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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ity

writer. 이노미_ 경기대학교 융합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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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관습을 넘어
서로 다른 손짓 언어의
차이 꿰뚫기

 

중국의 베이징 지사에 파견된 한국인 부장이 퇴근 시간이 되었음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국 여직원에게 서툰 중국어를 건넸다. “어서 퇴근하세요, 남자친구가 기다리지 않겠어요”라며 새끼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여직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변하며 급히 서둘러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설상가상 다음날 그녀는 출근하지 않았으며 며칠 후 다른 사람을 통해 사표를 보내왔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다름 아닌 새끼손가락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리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인 부장은 그녀에게 ‘너는 능력도 없고 형편없는 인간이니 그만 퇴근해’라고 말한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라별 상이한
손짓 언어의 차이 이해하기

 

손짓은 언어적 메시지가 내포된 의사소통의 주요 수단이다. 두 손은 신체 부위와 결합해 무려 3천여 개의 다양한 동작을 만들어낸다. 손짓은 말을 대신해 주기도 하고 의미를 부연 설명하거나 말을 강조하는 데 사용된다. 때로는 불필요한 말을 적절히 규제하며 말을 익살스럽게 만드는 수단으로 작용함으로써 이를 ‘손짓 언어’라고 일컫는다. 손짓 언어는 문화적 토양을 바탕으로 생성되는 상징체계이다. 인간생활 양식의 총체인 문화는 모든 손짓 언어에 문화 규범의 상징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곧 상징체계인 손짓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비즈니스맨들은 각자의 문화에 근거한 손짓 언어를 사용하여 오해와 갈등이 생길 때가 많다.
가령 앞서 말한 새끼손가락 들기는 말레이시아에서 ‘꼴찌’라는 뜻을 갖는다. 반면 인도와 네팔에선 ‘화장실에 가고 싶다’ 혹은 ‘화장실에 간다’는 생소한 의미를 지닌다. 인도와 네팔은 대소변을 본 후 화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물을 이용해 손으로 뒤를 세척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이 새끼손가락으로 상징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는 새끼손가락이 ‘애인’이라는 의미를 지닐까? 한국과 일본인들은 가늘고 연약한 새끼손가락을 여리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손짓 언어의 심층구조에는 다양한 문화현상의 기저가 되는 수많은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 비즈니스맨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상이한 손짓 언어의 차이를 존중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OK사인과 엄지손가락 세우기, V사인 등은 의사소통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자그마한 손짓 하나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

 

OK사인은 자그마한 물건을 잡을 때 엄지와 집게손가락 끝을 내밀어 정밀하게 물건을 집어 올리는 동작을 모방해 ‘훌륭하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나라에서는 문화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한국의 화폐단위 원()과 일본의 엔()이 모두 한자 ‘(둥글다)’에서 유래한 것처럼 한국과 일본에서 OK를 나타내는 동그라미 동작은 ‘돈’을 의미한다. 프랑스에서의 동그라미는 ‘제로(0)’를 형상화한 것으로 아무 가치가 없는 ‘별 볼 일 없다’는 의미로 무(), 무의미, 무가치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동그라미 사인이 ‘항문’을 의미하는 라틴아메리카와 아랍지역에서는 외설, 모욕적인 의미의 욕설로 사용된다. 만일 OK 동그라미 안에 손가락을 넣기라도 하면 모양 그대로 ‘당신을 범하겠다’는위협의 신호로 동성애의 뉘앙스가 강조되어 상대에게 엄청난 모욕을 안기게 된다.
그리스의 올림픽(Olympic) 항공에서는 머리글자 O를 강조해 OK사인을 이용한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브라질에서 펼쳤다. 그러나 항공사의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브라질인들은 외설의 의미로 받아들여 예기치 않은 역효과가 나자 광고를 서둘러 중단하면서 엄청난 재정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따라서 초국가적 형태의 글로벌 기업이 경제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이한 손짓 언어의 다양성을 적극 이해해야 한다. 해외 홍보 활동이나 비즈니스 협상에서의 자그마한 손짓 하나가 기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잘했다’, ‘최고다’, ‘훌륭하다’의 의미를 지닌 엄지손가락 세우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들이 ‘준비 완료’의 의미로 사용한 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호주와 그리스 북부, 중동 지역과 나이지리아, 가나 등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성적인 모욕감을 주는 외설 사인으로 이해된다. 이는 엄지가 남성의 발기된 성기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에서는 ‘입 닥쳐’라는 의미와 함께 쓰이며 러시아에서는 동성애자 간의 사인으로 통용된다.

또한 독일에서는 숫자 1로 통용되므로 독일에서 맥주 한 잔을 주문할 때에는 엄지손가락을 세워야 한다. 만약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집게손가락을 세워 맥주 한 잔을 달라고 하면 동시에 맥주 두 잔을 건넨다. 필리핀에서는 승리의 V사인 대신 엄지 세우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중지와 검지를 세우는 V사인은 영국과 그리스, 터키를 제외한 모든 나라 사람들이 그 사용 방법에 혼란을 느끼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손등을 상대방에게 향한 상태에서 V를 만들어 보이면 ‘죽어라’라는 의미의 상스러운 욕을 뜻하게 된다. 반대로 터키와 그리스에서는 손바닥이 상대방으로 향한 V가 외설스러운 의미다.

이로 인해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무리의 그리스인들이 처칠을 만나 급기야 일을 내고 말았다. 그들은 처칠에게 승리의 영광을 선사하기 위해 자신들의 손등 V사인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처칠에게는 ‘지옥으로 가버려라’는 욕을 해버린 듯한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러한 오해는 낯선 이국에서 손짓 언어를 사용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손짓 언어는 글로벌 기업의 의사소통에 매우 민감하다. 상징적인 손짓 언어에 능숙하지 않은 비즈니스맨이 국제협상이나 마케팅 활동에 관여하면 기업 간 마찰이 발생하여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때문에 비즈니스맨들은 관습을 넘어 서로 다른 손짓 언어의 차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손이 소리 없는 언어로 신비로움 그 자체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