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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rend

writer. 김용섭 _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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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식() 패션

 

세미 베지테리언

 

한국인들에게 채식을 말하면 가장 먼저 건강, 피부, 다이어트를 떠올린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채식에 대한 얘기를 하면 앞서 한 얘기에다 사회적 소비와 생태주의, 동물복지, 환경주의 등이 더해진다. 아니, 고기 먹고 안 먹고를 뭐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식은 이제 입맛이나 취향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태도와 연결된다.

 

 

채식주의 확산은
육류 소비량의 급증 때문

 

전 세계적으로 육류 소비량은 지난 20년간 두 배 정도 늘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육류 생산 환경이 우리의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육류 생산이 공장형으로 바뀌고, 폐쇄형 사육시설에서 사료만 먹이며 소, 돼지, 닭 등을 키운다. 값싸게 육류를 공급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집단적 발병이 계속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선진국에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들이 계속 만들어지는데, 이왕 고기를 먹더라도 건강한 고기, 살아있는 동안은 좀 더 행복했던 고기를 먹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여서 다행이지, 우리 위에 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동물복지 면에선 이런 자각도 필요하다.
한편에선 육류 소비나 과체중, 비만을 걱정하지만 사실 전 세계 기아 인구는 8억 명 정도나 된다. 식량 부족은 인류의 중요한 문제다. 물 부족도 세계적 문제다. 하지만 우린 고기를 먹겠다고 상당한 곡물과 물을 가축 사육에 쓴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이지만 전 세계 농토의 1/3 이상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 돈이 더 되는 축산업에 쓰기 때문이다. 축산업에서 지구 전체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5% 정도가 나온다. 축산은 인류에겐 중요한 단백질 공급 산업이지만 다른 한쪽에선 지구 환경에 다양한 악영향을 끼친다.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 변화에 불을 붙이고, 숲을 파괴하며, 식량과 물 부족을 부르고,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채식주의자 유형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비건’이라 하는데, 비건은 채소와 과일만 먹는다. 여러 채식 유형 중에서 가장 엄격하다. 고기는 당연하고,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 달걀조차 먹지 않는다. 심지어 먹는 걸 떠나 실크나 가죽같이 동물에게서 원료를 얻는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락토’는 비건처럼 채식을 하지만, 우유와 유제품, 꿀 등은 먹는다. ‘락토 오보’는 달걀까지 먹는다. 이렇게 비건, 락토, 락토 오보까지를 채식주의자, 베지테리언이라고 한다.
세미 베지테리언, 즉 준 채식주의자의 대표적인 유형이 ‘페스코’다. 이들은 해산물까지 먹는다. 또 다른 유형인 ‘폴로’는 닭, 오리 같은 조류까지 먹는다. 플렉서블 베지테리언을 뜻하는 ‘플렉시테리언’은 융통성 있는 채식주의자로 평소엔 채식을 하지만 비즈니스 식사 자리, 가족 행사 시의 식사 자리 등 경우에 따라 생선은 물론 조류, 불가피한 상황에선 돼지고기, 소고기까지도 먹는다. 가장 쉽게 유행처럼 늘어날 수 있는 유형이 플렉시테리언이다. 육식으로부터의 결별이 아니라 채식을 중심에 두고 융통성 있게 육식도 겸하는 것이다.

 

 

새로운 패션이 된
채식주의

 

국내외 유명 연예인이나 명사들이 세미 베지테리언인 경우가 많아졌고, 이것이 그들의 SNS를 통해 널리 확산된다. 1020세대들은 이런 영향을 비교적 쉽게 받는다. 아울러 유명 셰프들도 나선다. 전 세계 8개국에서 24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육류를 줄이고 채식주의 메뉴를 적극 도입했다. 그래서 프랑스 상류층 연회의 풀코스 요리에서 유래된 정찬 요리를 일컫는 오뜨퀴진의 종말이란 타이틀로 언론에서 크게 다룬 적도 있다. 역대로 받은 미슐랭 별이 33개에 달하는 그는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다.

미슐랭 스타 셰프 중에서도 단연 최고 스타급 셰프인 그가 내린 그 결정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채식주의 레스토랑의 트렌드 세터는 미슐랭3스타 셰프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라고 할 수 있는데, 프랑스 전통 오리 요리를 비롯해 양고기, 소고기 등 고기 요리로 미슐랭 별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육식 메뉴들을 빼버렸고, 채식주의 메뉴로 최고급 정찬을 만들어냈다. 이후 채소가 보조재료가 아닌 주재료로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유명 레스토랑이 속속 등장하게 되었다. 식문화는 최고 비싼 것에서 다음 단계로 내려오며 점차 번지기 마련인데, 이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뿐 아니라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채식주의 메뉴는 트렌디한 것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채식주의자가 늘어나는 게 추세다. 선진국에서 채식주의자의 인구 비율은 3~9%로 추산된다. 기업들은 이것을 간과하지 않는다. 기네스는 256년간 내려오던 물고기 부레로 만든 부레풀을 여과장치로 사용하던 전통적인 제조법을 그만뒀다.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다 보니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비건들이 기네스 맥주를 마시지 않았는데, 이제 그들에게도 팔 수 있는 맥주가 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기존 소비자 이외의 대상에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하다. 이에 외식업계나 주류업계, 패션업계, 항공업계, 각종 서비스업계 등에서도 채식주의는 새로운 마케팅 코드가 되고 있다.

음식은 문화이기도 하지만 습관이기도 하고, 유행이기도 하다. 웰빙도 그랬고, 유기농도 그랬고, 글루텐 프리도 그랬고, 간헐적 단식도 그랬다. 이제 채식주의 차례다. 세미 베지테리언의 확산은 이미 시작되었다. 채식주의가 단지 채소를 먹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태도를 담고 있어서다. 단지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단계별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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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라이프트렌드 2017 : 적당한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