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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rend

writer. 김용섭 _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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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웠던 공간이
갑자기
빛을 받게 된 이유

 

핫플레이스, 그리고 도시재생

 

성수동의 랜드마크가 된 대림창고는 과거엔 단지 낡은 창고에 불과했지만, 도시재생을 거쳐 멋진 카페이자 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명품브랜드의 주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문래동의 대선제분 밀가루 공장도 폐공장이 도시재생을 통해 서울패션위크 패션쇼를 비롯, 모터쇼와 각종 행사를 하는 곳으로 진화했고, 부산의 고려제강 폐공장도 카페이자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인 F1963으로 재탄생하며 센텀시티 근처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었다.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도시재생의 힘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의 중요한 코드는 ‘도시재생’ 이다. 폐공장을 되살리고, 낙후된 저개발 지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려 기존에 없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무조건적인 재개발의 시대는 끝났다. 부수고 새로 세우기만 하면 돈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개발이 곧 최선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결정적으로 낡은 것에 대한 가치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개발보다 재생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덕분에 재생할 것들이 많은 낡고 허름한 건물이나 지역에 기회가 생겼다. 예전엔 화려하고 멋진 건물이 잔뜩 들어선 동네가 핫플레이스였다면, 이제 오래되고 낡은 것이 희소가치를 갖는 새로운 매력으로 주목받는 놀라운 일이 생긴 것이다. 특히 풍요의 시대를 살아온 밀레니얼 세대에겐 낡은 가치, 도시재생이자 건축재생 같은 화두가 새롭고 멋져 보인다.
낡은 건 부수고 번듯한 건물을 세우는 게 최선이라 여겼던 이전과 다르게 ‘도시재생’은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유지하며 변화를 꾀한다. 이젠 낡은 것이 가진 세월의 흔적이 역사와 콘텐츠가 되고, 개성과 매력이 되는 것이다.
성수동, 연남동, 망원동, 익선동, 후암동 등 현재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동네들은 한결같이 허름하고 낡은 동네였다는 특징이 있다. 숨은 핫플레이스로 시작했지만 속속 진입한 대기업 때문에 이제는 대형 상권이 된 가로수길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뜨는 동네 치고 허름한 동네가 아니었던 곳이 없을 정도다. 폐공장과 낡은 건물이 멋진 공간이 되고, 허름한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되는 건, 더 이상 대자본의 힘만으로는 상권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그런 식으로 형성된 상권은 너무 많은 데다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 시선의 방향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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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로 7017

 

버려진 것에서
놀라운 매력을 찾아내다

 

연남동이 떴다. 연남동에 있던 경의선 철로가 폐선되면서 이곳이 숲길 공원으로 조성됐는데, 연남동 센트럴파크를 줄여 ‘연트럴파크’라 불린다. 단지 녹지만 만들어진 게 아니라 경의선 숲길을 따라 트렌디하고 멋진 카페와 레스토랑, 쇼핑 공간, 전시 공간 등이 들어서며 2030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이다. 용도 폐기된 철로를 공원으로 재탄생 시킨 도시재생의 힘이다.

서울역 고가 ‘서울로 7017’도 비슷한 접근의 도시재생 사례다. 서울역 고가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도시재생의 가장 유명한 사례이기도 하다. 뉴욕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된 하이라인 파크는1980년대 이후 버려진 화물 운송 철도고가 도시재생의 산물이다. 폐철로를 없애지 않고 방치하다 20여 년 만에 공중정원이자 공원으로 만들어 뉴욕 시민의 사랑을 받는 휴식 공간이면서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핫플레이스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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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하이라인 파크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도 낡고 오래된 건물이 많던 지역이었으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도시의 소외지역이자 낙후지역이었던 런던의 쇼디치 또한 젊은층의 대거 유입과 도시재생으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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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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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쇼디치


도시재생은 도시의 이미지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는 쇠퇴해가는 공업도시였는데, 시의 모든 재원을 총 투자할 만큼 결사적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여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로 하여금 미술관을 설계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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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그렇게 탄생된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빌바오를 찾게 만든 최고의 관광자원이 되어, 쇠퇴한 공업도시를 관광도시로 되살렸다. 100년도 넘은 전라도 광주의 1913송정역시장은 기업이 관여해 젊은 공간으로 재탄생되어 유동인구가 십수 배 이상 늘고, 지역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경우다. 특히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젊은층의 유입을 위한 작업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 서울 경동시장 한쪽에는 ‘상생장’이란 공간이 있는데, 복합 문화 먹거리 쉼터로서 오래된 시장 건물 한쪽을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생시킨 곳이다. 낡은 듯 트렌디한 이런 공간 방문기는 젊은이들의 SNS을 뜨겁게 달구곤 한다.
외국에서 먼저 확산된 트렌드인 ‘도시재생’은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흐름을 우리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버려지고, 쇠퇴하고, 용도가 끝난 것이라도 어떻게 재생하느냐에 따라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더 없는 매력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