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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rend

writer. 김용섭 _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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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왜
변화하는가

 

서점의 재발견

 

‘서점’을 떠올리면 ‘책’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동네서점’을 떠올리면 문득 ‘사양 사업’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서점을 책을 사는 공간으로만 여겼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젠 바뀌었다. 서점은 하나의 문화공간이자 놀이터가 되고 있다. 덕분에 숨 죽어가던 동네서점이 트렌디한 공간으로 새롭게 뜨고 있다.

 

 

동네서점이 트렌디한 공간으로
거듭나는 이유

 

지금 말하는 ‘동네서점’은 과거에 우리가 알던 영세한 동네서점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의 동네서점은 규모만 작았을 뿐 대형서점과 같은 책을 팔았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이나 교육 문제집을 팔았던 판매공간이지 문화공간이 아니었다. 책만 팔던 동네서점은 점차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위세에 눌려 사양화될 수밖에 없었
다. 하지만 요즘 새롭게 꾸려진 트렌디한 공간으로서의 동네서점은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도 파는 곳이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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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들이 원하는 술집은 많은 종류의 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술 마실 분위기가 좋은 곳일 수 있듯이,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기 좋은 곳이 좋은 책방일 수 있다. 트렌디한 카페가 늘어나듯 동네서점도 트렌디한 공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늘어나고 있다.
맥주를 마시며 소위 ‘북맥’할 수 있는 서점, 주말마다 소규모 콘서트나 공연이 열리는 서점, 일반 서점에서는 팔지 않는 독립출판물만 모아 놓은 서점, 유명인이나 전문가가 자신만의 특별한 취향을 담은 서점 등 각자의 개성을 담은 서점을 차리는 경우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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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임대료 비싼 강남에 동네서점이 수십 년만에 새로 들어선다. 동네서점은 책 파는 것뿐 아니라, 책방 주인이 특별히 추천하거나 선별한 책들을 팔며 동네 사람들과 책을 매개로 어울리고, 동네 사랑방처럼 들를 수 있는 곳이 되는 게 변화의 차이다. 책을 파는 작은 서점에서, 새로운 문화공간이자 책 읽고 토론하고 강연도 들으며 사람들끼리 교류도 하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통해 동네서점의 부활을 꾀하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덜 사고, 덜 읽는다고 해도 책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독서량은 더 늘었다. 결국 읽는 사람들끼리의 문화 공간으로서의 서점의 가치는 확실히 유효하다. 이런 이유로 확실히 서점은 바뀌었다. 아니 바뀐 서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서점이 책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요즘 서점은 고객이 책 사고 나가는 그 이상의 동선과 공간, 즐거움, 경험을 제공한다. 호텔 힐튼 부산과 아난티오너스클럽 등으로 구성된 부산의 고급 리조트 아난티코브에는 흥미롭게도 1,855㎡ 규모의 서점이 있다. 비싼 공간에 왜 돈 안 되는 서점을 크게 만들었느냐는 우려와 달리, 실제 반응은 좋다고 한다. 상품으로서의 책이 아니라 문화이자 취향으로서의 책을 다루는 이 서점에는 베스트셀러나 신간 서적 보다 고전이 많다. 심지어 도서검색대나 안내창구가 없다. 책을 빨리 찾아 빨리 사가는 서점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직접 찾고 고르는 서점이다. 얼핏 서점 장사에는 득이 안 될 방식 같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것이 앞으로 서점이 추구해야 할 방향일 수도 있다. 취향 중심의 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서의 서점이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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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 책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음식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레스토랑에서 팔고, 가구와 인테리어에 대한 책을 가구점에서 팔고, 패션에 대한 책을 패션매장에서 파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책만 파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에서 해당 콘텐츠를 다양하게 아우르면서 소비하는 복합 공간으로서의 서점, 아니 독립된 역할로서의 서점이 아닌 기존의 다양한 공간에 기생하는 서점도 활성화될 수 있는것이다. 여행마니아들이 자주 모이는 여행을 테마로 한 카페에서 여행서적도 사고 여행관련 상품도 공유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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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이 하나둘씩 사라진 건 우리가 책을 덜 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책을 너무 상품으로만 사고팔았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서점에 대한 정의는 바뀌었다. 책만 팔지 않고 책도 파는 곳이 서점이자, 책과 연관된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를 파는 공간이 바로 서점이다. 새롭게 진화한 동네 사랑방 같은 동네서점이 여기저기 새롭게 자리 잡는 것도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신이 책을 가까이해야 가능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