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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Inside

writer. 김형준 _<모터트렌드> 편집장

시대와 함께
진보를 거듭하는
자동차 파워트레인

 

자동차 동력장치, 파워트레인의 역사

 

1886년, 자동차의 역사가 시작됐다? 조금 더 정교하게 살펴봐야 한다. 1886년은 칼 벤츠가 자신의 내연기관 가솔린 자동차를 특허 등록한 해다. 하지만 그는 이미 1885년 4행정 휘발유 엔진 자동차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의 특허 등록 가솔린 엔진 차가 선보이기 이전과 이후에도 세상엔 다양한 동력원의 자동차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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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6년 메르세데스 벤츠 260D 세단에 올라갔던 디젤 엔진

 

파워트레인의
다양한 발전

 

‘19세기에 공작 기계가 보급되면서 자동차 양산이 가능해지고 기술 발전이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졌다. 발명가들은 말보다 더 빠르고 더 멀리 갈 수 있는 탈것에 관심을 쏟았다. 자동차 발명가들은 동력원으로 증기, 가스, 휘발유 모두를 실험했고, 초기에는 그중 어떤 것이 주도권을 잡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속도 기록을 먼저 깬 것은 전기를 동력으로한 전기 자동차였고 그다음은 증기 자동차였다.’
2013년 국내 발행된 <자동차 대백과사전: 카북>(사이언스 북스 발행)은 19세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상황을 위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동력원이 각축을 벌였음에도 1880년대에 이르러서야 등장한 휘발유 엔진 차가 자동차 역사의 시작으로 기억되는 건 결국 적자생존의 논리일 것이다. 4행정 기반의 현대식 휘발유 엔진은 1876년 처음 만들어졌다. 독일 엔지니어 니콜라스 오토에 의해서였다. 초창기 휘발유 엔진은 성능이 보잘것없었다. 칼 벤츠의 특허 등록 차는 954cc 단기통 엔진으로 고작 시속 10km를 냈고, 고틀리에프 다임러와 빌헬름 마이바흐의 오토사이클 엔진 4바퀴 차는 시속 16km로 달리는 게 고작이었다.

증기 자동차가 시속 30km 이상의 속력을 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휘발유 엔진은 발전 속도가 빨랐다. 1903년 다임러가 내놓은 메르세데스 60HP는 9,293cc에 이르는 대형 4기통 엔진을 얹고 시속 117km라는 놀라운 최고속력을 내기에 이르렀다.
경유를 태우는 디젤 엔진의 등장은 이보다 조금 더 늦었다. 1897년이었다. 독일인 기술자 루돌프 디젤은 1893년 <합리적 열기관의 이론과 설계>라는 책을 통해 압축 착화 방식이라는 새 이론을 발표했다. 4행정 휘발유 엔진을 쓴 자동차가 우후죽순 등장하던 시절이었다.
디젤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기계제작소(현 MAN의 전신)의 지원 아래 압축 착화 방식의 디젤 엔진 개발을 마무리했다. 디젤 엔진은 잠수함과 선박, 탱크 등에 먼저 쓰였다. 열효율은 뛰어나지만 크고 무거우며 진동과 소음이 컸기 때문이다. 최초의 양산 디젤 승용차는 1936년이 돼서야 등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대형 세단 260D였다. 2545cc 배기량의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이 차는 하지만 여전히 시끄럽고 느리기까지 해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자동차 산업 초창기에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만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역시 19세기 말 이미 세상에 선보인 적 있다. 기록에 따르면 1889년, 미국 패튼 자동차(Patton Motor Car)의 윌리엄 패튼이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허를 신청했다고 한다(당시엔 하이브리드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도심의 트램에 쓰기 위해 개발한 그의 기술은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납축배터리를 충전하고 이것으로 전기모터를 굴리는 방식이었다. 최근 조명 받고 있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와 흡사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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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에 등장한 로너 포르쉐. 인-휠 모터 방식의 4WD 하이브리드카였다


1900년에는 포르쉐 창업자로 잘 알려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오스트리아 자동차회사 로너(Lohner)의 의뢰로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개발했다. 그의 차는 네 개의 바퀴 각각에 구동용 전기모터를 심은 인-휠(In-wheel) 방식 4WD로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발전기 역할을 했다.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본격적으로 양산 차에 쓰이게 된 건 그로부터 97년이나 지나서였다. 1997년 일본 시장에 선보인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 토요타 프리우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시대의 필요에 따라
변화하는 파워트레인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금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승용차용 파워트레인은 이미 자동차 산업 초기부터 존재했던 것들이다. 다만 시대에 따라 더 빨리 발전하거나 조금 늦게 각광받는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예컨대 가솔린 엔진은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개선되고 진화해왔지만 디젤 엔진은 1990년대 무렵부터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렀다.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양산은 1990년대 말부터지만 자동차 산업 전반에 본격적으로 쓰인 건 200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였다. 이처럼 시간 차를 두고 발전한 것은 기술 역량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해당 파워트레인의 쓸모, 즉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었는지가 더 큰 이유일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온 두 큰 시장,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파워트레인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지난 1970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새로운 대기오염 방지법(Clean Air Act)이 대표적이다. 미 상원의원 E. 머스키에 의해 법제화돼 ‘머스키법’으로 더 익숙한 이 법안은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 질소화합물 등 자동차 유해 배기가스를 90% 이상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는 ‘가솔린 금지법’이라 불릴 정도로 매우 엄격한 기준이었고 자동차 제조사등 업계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 법안은 규제 실시가 유보됐고 1977년 수정법안이 발표되면서 규제 기준이 크게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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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3년 미국에 출시된 혼다 시빅. CVCC 가솔린 엔진으로 머스키법 기준을 만족시켰다

 

하지만 일본 혼다는 1973년에 일찌감치 대기오염 방지법 원안의 규제 기준을 만족하는 가솔린 엔진(CVCC 엔진)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연비 좋고 유해 배출가스 적은 CVCC 엔진의 혼다 차는 때마침 일어난 석유파동과 맞물려 미국 내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게 됐다. 2000년대 중반 디젤 엔진이 급부상한 것 역시 배출가스 규제의 공이 톡톡했다.

유럽은 EU-X라는 이름의 승용차 배출가스 규제를 1992년부터 실시해왔다. 1992년 시행된 EU-1의 경우 분진(PM) 규제치가 0.14g/km였지만 1996년 발효된 EU-2의경우 0.08g/km로 대폭 줄었다. 일산화탄소(CO)의 경우에도 2.72g/km(EU-1)에서 1.0g/km(EU-2), 0.64g/km(EU-3) 순으로 규제 기준이 점점 강화돼 갔다. 이 같은 규제 기준을 따르기 위해 커먼레일 연료 직분사 기술과 미립자 분진 필터(DPF) 등이 개발돼 적용됐고, 이후에는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선택적 환원 촉매 장치(SCR) 같은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이 더욱 발전해갔다. 실상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절박하게 디젤 엔진 개선에 매달렸다.
유럽 배출가스 규제뿐 아니라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자동차협회가 합의한 이산화탄소(CO2) 감축 협약도 이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CO2 배출량이 적어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에 더 유리하다. 물론 가솔린 엔진도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발전했다. 유럽의 CO2 규제와 미국 연비 기준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유해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직접 분사 방식이 빠르게 자리 잡았고, 연비와 출력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전자제어식 터보차저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엔진 다운사이징’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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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드 에코부스트 1.0L 엔진. 다운사이징 엔진 기술은 계속 발전 중이다


승용차 파워트레인의 앞날도 결국 주요 자동차 시장의 배출가스와 연비 규제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당장 유럽에선 2020년까지 기업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까지 낮춰야 한다. 현재 기준은 km당 130g이다. 컨설팅 그룹 매켄지 독일 사무소의 크리스티안 말로니 컨설턴트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그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수익까지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마따나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존 하이브리드(HEV) 외에도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의 전기 파워트레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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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020년 발효될 CO2 규제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전기 파워트레인은 SUV 판매 비중이 높은 쌍용자동차와 같은 제조사에 더욱 절실하다. 쌍용자동차의 첫 전기차는 2019년 선보일 전망이다. 한편 수소 연료전지차(FCEV)는 HEV/PHEV/BEV 만큼 움직임이 활발하진 않다. 충전 인프라 구축이 만만치 않아 당장 시장에 투입하기 어려운 탓이다. 최근 EV 열기가 뜨겁다고 해서 당장 모든 차가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갈아탈 거라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대 중반이 되어도 전체 시장에서 전기 파워트레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5%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