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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Driving

writer. 편집실 ı photo. 유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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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과 태백,
깊은 길을 오르다

 

깊다. 백두대간 허리를 지키는 우뚝 솟은 산세가 깊고, 그 사이사이를 둘러가는 길이 깊다. 한 시대를 고스란히 먹여 살린 탄광의 갱이 깊고, 어느덧 석탄가루 대신 초록을 발산하는 6월의 녹음 또한 깊다. G4 렉스턴으로 정선과 태백이 품은 깊이를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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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m 고지에서 누리는 신록

 

터널 하나를 지날 때마다 산세가 장엄해진다. 강원도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자연의 이정표다. 일찌감치 끊긴 고속도로 대신 국도와 지방도를 넘나들다 태백선 철길 아래로 난 굴다리를 서너 번 통과하다보면 어느덧 정선과 태백의 경계, 함백산 자락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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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함백산(1,573m)은 자동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오프로드를 즐기는 운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정상까지 이르는 비포장 길의 차량 통행이 막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4 렉스턴과 함백산으로 향한 건 정선 고한읍 정암사에서 만항재에 이르는 길, 만항재에서 함백산 등산로 입구와 태백선수촌을 거쳐 태백시로 넘어가는 드라이브 코스가 제법 짜릿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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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사에서 만항재로 올라가는 길은 오솔길의 정취가 깊다. 길이 좁게 난 만큼 양 옆의 나뭇가지가 서로 맞닿아 이맘때면 초록 지붕이 길게 이어진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이고 달릴 때는 반드시 창문을 내리고 청량한 기운까지 함께 즐겨보길 권한다. 드라이브만으로 아쉬운 이들에게는 만항재가 기다리고 있다. 태백과 정선, 영월이 만나는 해발 1,330m에 위치한 만항재는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하다. 하늘과 맞닿은 천상의 화원에는 빽빽한 소나무 숲길과 고지에서 더욱 존재감이 빛나는 각양각색 야생화가 어우러져 호젓한 산책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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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에서 다시 오르막길을 택하면 함백산 정산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함백산의 기운이 모인 골짜기의 꿈틀거림을 내려다보며 달리는 고지 드라이빙의 묘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의 정점인 태백선수촌에서 내려다보는 산세는 고요하고 웅장하다. 그 사이로 인간의 길을 허락한 것만으로 새삼 감사하다. G4 렉스턴 역시 이곳에서만큼은 속도나 질주가 아니라 동행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넘는다.

 

 

탄광의 기억, 예술로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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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과 태백은 사방이 산이다. 산에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터전이다. 찬란한 녹음으로 뒤덮인 함백산도 한때는 국내 최대의 탄전 지역으로 광부들의 땀이 더 진하게 밴 곳이었다. 자신의 깊은 속을 힘껏 내어준 함백산은 이제 까만 석탄 대신 초록이 더 어울리는 산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갱도의 막다른 곳인 막장이 일상이었던 광부들과 탄광촌의 삶을 쉽사리 잊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한 시대가 그들에게, 이 산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 부채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찾은 곳이 정선 삼탄아트마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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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아트마인은 번화했던 탄광촌과 쇠락한 폐광촌 사이의 간극을 예술로 채운 대한민국 제1호 예술광산이다. 정선군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의 골격을 최대한 유지한 채 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폐산업시설의 을씨년스러움을 애써 지우지 않고 낡고 빛바랜 모습을 고스란히 살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수평갱도와 수직갱도의 입구를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고, 광부들의 작업 도구, 월급 명세서와 같은 각종 서류 등도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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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아트마인이 특별한 건 단지 기록하고 보존한 박물관이 아니라 투박한 옛 광업소 안에 부드러운 예술을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3,000여 명의 광부들이 동시에 몸을 씻던 샤워장에는 비너스 조각상이 있고, 옷을 빨던 세탁실에는 역동적인 설치미술이 어우러진다. 수직갱도의 입구가 있는 조차장, 그 회색빛 철길에 피어있는 꽃 세 송이만으로도 마음이 울컥해진다. 삼척, 태백, 영월 지역에는 평생을 광부로 살아온 이들이 많다. 삼탄아트마인 곳곳을 둘러보며 그들의 치열함 덕분에 조금은 따뜻했음을 새삼 돌아본다. 한편 삼탄아트마인에는 광산 관련 전시뿐 아니라 개성있는 현대미술 작품과 수집품 또한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강원도의 맛, 담백한 삶의 풍미

 

강원도의 밥상 역시 산과 가까이에 있다. 담백한 곤드레 나물을 넣어 지은 솥밥과 쌉쌀한 메밀면이 일품인 막국수에 감자전까지 더하면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기에 하루 종일 누빈 강원도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지금은 별미로 꼽히는 곤드레밥의 경우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춘궁기의 배고픔을 덜기 위해 밥으로 지어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지난한 시절과 이어지는 한 끼의 맛은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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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 렉스턴과 함께 떠난 정선과 태백은 이렇듯 깊은 속내를 보여준다. 굽이진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더 높이 오르고 더 깊게 들어간다. 한때는 탄광으로 번화했지만 이제는 꽃을 피우고 녹음을 발산하는 자연을 굽어보며 지나온 시대의 길도 되짚어본다. 정선과 태백, 영월으로 통하는 더 빠른 길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고 굽이진 고갯길을 G4 렉스턴으로 달리며 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천천히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것. 길 위에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를 파고 들어가는 것이 진정으로 짜릿한 질주가 아닐까. 정선과 태백 깊숙한 곳을 누빈 G4 렉스턴의 드라이브는 어느 때보다도 묵직하게 나아갔다.

 

 

Driver’s Comment
영월과 태백의 드라이브 코스는 급경사와 급회전 구간이 많다. G4 렉스턴은 초반 응답성이 빨라 언덕에서 가속페달을 밟고만 있어도 부드럽게 올라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4중구조의 초고장력 쿼드프레임으로 차체가 견고해 코너링을 할 때 쏠림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점도 놀라웠다. 차가 높아 어느 정도의 턱은 무리 없이 넘을 수 있었다. 오프로드도 안정감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nformation

정선·태백 드라이브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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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삼탄아트마인 -> 정암사 -> 만항재 순으로 찾는다. 만항재에서 태백시로 통하는 태백선수촌 방향과 상동계곡이 유명한 영월 상동 방향을 택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급커브길이 많고 비탈도 심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