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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Inside

writer. 김형준 _<모터트렌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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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이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

 

자동차 전기장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자동차가 전기장치를 쓰기 시작한 건 1910년대부터다. 1911년에 처음 전자식 혼(horn)이 발명됐고 이듬해엔 전기 스타터가 등장했다. 1920년대 들어 전기 시동장치가 대부분의 차에 달리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배터리도 자동차에 없어선 안 될 부속품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배터리의
단계적 진화

 

자동차에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쓰인 건 1920년대 부터지만 배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역사서에 따르면 바그다드 지역에선 BC 250년경부터 이미 배터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현대식 배터리의 기초는 18세기~19세기 초에 세워졌다. 이탈리아의 생물학자 루이지 갈바니는 개구리 해부실험 중 황동 철사 자극에 개구리 다리가 꿈틀대는 것을 보고 ‘동물 전기’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동시대의 이탈리아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는 갈바니의 발표 내용에 의구심을 품었고, 1800년 실험을 통해 ‘두 가지 서로 다른 금속과 개구리의 체액이 전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양극과 음극, 전해액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기를 생성하는 배터리의 원리가 이때 세워진 것이다. 충전해 재사용이 가능한 현대식 납축전지(Leadacid battery)는 1859년 프랑스의 가스통 블랑테가 발명했고 1883년 룩셈부르크의 과학자 헨리 튜더에 의해 대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920년대 무렵의 자동차용 2차 배터리의 전압은 6V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차내 전기장치도 6V에 맞게 규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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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쉬 납축전지


자동차 배터리의 전압은 1950년대 들어 2배인 12V로 껑충 뛰었다. 엔진이 커지고 압축비도 올라가면서 더 큰 전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전압이 커지자 차내 편의장치도 빠르게 발전해갔다. 카 오디오가 대표적이었다. 1930년대부터 AM 라디오 정도의 기능뿐이던 카 오디오에 FM 수신기능과 레코드 플레이어가 더해지고, 1960년대부터는 진정한 카 스테레오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배터리도 진화했다. 1971년 미국 델코-레미는 프리덤 배터리(Freedom battery)를 선보인다.

전극 판과 전해액을 든든한 케이스에 넣고 밀봉해 이름처럼 유지관리의 번거로움을 없앤 납축전지였다. 프리덤 배터리의 등장으로 운전자는 틈틈이 전해액을 채우고 재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부터 해방됐다. 부식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했던 이전 배터리와 달리 부식되는 일도 거의 없는 진정한 ‘프리덤’ 배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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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량화를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쓴 포르쉐 911 GT3 RS


자유를 얻은 운전자와 달리 자동차 배터리는 점점 혹사당하기 시작했다. 운전자와 승객이 요구하는 차내 편의사양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카 스테레오는 고출력 사운드 시스템과 결합되어 갔고 GPS 내비게이션과 같은 새로운 장치도 등장했다. 에어컨디셔너의 중요도도 점점 커져서 자동 에어컨이 늘어났다.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의 기능 대부분이 전자화되고, ABS와 TCS, ESC 등 컴퓨터화된 주행보조장치도 빠르게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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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세데스 AMG GT의 리튬이온 배터리

 

2000년대 들어 정차 시 엔진 시동을 끄고 켜는 아이들링 스톱-스타트 장치가 더해지자 배터리가 갖는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 장치는 엔진을 재시동할 때 특히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시동이 꺼지더라도 승객은 차내 편의장치를 계속 사용한다. 기존 12V 납축전지로는 이 모든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기 어렵다. 일반 배터리보다 출력 밀도가25% 정도 높고 수명은 3배까지 긴 AGM 배터리의 사용이 빈번해진 배경이다. 무게 증가에 민감한 스포츠카는 납축전지 대신 아예 출력이 더 크고 가벼운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기도 한다.

 

 

효율 증대를 위한
새로운 배터리 기술

 

그리고 2010년대 말, 차량용 배터리 분야는 바야흐로 48V 배터리의 시대로 진입했다. 100년 가까이 지속된 12V 배터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 세상 모든 자동차가 12V 규격의 전기장치를 사용하고 있고, 단숨에 48V 규격의 시대로 접어드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 한동안은 기존 12V와 새로운 48V 배터리 및 전기장치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48V 배터리의 등장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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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디 RS5 TDI 콘셉트에 적용된 48V 시스템


하나는 전자장비의 증가다. 최근 자동차는 그 자체가 전자장비라 해도 좋을 만큼 전기화돼 있다. 단순히 인포테인먼트나 에어컨, 파워윈도 등의 편의 장비뿐 아니라 파워트레인과 스티어링, 브레이크, 서스펜션 같은 차의 움직임과 관련한 장치까지 전기 에너지로 작동되고 있다. 나아가 차선유지와 보조, 차간거리 유지와 긴급제동 등의 첨단 주행보조 장치 사용도 크게 늘었다.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가는 추세를 고려하면 자동차의 전기화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처럼 전기 에너지 기반의 장치가 늘어나면서 기존 12V 배터리만으로는 그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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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V 기반의 아우디 전동기계식 로터리 댐퍼


또 다른 이유는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의 강화로 인해 내연기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의 환경규제는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48V 배터리 시스템, 보다 정확하게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내연기관의 효율을 개선하고 나아가선 내연기관과 그 자동차의 수명까지 연장하는 새로운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48V 배터리 시스템의 장점은 기존 12V 배터리에 비해 4배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전압으로 첨단 전자화된 장치를 보다 신속하고 매끄럽게 작동시켜 차의 주행품질과 주행성능까지 향상시키는 셈이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는 첫 SUV 모델인 벤테이가에 48V 기반의 액티브 안티롤 바 기술을 적용해 차의 흔들림을 줄이고 핸들링 성능을 향상시켰다. 독일 아우디가 소개한 48V 전동기계식 로터리 댐퍼는 바퀴와 48V 배터리 사이에 발전기를 겸하는 댐핑 시스템으로 노면 충격과 차체 떨림을 다잡는다. 아우디는 엔진 퍼포먼스 개선에도 48V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로 전자식 과급장치다.

배기가스 구동 방식의 과급기 (터보차저)는 충분한 출력이 발휘되기까지의 시간이 걸리고 출력 공백(터보 래그)이 크다는 벨트 구동 방식 과급기(슈퍼차저)는 엔진에 직접적인 부담이 가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아우디의 48V 전자식 터보차저는 전동모터로 터빈을 돌려 공기를 압축시키는 방식으로 이 같은 재래식 과급장치의 단점을 지웠다. 매끈한 출력 상승과 연료소모의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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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디 48V 전동 터보차저의 작동원리


실제로 48V 배터리 시스템은 내연기관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워터펌프와 에어컨 콤프레서 등 기존에 엔진 크랭크샤프트와 직접 연결해 구동하던 장치를 전동화해 출력 손실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스타트 모터의 성능을 보강해 엔진 시동성능을 강화하고 저회전 때의 부족한 출력까지 보완하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부품 전문업체 델파이는 e차저(e-charger)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저회전 토크는 25%, 가속성능은 30%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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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파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데모카


델파이 제프 오웬스 CTO에 따르면 2025년에는 전세계에서 팔리는 신차 10대 중 1대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출 전망이다. 연간 1,100만대 수준으로, 그의 예측대로라면 이들 차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약 150억 리터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에 대해 아이슬란드 전체 크기만한 숲이 탄소 포집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