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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편집실 ı photo. 이동진 ı place. 서연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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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행복

 

조립1팀 이동헌 기술사원 가족과 함께하는
캘리그라피

 

휴대폰과 컴퓨터 자판이 더 익숙한 시대, 글씨를 쓴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생각’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그것이 7년 만에 나선 가족 나들이에서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글자 하나, 문장 하나에 마음 속 꼭꼭 눌러 둔 소망이 꽃처럼 피어나던 하루. 이동헌 기술사원 가족이 함께 했던 특별했던 순간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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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가족 나들이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

 

묵향이 은은한 실내에서는 가벼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 캘리그라피를 배운다는데, 아내 봉은영 씨는 아이처럼 가슴이 콩닥거린다. “학교 다닐 때 서예를 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족이 함께 뭔가를 배워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떨리기까지 하네요.” 그런 엄마를 두 딸 가은이(18세)와 은채(17세)는 생글거리는 눈길로 바라본다. 이제 6학년이 되는 강혁이는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이동헌 기술사원 가족이 캘리그라피를 접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게다가 붓이라는 도구로 글씨를 써본다는 사실은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가져왔다.

“사실 이렇게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선다는 게 정말 오랜만의 일입니다. 거의 7년 만의 일이니까요.” 야간 근무를 마치고 바로 달려온 후라 몸은 피곤하지만, 아빠 이동헌 기술사원은 시종 들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눈으로 담으며 흐뭇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바로 일 년 전, 그는 회사에 복직을 했다. 7년 간의 긴 공백을 끝으로 불안했던 삶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희망을 일굴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으로서 오늘의 이 순간이 더욱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 준 아이들과 힘겨운 시간을 묵묵히 잘버텨 준 아내의 7년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먼저 캘리그라피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오늘의 목표는 캘리그라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기본기를 익히고 각자 적고 싶은 문구를 작은 액자에 담아내는 것이다. “캘리그라피는 ‘예쁜 글씨’로만 생각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전통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감성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사가 펼쳐 내는 캘리그라피의 세계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가족들의 표정에 조금씩 환한 웃음과 의욕이 일어나는 게 느껴진다. 또 캘리그라피에는 띄어쓰기가 없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대신 굵기와 글자 크기, 행갈이 등으로 의미 전달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도 새롭게 안 사실이다. 특히 ‘마음을 담아 쓰다’라는 표현에 가족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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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하나에 별이 뜨고
꽃이 피어나다

 

이론 설명을 마치고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갔을 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 같은 게 터져 나왔다. 일제히 아빠를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든든했던 아빠가 고작 ‘예쁜 글씨’ 앞에서 한숨이라니! 한바탕 폭소가 일렁이고, 덕분에 저마다 품고 있던 마음의 긴장이 풀렸다.
연습 삼아 써 보는 ‘별’과 ‘꽃’들이 화선지에 하나둘 늘어간다. 세상이 점점 꽃밭이 되고 별밭이 된다. 하루에도 숱하게 접하는 글자가 뭐 그리 새로울 게 있을까 싶어도 무심히 그은 선 하나에 이토록 많은 개성과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엄마의 손끝에서 나오는 ‘별’과 아빠의 별이 다르고, 사춘기 여고생 딸들과 초등생 아들의 그것이 모두 다르다.
아빠는 이따금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모두가 기특하고 예쁜 모습이다. 딸들의 고운 손에서 피어나는 ‘별’들이 사랑스럽고, 아내의 시원스러운 필체는 평소보다 더 강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막둥이 강혁이의 진지한 몰입은 아빠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잘 썼네!”, “예쁜데?” 하는 칭찬이 오가고, 눈동자에 비친 별과 꽃들이 늘어갈수록 가족들의 눈빛이 더욱 빛난다.
“자, 붓을 이렇게 수직으로 세워야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쓸 수가 있어요. 굵기 조절도 가능하고요.”
붓 다루기에 익숙치 않은 손놀림 하나하나를 바로잡아 주며 강사는 조금씩 더 캘리그라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틀이 잡혀 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짧은 동안의 그 변화는 자신감과 의욕을 더욱 북돋우며 조금씩 자기만의 글씨를 완성하도록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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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액자에 담긴 소망

 

드디어 오늘의 최종 미션인 ‘액자 만들기’에 돌입했다. 준비해 온 문구들을 화선지 가득 적는 동안 가족들은 ‘간절함’과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것만 같다. 아빠가 반복해서 연습하는 문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짧지만 온몸으로 밀어온 가장으로서의 시간이 함축적으로 느껴지는 한마디다.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영원할 수는 없잖아요. 머지않아 새로운 것이 다가오리라는 걸 믿고 버텨야지요. 기쁨이란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 또한 영원히 머물지 않고 지나갈 것이니, 새로운 기쁨을 위해 더욱 준비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저 흔한 경구가 아니다. 모진 시간을 견디고 다시 일어선 이의 묵직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말이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가 적어낸 문구를 들어 보인다. ‘서로 이해하고, 서로 챙겨주고, 서로 사랑하자.’
‘서로’와 ‘사랑’이란 글자가 유독 두드러진 힘찬 필체. 그것은 쉽지 않았던 가족의 역사 속에서 저절로 선명해진 삶의 원칙이기도 하다. 가은이는 ‘내가 널 사랑하기 때문에’를, 은채는 ‘사랑이란 건 아파도 웃는 것, 그대라는 선물이 참 고맙습니다’를 적었다. 소녀다운 감성이 물씬한 예쁜 글귀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가장 큰 감동과 공감을 일으켜 준 건 막내 강혁이의 캘리그라피였다.

‘파이팅, 우리 가족 사랑해, 힘내!’
아이답게 곳곳에 하트와 별을 그려 넣은 아들의 작품에 엄마아빠는 물론 누나들까지 마음이 환해진다. “이걸 냉장고에 붙여둘 거예요. 매일매일 보려고요.” 배시시 웃는 강혁이의 순수한 미소가 오늘 함께한 캘리그라피 강습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다섯 식구의 ‘마음으로 그려낸 어여쁜 소망’이 날마다 서로의 마음 속에 별이 되고 희망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