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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rend

writer. 김용섭 _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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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그 취향의
깊이와 공유

 

취향의 심화

 

취향은 사전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을 의미한다. 흔히 우리가 옷을 입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갈 때 각자가 끌리는 방향이 다르기 마련이다. 이를 보고 패션 취향, 독서 취향, 여행 취향이 다르다고 하는데, 방향을 조금만 바꿔 말하면 취향은 그만큼 모두가 가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남가는 대로 따라가는 이들도 많지만, 이젠 자신의 취향 없이 맹목적으로 유행만 좇는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

 

 

취향을 드러내는
사람들

 

지난 수년간 자기 개성을 찾고, 특별한 취향을 갈구하던 이들이 하나 둘 존재감을 드러내고있다. 특히나 SNS는 개인이 각자의 취향을 공유하는 데 크게 일조한 공간이다. SNS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취향이 쏟아지는 상황을 접한 많은 이들이 점점 취향에 대해 관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제 SNS에서 비싼 시계나 자동차, 명품을 자랑하는 건 촌스러운 일이 되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단시간 내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보다 경험과 취향을 자랑하는 게 멋진 일이 됐다. 가령 어떤 공연을 봤는지, 어떤 디자인의 의자를 샀는지, 어디를 여행하고, 어떤 미식을 경험했는지 같은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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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누리고, 겪으며 다듬어지고, 또 쌓여 이뤄지는 것이 바로 ‘취향’이다. 비싼 물건을 자랑하는 게 결과에 대한 자랑이라면, 취향을 자랑하는 건 어떤 과정을 겪었느냐에 대한 자랑이자 자신이 가진 취향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자랑’이라는 자체는 비슷해 보여도 방향이 다르다. 진정한 취향의 깊이를 가지려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도 든다. 결국 취향은 투자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취향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그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풍부하게 겪은 후에야 가능한 얘기다. 많이 누린 후 그 중에서 정말 자기에게 맞는 게 무엇인지 가려내는 과정을 거쳤기에 온전한 자신만의 취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취향은 깊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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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시대. 취향을 갖는 것이 중요한 욕망이 되니 취향을 찾아주는 것이 비즈니스가 되기도 한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향수 전문점 ‘데지레 퍼퓸(Desire Parfums)’에는 샤넬의 No.5도, 디올의 쟈도르도 없다. 모든 향수는 아무 글자도 적히지 않은 테스트병에 담겨 있다. 오로지 자신의 후각에만 의지해 향수를 골라야 하니, 향수에 대한 나의 진짜 취향을 알 수 있다. 브랜드나 로고에 기대지 않은, 온전한 자신의 취향을 찾아주는 이 같은 ‘취향 비즈니스’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리스토어와 홈 퍼니싱으로 본
취향 소비자의 확산

 

취향 소비자들의 진화 덕분에 가장 두드러지게

성장하는 분야가 자동차를 복원하는 리스토어(Restore)와 집꾸미기를 뜻하는 홈 퍼니싱(Home Furnishing)이다. 자동차와 집은 살아가는 데 거의 필수적인 도구다. 그만큼 일상과 가까워 개성 없이 소비했던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취향을 적극 반영한 일상을 누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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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선 오래 전부터 트렌드로 여겨졌던 리스토어는 무조건 새것이 아니라 낡은 것이 가진 가치에 대한 주목이다. 문화적으로 엔틱, 빈티지가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일률적으로 생산되는 기성품이지만 자신만의 취향을 반영한 개성을 부여하면 특별한 맞춤 상품이 된다. 어떤 분야 건 취향이 심화되면 남들과 다른 개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그것이 문화현상에서 시작해 소비와 라이프 트렌드로 커져간다. 이제 한국인에게 자동차가 그런 대상이다. 국내에 리스토어 트렌드를 촉발시킨 초기 마니아들은 이제 대규모 업체로 성장하기도 했다. 요즘은 쌍용자동차의 무쏘와 코란도를 리스토어하는 이들도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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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인테리어는 한국인의 홈 퍼니싱의 핵심 이슈다. 가구회사와 유통업계 등이 모두 뛰어든 홈 퍼니싱 업계는 몇 년째 실적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진데다 집에 대한 태도도 바뀌고 취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집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려는 욕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SNS와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과 생활공간을 공유하고 자랑하는 트렌드 역시 한몫했다. ‘집을 어떻게 꾸미느냐’가 자신의 취향을 가장 쉽게 드러내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덕분에 천편일률적이던 집 공간도 훨씬 개성적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비싼 것을 과시하던 태도가 기성세대의 의식주 전반에 녹아있었다면, 지금 세대는 ‘취향’을 의식주 전반에서 드러내려 한다. 이제 취향이 소비의 중심이 되고, 중요한 비즈니스 코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취향에 대한 관심은 곧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고, 이는 자기중심적인 개인주의자들의 확산으로도 볼 수 있다. 개인주의의 시대는 우리에게 취향의 시대도 함께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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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시대가 지나면서 이제는 오히려 취향을 숨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별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주로 이런 선택을 한다. 남들 모두의 유행이 되지않고 자기만 좋아하는 특별한 것으로 남겨두기 위해 일부러 숨기는 경우다. 트렌드세터들이 드러낼 취향과 숨길 취향을 스스로가 구분하기 시작한다. SNS에서 취향을 과시하고 자랑하면서 은근한 질투와 부러움을 즐기는 이들도 많지만, 진짜 핵심이 되는 취향은 여전히 숨기는 경향도 있다.

사실 취향은 자기의 내밀한 욕망이기도 하고 특별한 안목이기도 하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쌓은 안목과 욕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쌓은 것이다. 그러니 취향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면 느낄 수록 쓸데없는 과시나 자랑은 안한다. 뭐든 좋은 건 다 숨어있다. 은밀하게 잘 감춰야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과연 당신은 어떤 취향을 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