세계 경제위기,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에 둔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같은 악재가 연속된 1970년대의 대중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은 혼다 시빅을 비롯한 일본산 소형 대중차의 인기가 대단했다. 특히 시빅에 실린 CVCC 엔진은 어떤 미국차도 만족할 수 없었던 당시의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가볍게 통과해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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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시빅 CVCC

 

미국인들 역시 혼다의 기술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때의 좋은 인상은 2010년대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 유럽은 폭스바겐 골프가 시장을 강타했다. 간결해 보이면서도 견고한 해치백 차체, 작지만 충분히 넓은 공간, 빼어난 효율과 다부진 주행성능을 두루 갖춘 이 차는 단숨에 전 유럽을 아우르는 베스트셀러 지위에 올랐다. 경제적인 소형 해치백을 향한 유럽의 내리사랑은 이때 뿌리내린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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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스바겐 골프 Mk 1

 

경기가 회복되면 크고 화려한 차의 위세가 올라가고 국제유가가 급격히 오르거나 경제 위기가 닥치면 실용적인 소형차 판매가 늘어나는 건 수십 년간 반복돼온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턴이었다. 그리고 시대가 대중 자동차를 필요로 할 때마다 부상하는건 어김없이 경차·미니카나 소형 해치백·세단 등의 승용차였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B 세그먼트로 분류되는 소형 SUV의 등장 때문이다.

SUV는 특수 목적용 자동차였지만 이내 승용 자동차의 여러 부류 중 하나로 편입됐다. 그리고 파워트레인의 효율 향상, 차체의 경량 기술, 주행안정성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제어기술의 발달과 함께 상품성이 올라가면서 이제는 일반 승용차와 구분되는 새로운 승용자동차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SUV의 종류와 가짓수는 일반 승용차 못지 않다.

성장하는 데 한계에 봉착한 일반 승용차와 달리 판매가 꾸준히 늘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소형 B 세그먼트 SUV의 성장세는 더욱 놀라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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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B 세그먼트 SUV 르노 캡처

 

흥미로운 점은 소형 해치백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유럽에서조차 B 세그먼트 SUV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차종은 여전히 B 세그먼트 서브콤팩트 승용차지만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차종은 B 세그먼트 SUV 스몰 크로스오버다.

지난해 이 차급은 유럽에서만 16% 성장했다. 분위기는 한국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13년 9천 3백대로 출발한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은 이듬해 약 2만 8천 6백대, 그다음해 5만 7천 7백여 대로 매년 100%이상 신장했다. 지난해엔 10만 5천여 대 판매로 안정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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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볼리 아머

 

그 중심에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있다. 티볼리는 지난해 5만 6,935대가 팔리며 동급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모든 국산 소형차의 합계(1만 8,179대)보다 많은 양이다. 티볼리의 인기는 올해도 여전해서 지난 10월까지 판매량 합계가 4만 6,097대에 가깝다. 동급 SUV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소형 크로스오버 SUV는 이미 2010년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대중 자동차로 우뚝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