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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rend

writer. 김용섭 _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시장(Market) 아닌 
일상(Life)을 점유하다

 

라이프 셰어(Life Share) 시대

 

이제 기업들은 경쟁사가 아니라 소비자와 싸운다. 상대평가의 시대에서 절대평가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경쟁사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전방위적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마켓 셰어(Market Share), 즉 시장점유율을 따지는 시대는 끝나가고 이젠 라이프 셰어(Life Share) 시대다. ‘누가 소비자의 일상동선과 라이프스타일을 더 많이 점유할 것인가’하는 라이프 셰어가 핵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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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구회사가 집밥을,
가전매장이 키덜트를 내세울까?


스웨덴 가구 브랜드 IKEA는 한국에서 마케팅할 때 집밥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아니 왜 가구회사가 집밥을 권하는 걸까? 북유럽은 전 세계에서 집안 꾸미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테리어 측면에서 유명하다. 가구와 조명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일찍 퇴근해 가족과 저녁을 먹고, 그날의 일상을 공유하며 잠들 때까지 대화하고 노는 휘게(Hygge) 문화가 가구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IKEA는 경쟁 가구회사보다 뭐가 더 좋다느니 하는 식으로 마케팅하지 않았다. 한국인이 집밥을 많이 먹는다면 그만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테고, 그건 집안의 가구에도 더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경쟁사와 싸우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욕망을 해석해 문제를 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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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만든 일렉트로마트는 기존 가전매장과 달리 2030 키덜트족 남자들의 놀이터에 가깝다. 이제는 4050세대 남자들까지도 가세한다. 일렉트로마트와 기존 가전매장의 가장 큰 차별성은 오프라인의 강화, 즉 제품에 대한 체험이자 경험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당장 사지 않아도 이곳에서 새로운 가전제품과 각종 IT 기기, 드론이나 로봇 등 고가의 IT 장난감들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 또한 소비자가 가진 욕망에서 문제를 풀고자 하는 접근이다. 이마트가 한남동에 만든 주류전문매장 와인앤모어는 일렉트로마트의 술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남동은 20여 개의 클래식 바, 칵테일 바가 밀집한 곳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애주가들의 핫플레이스이기도한데, 이곳에 애주가를 위한 놀이터의 개념으로 주류전문매장을 만든 것이다. 스타필드 하남도 축구장 70배 크기의 복합매장이자 쇼핑, 레저, 취미, 힐링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한 놀이터다. 살 거리, 볼거리, 놀 거리, 먹을거리 별별 게 다 있어 라이프스타일에서 필요한 모든 것의 소비가 이 한 곳에서 거의 다 해결된다. 한 번 가면 몇 시간씩 머물게 된다. 요즘 유통업의 방향은 경쟁사가 아닌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욕망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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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독서 문화를,
스포츠 브랜드는 마라톤의 즐거움을 판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단 독서하는 즐거움이자 경험을 파는 곳에 더 가깝다. 도심 빌딩 숲 속의 거대한 도서관 같기도 한데, 백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대형 원목 테이블이 그런 분위기 조성에 크게 한몫한다. 빙하기 때 쓰러진 카우리 소나무가 늪지대에 묻혀 있던 걸 꺼냈으니 5만 년 된 나무로 만든 테이블이다. 책을 산 사람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책을 사지 않아도 서점을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서가에 꽂힌 책을 꺼내 테이블에 앉아 읽을 수 있다. 책 파는 서점이 굳이 사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크게 만든 셈이다. 테이블뿐만 아니라 서점 구석구석에 앉을 수 있는 곳은 수없이 많다. ‘책 읽기 편한 곳’은 서점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책을 온라인으로 사는 시대에 더이상 오프라인 서점의 역할이 책만 파는 곳이어선 안 된다는 점에서 이제 서점은 책‘도’ 파는 곳으로 거듭났다. 서점의 최대 적은 경쟁사도, 게임도 아니고 ‘책을 안 읽는 문화’라는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최근 들어 동네 서점이 다시 부흥하는 건, ‘동네의 책 읽기 좋은 공간’이자 ‘독서가들의 놀이터’라는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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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아식스, 데상트, 푸마등 수십 곳의 스포츠 브랜드가 정기적으로 마라톤 대회를 연다. 그런데 이 대회는 전문적인 마라토너들이 승부를 가리기 위한 대회가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축제 같은 행사다. 2030세대가 주로 참가하고, 6대4 정도로 여성 참가자가 더 많기도 하다. 연예인들도 참가하고, 마라톤 대회가 끝나면 인기 가수의 미니 콘서트나 일렉트로닉 댄스파티를 열기도 한다. 아저씨들이 주도하던 마라톤 대회와는 확연히 다르다. 스포츠 브랜드들에게 마라톤 대회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일종의 마케팅이다. 참가비는 대개 3~8만 원 정도지만, 참가자에게 제공하는 티셔츠, 모자, 가방 등의 자사 제품 비용과 도심 도로 통제에 따른 인건비, 대회 홍보비, 연예인 섭외비 등을 고려하면 수만 명씩 참가해도 오히려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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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당 소요되는 비용이 20억 원을 웃돈다는데, 이는 운동하는 즐거움이자 체험을 파는 마케팅 비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포츠브랜드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에는 트레이닝복 패션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예쁜 트레이닝복을 입고 멋진 운동화를 신고 오는 참가자가 많다. 마라톤의 목적이 기록도 아니고 승부도 아니다. 그냥 즐기면 되는 자리이다 보니 친구들끼리 추억을 쌓거나, 주말에 신나게 놀자고 참가하는 이들도 많다. 스포츠 브랜드의 최대 적은 경쟁사가 아닌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의 위축이다.
라이프 셰어 시대, 더 이상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욕망을 타깃으로 경험과 즐거움을 판다. 요즘 소비자는 온,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서든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심지어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는 것처럼 물건에 대한 탐을 버리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경쟁사와의 싸움에만 매달리는 건 과거식 관성이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들이 가진 경쟁의 방향이 바뀐 셈이다. 누가 더 소비자의 욕망, 일상을 잘해석하고 공략할 것인가, 이것이 요즘 마케팅의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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