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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Inside

writer. 김형준 _<모터트렌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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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odynamics,

자동차 품질을 아우르다

 

자동차 공기역학 기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자동차 공기역학의
시대적 흐름

 

어떤 사물에 힘이 작용하면 움직임이 생긴다. 이 같은 힘의 작용과 움직임의 변화를 다루는 것이 역학 또는 동역학으로 지칭하는 다이내믹스(Dynamics)라는 영역이다. 에어로다이내믹스는 공기 중에서 생기는 힘의 관계를 통칭한다. 항공역학 혹은 공기역학이라 부르는 영역으로 바람을 가르며 움직여야 하는 비행기와 자동차에 매우 중요한 분야다. 비행기의 그것이 뜨고 날기 위한 것이라면 자동차의 에어로다이내믹스는 날지 않고 제대로 달리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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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_크라이슬러 에어플로와 세계 최초의 유선형 열차 유니언퍼시픽 M-10000

 

단순히 바람의 저항을 떨쳐내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보다는 연료와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 정숙한 승차감 등 주행 품질 전반에 작용한다. 마차 시대에서 건너온 초창기 자동차엔 공기역학이 필요하지 않았다. 차의 역학에 변화를 줄 정도로 유의미한 속력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동역학 전문가들은 자동차가 시속 60km를 넘으면 그때부터 차의 진행을 방해하는 저항력이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물론 스피드를 겨루는 경주 무대에선 경쟁자보다 빨리 달리기 위한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 그러나 이것 역시 현대에 비하면 초보 단계 수준이었다. 공기역학과 관련해서라면 작은 방풍 유리와 발판까지 흘러내리는 앞바퀴 덮개, 그리고 드라이버의 작은머리(?) 정도가 고작이었다. 

자동차 공기역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된 건 1920년대부터였다. 파울 야라이(Paul Jaray) 박사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제펠린 비행선 제작사에서 나온 다수의 비행선을 설계했다. 이때 진행한 풍동 실험을 통해 스트림라인(Streamline)이라 부르는 유선형 디자인의 개념을 정립했다. 그의 유선형 자동차 디자인은 1934년에 이르러서야 대량 생산제품에 적용됐다. 체코 자동차 회사 타트라(Tatra)가 생산한 T77이라는 고급 대형 설룬이었다.

T77에 담긴 유선형 디자인은 이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설계한 폭스바겐 비틀에서도 발견된다. T77 출시 이전에 야라이와 타트라 수석 디자이너 한스 레드빙카(Hans Ledwinka)가 함께 설계한 프로토타입 자동차(V570)는 물방울 모양의 차체 실루엣부터 저렴한 국민차라는 개발 목표까지가 비틀과 꼭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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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_타트라 T77


1929년 대공황 이후 고급차 메이커는 보다 화려한 스타일의 제품을, 대중차 메이커는 좀 더 경제적인 제품을 보급하기 위해 앞다퉈 유선형 디자인을 받아들였다. 시각적으로 빨라 보이고 혁신적 이미지에 육감적 분위기까지 갖춘 매우 아름다운 자동차가 많았다. 반면 기능적인 측면의 유선형 디자인은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유럽에서 T77이 출시된 1934년, 미국에선 크라이슬러가 에어플로(Airflow)의 판매에 들어갔다. 풍동 실험으로 공기역학을 다듬은 혁신적인 자동차였지만 품질이 뒤따르지 못해 판매가 부진했고 결국 4년 만에 단종됐다. 1930년대 유럽을 휩쓴 유선형 디자인의 유행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승전국 미국으로 건너가 더욱 화려하게 꽃폈다. 더 낮고 길어진 유선형 차체는 유려하게 흐르는 라인을 강조했고 제트기에서 떼어온 듯한 테일 핀 같은 과장된 장식도 널리 유행했다. 그 사이 큰 공기저항을 만들던 노출형 펜더가 사라지고 바퀴가 차체 안으로 들어가는 등 차체는 점점 매끈해졌다.


공기역학은 1960년대 말부터 F1 경주 무대에서 한층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1968년 프랑스의 마트라가 경주 머신 뒤끝에 날개를 뒤집어 단것이 시작이었다. 다운포스(차체를 노면 쪽으로 억압 하향하는 힘)로 코너링 속도와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머지않아 일반 승용차 시장에도 공기역학이 널리 퍼졌지만 F1 경주 무대와는 쓰임새가 달랐다. 석유파동으로 경제적인 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이때부터 공기역학은 차의 연료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자동차의 공기역학 기술은 공기의 저항뿐 아니라 공기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힘(Force)과 정숙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품질 향상 대책으로 기능하게 됐다. 전면투영면적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뤄졌고 공기저항계수(drag coefficient, Cd)를 꼼꼼히 챙기는 제조사가 늘었다. 차체 윗부분뿐 아니라 바닥과 옆면을 타고 흐르는 공기의 결까지 가다듬기 시작했다.

 

 

 

공기역학 기술,
그 능동적 변화

 

지난 20세기까지의 자동차 공기역학이 이처럼 공기 저항의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정밀한 제어장치를 통해 공기역학의 성질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엔진 부하가 많은 저속에서는 셔터를 열어 많은 공기를 받아들이고 고속주행 등에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셔터를 닫는 액티브 그릴 셔터가 대표적이다.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도 고급차를 중심으로 흔히 쓰이는 능동적 공기역학 장치다. 고속에선 높이를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고 안정감을 더하는 식이다. 앞 범퍼 하단에 붙는 립 스포일러(Lip Spoiler)나 트렁크 뒤끝에 있는 윙 스포일러(Wing Spoiler) 역시 주행 상황에 맞춰 높이나 각도를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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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_BMW 지나 라이트 비저너리

 

평소엔 차체 안에 감춰져 있다가 고속주행 때 펼쳐지면 차를 내리누르는 효과(Down Force)를 만들 수 있다. 유럽의 일부 슈퍼스포츠카는 제동 거리와 시간을 단축하는 용도로도 액티브 리어 윙을 적극 활용한다. 차체 바닥이나 윗면에 달린 덮개를 날개처럼 펼치고 닫거나 차체 앞뒤의 높이를 달리하면서 공기 흐름을 바꾸는 초고속 슈퍼카도 있다. 이런 장치의 목적은 유속(공기가 흐르는 속도)과 그 주변 압력을 조절해 코너링 스피드나 핸들링 안정성 등 주행 성능을 보강하는 데 있다.

자동차 공기역학 기술의 미래를 점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1920년대의 파울 야라이 박사가 정립한 유선형 디자인, 즉 물방울 모양이다. 전문가들은 방법도 이미 알고 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체의 전면부 면적을 줄이고 높이는 낮추며, 바퀴는 감추고 틈새를 메운다. 사이드미러나 안테나 같은 돌출물도 제거한다. 여기에 공기 흐름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변신 가능한 차체라면 더할 나위 없을 터다. 실제로 다수의 자동차 제조사가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자동차 디자인을 수년 전부터 모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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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_메르세데스 벤츠 콘셉트 IAA

 

2008년 BMW가 공개한 지나 라이트 비저너리(GINA Light Visionary)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 쇼카의 외피는 질기고 신축성 뛰어난 특수 직물이다. 덕분에 속도와 외부 주행 환경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2015년에 소개한 IAA(Intelligent Aerodynamic Automobile) 콘셉트카에 담긴 기술은 좀 더 현실적이다. 액티브 그릴 셔터, 바퀴 주변 공기 흐름을 개선하는 측면 날개, 차체 하부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립스포일러와 보트처럼 길게 뻗어 나오는 트렁크 쪽 확장 패널 등이 어우러져 공기저항계수를 0.25에서 0.19까지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30년대에 나온 타트라 T77의 공기저항계수는 0.212, 폭스바겐이 2013년에 소량 생산한 XL1의 공기저항계수는 0.189였다. 최근 양산자동차의 공기저항계수가 최저 0.22까지 내려가 그 미래가 머지않아 다가올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