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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Inside

writer. 김형준 <모터트렌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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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포드의 키패드

(우) 패러데이퓨쳐 FF 91


이제 자동차 키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

 

자동차 키의 변천사와
미래 모습 전망

 

 

“나 어릴 적엔 전화기로 게임을 할수 없었어.” 요즘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얘길 하면 어김없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다.  “정말이요? 그럼 게임을 어떻게 했어요?” 어디 그뿐이겠나.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만지며 자란 신인류(?)들은 열쇠를 구멍에 꽂고 돌려 자동차 문을 여는 광경조차 거의 본 적 없다.

 

하긴 우리 세대 또한 시동을 걸려면 차 앞으로 가서 엔진 크랭크를 직접 돌려야 했던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보다 솔직히 말해 1900년대 초의 자동차에 과연 문이 달려 있긴 했는지, 심지어 운전자들이 자동차 키라는 들고 다녔는지조차 미심쩍다.

 

 

보안과 편리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자동차 키

 

자동차 키가 엔진의 ‘시동키’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40년 후반부터의 일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1910년대 찰스 케터링(Charles Kettering)이 발명한 전기식 셀프 스타터 장치가 없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일이다. 이 장치는 캐딜락에 처음 쓰였고 이후 운전자들은 보닛 앞에 서서 크랭크를 힘주어 돌리는 수고를 덜고 운전석에 앉아 점화 스위치와 스타트 버튼, 클러치 조작만으로 간단히 시동을 거는 편리를 누리게 됐다.

 

이후 자동차 키는 보안과 편리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발전해나갔다. 자동차 도난을 막기 위한 경보 장치(이모빌라이저)는 초창기 자동차에도 쓰여왔다. 그리고 자동차의 보안 대책은 1940년대 중반 개발된 트랜스폰더라는 무선 송수신 칩이 시동키에 더해지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차 키를 시동키 박스에 꽂으면 엔진 ECU와 트랜스폰더 칩이 신호(특정 주파수)를 주고받게 되고 이때 칩이 보내는 주파수가 차의 주파수와 일치하는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게 하는 방식이다. 트랜스폰더와 엔진 ECU의 신호가 다른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고 이모빌라이저가 우렁찬 경고음을 울리며 도난을 막게 된다.

 

트랜스폰더 칩은 1990년대 이후 출시된 거의 모든 자동차 키에 들어가 있으며 1990년대 말부터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1990년대 후반부터 이모빌라이저를 의무장착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무선주파수 방식 트랜스폰더 대신 적외선 센서로 차내 ECU와 소통하는 시동키를 사용했는데, 도난 방지에 탁월한 반면 분실이나 파손됐을 때는 수백만 원의 비용 지불을 감수해야 했다.

 

편리함이라는 측면에선 원격 제어(리모트 컨트롤) 기능을 빼놓을 수 없다. 단파주파수를 통해 차의 문을 열거나 잠그는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리모트 컨트롤 키가 등장한 건 1980년대 즈음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도 일부 고급차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값비싼 장비였다. 리모컨 키의 기능은 도어나 트렁크의 잠금/해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니밴의 슬라이딩 도어를 여닫거나 주차장에서 강도 등을 만났을 때 주변 도움을 요청하는 패닉(panic) 버튼을 자동차 키에 마련하는 브랜드도 제법 많았다.

 

리모컨 키의 잠금과 해제 버튼을 길게 눌러 창문 등을 여닫을 수 있는 기능도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쓰여 왔다. 지금은 흔한 기능이 됐지만 차 키를 꺼내지 않아도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키리스 엔트리 시스템도 1980년대부터 사용됐다. 창문 틀에 달린 키패드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시작이었는데 이 방식을 처음 쓴 포드는 이와 유사한 잠금 해제 장치를 현재까지도 일부 차에 쓰고 있다. 시동키는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둔 채 손잡이를 어루만지는 것만으로 잠긴 문을 열거나 반대로 잠글 수 있는 스마트 키는 1998년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에 처음 도입됐다. 고급 자동차를 중심으로 쓰이던 이 장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일반 대중차에까지 널리 퍼졌다. 이 무렵부터 자동차 키에서 시동에 필요한 금속 키 뭉치(!)를 보는 건 드문 일이 됐다.

 

운전대 뒤에 놓여 있던 시동용 키 구멍도 간단한 버튼으로 빠르게 바뀌어갔다. 스타트 버튼은 운전자의 충돌안전성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구멍에 꽂아둔 시동 키에 무릎을 부딪혀 다칠 위험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찰스 케터링의 셀프 스타터 장치가 선보인 지 100여년 만에 일어나 큰 변화였다. 자동차 키는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BMW 7시리즈와 i8의 키는 열쇠라기보단 작은 디지털 단말에 가까운 모습이다. 작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차문을 열고 닫는 것뿐 아니라 실내온도를 조절하거나 배터리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심지어 차 외부에서 원격 주차까지 해낸다. 재규어 F 페이스의 액티비티 키(Activity Key)는 아예 샤오미 미밴드나 삼성 기어 핏과 같은 스마트 밴드 형태를 하고 있다. 차 키 없이 손목에 차고 있기만 해도 차 문과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고 방수도 가능해 서핑이나 스키 등 외부 레저활동이 활발한 이들에게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미래의 자동차 키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과 같은 흐름이면 스마트 키라 부르는 영리한 차 키 뭉치도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 CES(소비자가전박람회)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라는 신생 고급 전기차 브랜드가 내놓은 FF 91이 대표적이다. 이 차는 시속 97km 가속을 2.39초에 해치우는 가공할 성능과 함께 FF 에코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통합 장치로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먼저 사용자는 FFID라는 계정을 만든다. 이 계정에는 사용자 개인의 운전 환경이 기록된다. 시트의 위치,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선호하는 실내 온도, 운전 스타일 등이 그것이다. 계정을 등록한 사용자가 차 근처로 다가오면 FF 91은 실내외 조명 장치를 밝히고 실내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등 바로 주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채비를 한다. 차 사용이 미리 승인된 사용자는 차 키 없이 바로 문을 열 수 있다. 어라이벌 인터페이스(Arriva lInterface)라는 장치 덕분이다. 이 장치는 B 필러와 실내에 내장된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문을 여는 것뿐 아니라 시트 위치, 온도조절 장치 등도 사용자 환경에 맞게 알아서 제어하는 것이다.

FF 91은 얼굴을 인식하는 것뿐 만 아니라 표정까지 읽어낸다. 표정으로 운전자의 기분을 가늠해 그때그때 음악이나 차내 온도, 향기, 마사지 기능 등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개념은 2017 CES에서 폭스바겐을 통해서도 소개됐다. 폭스바겐 유저 ID와 연동되는 디지털 키 기술이다. 유저 ID에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환경이 등록된다. 무드 조명의 색깔이나 밝기, 인포테인먼트 장치의 디스플레이 구성, 운전석 높이와 거리 같은 것 말이다. 먼저 사용자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유저 ID 앱으로 계정을 등록하고 개인 설정 정보를 입력한다. 이후 사용 방법은 짐작하는 것과 같다. 유저 ID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몸에 지니고 차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만이다. 이 기술은 운전 환경과 관련한 설정뿐 아니라 사용자가 외부에서 이용하던 미디어 콘텐츠를 차내에서 이어받아 즐길 수 있게도 한다.

 

나아가 사용 권한의 부여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녀가 몰래 차를타고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 이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트렁크 잠금을 풀 수 없게끔 설정하는식이다. 유저 ID는 이번에 소개됐지만 디지털 키 기능은 폭스바겐 차에 이미 쓰이고 있다. 2년 전 CES에서 처음 소개된 이 기술은 이후 전기차 e-골프에 적용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