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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ity

writer. 김지아 _수원과학대학교 항공관광과 겸임교수 ı illustrator. 김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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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갖춘 술잔에 스미는
비즈니스 유대감

 

나라별 음주 에티켓

 

사회생활에서 술자리는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친밀감과 유대감을 높이는 중요한 사교의 자리이다. 지구상에 수많은 나라가 존재하는 만큼 세계적으로 다양한 음주 문화와 예절이 있으므로 술 한 잔이 깊은 비즈니스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숙지해야 한다.

 

 

예를 중시하는
동양의 술자리 문화

 

우리나라만큼 엄격한 주도(酒道), 즉 술 마시는 방법과 도리가 존재하는 나라도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먼저 술을 올리는 헌주(獻酒)가 예의이며, 술을 따를 때는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이나 팔꿈치를 가볍게 받치고 오른손으로 따르는데, 이는 예부터 도포의 도련이 음식물에 닿지 않도록 왼손으로 옷을 쥐고 오른손으로 술을 따른 풍속에서 기인한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마시는 ‘수작문화(酬酌文化)’를 지닌 우리나라에서는 자기가 마시고 난 잔을 곧바로 상대방에게 권하는 반 배(返杯)가 예의이지만 최근에는 건강과 위생상의 이유로 꺼리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지 못하더라도 술자리에 참석한 이상 첫 잔은 사양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며, 두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다만 손아랫사람으로부터 술잔을 받을 때는 한 손으로 받아도 무방하나 이때도 오른손으로 받는다. 받은 술잔을 바로 내려놓으면 달갑지 않다는 의미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술잔을 입술에 대는 정도의 예는 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손윗사람 앞에서는 옆으로 살짝 돌려 마시는 것이 예의이다.

서로 잔을 맞대고 마시는 ‘대작문화(對酌文化)’를 가진 중국은 그들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음주문화와 예절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손님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의미로 초대한 사람이 먼저 술을 따르며, 술잔은 돌리지 않는다. 술잔은 가득 채워 따르고 잔이 비기전에 계속 첨잔해 줌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한다. 중국인들은 권한 술을 거절하면 친해지고 싶지 않거나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술을 받으면 보통 식지(食指)와 중지(中指)를 구부려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려 감사의 뜻을 표하는데 이는 청나라 건륭제가 암행 중 차()로 유명한 장시∙저장 일대의 찻집에서 뛰어난 맛의 롱징차(龙井茶)를 맛보게 되자 곁에 있던 신하에게 이를 권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갖출 수 없었던 신하가 손가락을 구부려 탁자를 세 번 두드려 감사를 표 한데서 유래한다.
건배는 중국의 음주예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건배는 빈번한 교역이 이루어졌던 서양에서 건배 후 상대방과 동시에 술을 마심으로써 술에 독이 들어있지 않음을 증명하고 서로의 신뢰와 결속을 확인한 데서 유래한다. 중국에서는 우리처럼 여러 명에게 동시에 건배를 청할 수도 있지만 일대일로 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최자와 주빈만이 건배를 청할 수 있다. 건배시에는 자신의 잔을 윗사람보다 낮게 하여 예를 표한다. 건배 도중 잔을 내려놓는 것은 결례이며, 만약 거리가 멀어 직접 건배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테이블 위 회전판에 자신의 잔을 부딪치고 상대방도 같은 동작을 취하여 건배를 대신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술을 마실 때 보통 ‘깐뻬이(干杯)’나 ‘수이이(随意)’라는 말하는데 ‘건배’라는 뜻의 ‘깐뻬이(干杯)’는 ‘잔을 비워라’라는 의미를 ‘수이이(随意)’는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셔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깐()’을 외치며 술을 권하면 한 번에 다 마시는 것이 예의이며, 첫 잔은 가능하면 비우고 상대방에게 술잔을 보여 다 마셨음을 증명한다.
일본에서는 술을 마실 때 대작(對酌)으로 시작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자작(自酌)을 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술잔은 돌리지 않으며, 우리와는 반대로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먼저 술을 따라주는 사배(賜杯)가 예의이다. 윗사람에게 두 손으로 술을 받거나 따르기도 하지만 한 손을 사용해도 결례가 되지 않는다. 첨잔을 실례라고 여기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술잔이 비기 전에 첨잔해 주는 것을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여겨 미덕으로 생각하며, 잔에 1/3 이하로 술이 남았는데도 첨잔하지 않으면 ‘자리를 그만 마무리하자’ 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술을 그만 마시고 싶을 때는 술잔을 손으로 가려 덮거나 술잔이 가득 찬 상태로 그대로 놓아두면 마시고 싶지 않다는 의사 표현으로 여겨 더 이상 권하지 않는다. 건배를 자주 하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처음 한 번만 건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자주 건배하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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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에 따른
술자리 매너

 

개인주의와 합리주의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자기 잔에 제 술을 따라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는 ‘자작문화(自酌文化)’를 가진 나라가 많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주량과 취향에 따라 각자가 알아서 술을 마시며, 비용은 더치페이로 한다. 영국에서는 공식적인 모임일때 격식을 갖춰 영국 여왕에게 먼저 건배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대표적인 나라인 프랑스의 음주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와인이다. 식사 테이블에 와인이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프랑스에서는 주로 식사와 함께 와인을 즐기며, 어릴 때부터 식사 시 물을 탄 와인을 마시기 때문에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와인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 식사 중 와인을 마실 때는 직접 따라 마시지 않고 초대한 사람이 따라주기를 기다려야 하며, 초대한 사람은 손님에게, 남성은 여성에게 먼저 잔을 채워주는 것이 예의이다.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기울이지 않아야 하며, 권한 와인을 더 마시고 싶지 않으면 잔의 가장자리에 손을 가볍게 얹는다. 와인을 식사와 함께 마실 때 자칫하면 잔에 음식 찌꺼기가 남을 수 있어 와인을 마시기 전에는 냅킨으로 입을 살짝 눌러 닦아야하며, 입안에 음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마시지 않아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주정하거나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을 몰상식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술은 식욕을 돋우거나 분위기를 즐기는 정도로만 마시는 것이 좋다.
‘맥주대국’ 독일에서는 술을 권하거나 술잔을 돌리는 법이 없고 더치페이로 스스로의 음주량을 조절하는데, 술을 권하고 싶으면 상대방에게 술을 사야 한다. 맥주 역사가 오래된만큼 성숙한 음주문화를 가진 독일인들은 자기를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적당히 술을 마신다.
음주예절을 중요시하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주최자가 술잔을 들며 ‘위하여(Zum Wohl)’를 외치기 전에 먼저 술잔에 입을 대는 것을 결례로 여기며, 이는 스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위스인들은 술자리 참석자들과 일일이 술잔을 부딪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을수록 소요되는 시간도 길며,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술자리가 긴 편이다.
보드카로 유명한 러시아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자리를 바꾸지 않고 고정된 장소에서 술을 마신다. 외부에서보다 집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으며, 초대한 사람의 술 준비가 늦어지면 예의가 없다고 여긴다. 우리는 다 마신 술병을 테이블에 둔 채 술을 마시는 반면 러시아에서는 치우면서 마시는데 이는 테이블 위에 빈 술병이 있으면 마지막 병이며 술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술을 따를 때는 두 손으로 잡지 않고 한쪽 손바닥으로 술병을 받쳐 들고 따르며, 여성과 손윗사람에게 먼저 따른 후 마지막에 자기 잔에 따르는 것이 예의이다. 와인의 경우 먼저 자기 잔에 조금 따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따라 준 후 다시 자기 잔에 따른다.
세계에는 이처럼 다양한 음주문화와 예절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며 기분이 좋을 만큼 마시고 자중할 줄 아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