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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Inside

writer. 김형준 _<모터트렌드> 편집장

시대가 변하면
자동차 소재도 변한다

 

자동차 소재,
그 변화의 흐름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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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6년 나온 최초의 특허등록 자동차. 당시 자동차는 강철과 나무 등 매우 제한적인 원자재만으로 만들어졌다

 

시대 변화에 따른
자동차 소재의 변화

 

자동차는 금속 덩어리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업계에서는 평균 자동차 무게에서 강(철)판이 차지하는 비중을 약 60%로 본다. 나머지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강철 이외의 금속과 와이어, 고무, 직물과 가죽, 플라스틱 같은 비금속성 소재로 채워진다. 물론 마차의 형태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초창기 내연기관 자동차는 이보다 훨씬 적은 소재를 썼다. 강철과 황동, 나무나 가죽 같은 천연 원자재가 전부였다. 바퀴는 목재나 무쇠 덩어리인 채로 지면을 박찼고 등유나 아세틸렌으로 밝힌 불빛이 헤드램프의 전부였으며 엔진 등의 구동계를 담는 차체도 목재나 철재로 짠 프레임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천연 소재만으로 차를 만드는 시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1907년 최초의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베이클라이트가 나온 이래 다양한 합성소재가 개발되면서 기존의 천연소재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모양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합성소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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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년 출시된 쉐보레 콜벳. 100% 합성수지로 만든 보디패널 등 합성소재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만했다


자동차의 경우 대시보드를 덮고 있던 철판 등 수많은 부품이 한껏 모양을 낸 플라스틱으로 대체됐다. 자동차 역사 초기 최고급 차의 승객석에나 놓이던 직물 의자도 인조섬유가 등장하면서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인조가죽과 섬유, 모조금속과 나무등 ‘모조소재’가 대중화되면서 가죽과 목재, 금속 등 초창기 흔히 쓰이던 천연소재는 반대로 희소가치가 큰 ‘럭셔리’의 영역으로 다뤄지게 됐다. 1953년 미국에서 출시한 쉐보레 콜벳은 합성소재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만큼 계기반을 뒤덮은 패널, 조작 스위치 등에 플라스틱이 듬뿍 쓰였고 심지어 차체조차 100% 유리섬유(파이버글라스) 소재였다. 플라스틱은 점점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도어 핸들과 송풍구 등 많은 부품이 플라스틱으로 제작되고 있고,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 덕분에 차체 외부 패널로도 널리 사용된다.

 

 

섀시 기술 발전의
흐름

 

합성소재가 빠르게 적용된 차체 외부나 실내 공간과 달리 차체 안쪽에 쓰이는 소재는 종류가 제한적이었다. 극소수가 고전적인 나무 프레임을 고수했고 대부분의 차는 강철로 뼈대를 구성했다. 스테인리스스틸은 머플러나 장식용 아이템 등에 제한적으로 쓰였고, 알루미늄 역시 그리 크지 않은 비중으로 라디에이터나 엔진 일부에 적용됐다. 금속 소재의 경우 저마다 차에 쓰이는 부위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이때는 알루미늄의 시대였다. 혼다 NSX가 시작이었다. NSX는 섀시가 알루미늄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양산 자동차였다. 프레임과 서스펜션 부품 등을알루미늄으로 만든 이 차의 섀시는 일반 강철 섀시에 비해 무려 200kg이나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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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루미늄 양산차의 시대를 연 혼다 NSX


몇 해 뒤, 독일에선 아우디가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의 대형 세단, 1세대 A8을 선보였다. NSX의 알루미늄 섀시가 페라리와의 속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아우디의 알루미늄 섀시는 콰트로 4WD 때문에 경쟁모델보다 무겁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아우디는 ASF(AudiSpace Frame)라 이름 지은 이 기술을 B세그먼트 소형차에까지 적용했지만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는 소형차가 품기엔 지나치게 비싼 ‘기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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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알루미늄 차체의 아우디 A2. 파격적인 소형차였지만 소형차가 품기엔 지나치게 비싼 기능이었다

 

자동차 업계는 2000년대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경량 소재를 섀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2003년 출시된 BMW 5시리즈(E60)가 대표적이다. E60 5시리즈는 알루미늄과 기존 강철 섀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차체로 주목받았다. 엔진 등 무거운 부품이 모인 차체 앞부분은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틀을 짜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객실 공간과 차체 뒷부분은 강철로 구성한 것이다. 이를 통해 차체 앞과 뒤의 무게가 50:50으로 고르게 나뉜 안정된 균형감각을 얻을 수 있었다. 이같은 하이브리드 섀시 설계 기술은 2010년대 들어 만개했다. 재래식 강철과 경량 소재를 단순하게 결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차의 종합적인 성능을 고려해 부위마다 다른 종류의 소재를 적용하는 것이 요즘 섀시 기술의 특징이다. A필러와 B필러의 재질이 다르고, 엔진룸 측면과 트렁크 측면 프레임의 소재가 다르다. 예를 들어 2014년 데뷔한 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W205)의 경우 지붕, 뒷자리와 트렁크를 가로막는 격벽 등은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됐고, 엔진룸 격벽과 객실 바닥을 가로지르는 프레임은 열간성형 초고장력 강판, A~C필러는 일반 초고장력 강판으로 만들어졌다. 연료 효율 향상을 위한 무게감소, 안정된 주행 품질에 필요한 무게 균형과 N.V.H 설계, 충돌 안전성 확보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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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디 Q8의 버추얼 콕핏. 풀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 제스처 컨트롤과 음성인식 제어 등이 자리 잡으면 실내의 많은 스위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섀시 설계의
현재 추세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카본 등 고가의 경량 소재에만 매달리지 않고 기존 강철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요즘 섀시 설계의 큰 흐름이다. 고장력 강판 (High-strength Steel), 초고장력 강판(Ultra Highstrength Steel) 같은 표현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까닭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발전한 기가 스틸까지 거론되고 있다. 기가 스틸(Giga Steel)은 1㎟ 면적으로 100kg의 무게를 견디는 1GPa급 강판을 얘기한다. 10원짜리 동전 크기(1㎠)의 철로 10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셈이다. 기가 스틸은 쌍용 자동차의 프리미엄 SUV G4 렉스턴에도 적용돼 있다. G4 렉스턴은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SUV답게 프레임 설계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다. 초창기 프레임은 2중 구조였지만 쌍용자동차에서는 강성 확보를 위해 3중 구조 프레임을 사용해왔다. 그리고 이번 G4 렉스턴은 4중 구조의 쿼드 프레임으로 진화했다. 쿼드 프레임은 인장강도 590MPa 이상 고장력 강판을 63% 사용해 차체 강성과 경량화에 모두 성공했다. 비틀림 강성은 18% 향상됐고 무게는 모노코크 설계의 여느 경쟁모델 수준으로 억제됐다는 것이 쌍용자동차의 설명이다.
자동차에 쓰이는 소재는 점점 더 극적인 방향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인테리어의 경우 재래식 계기반이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뀌는 중이며 음성인식과 제스처 컨트롤, 증강현실 등이 제대로 자리 잡게 되면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으로 만들어진 기존 스위치도 서서히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또 연료 효율과 배출가스 규제가 점점 강화되어가는 흐름임을 감안하면 차 무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섀시도 더 가볍고 단단한 소재로 극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