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SSANGYONG MOTOR

닫기

모바일메뉴

logo logo SSANGYONG

Automobile

Writer. 김기범_<로드테스트> 편집장

130.jpg

 

바다와 육지, 어디든 달려갑니다

워터 카

 

육지와 물. 물리화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두 환경을 태연하게 종횡무진 넘나드는 이동수단이 있다. 바로 ‘워터 카’로 불리는 수륙양용자동차다. 특수한 환경에서 화물을 운송할 목적으로 개념이 싹텄고,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수요와 공급이 급물살을 탔다. 오늘날엔 레저용으로 인기가 뜨거운 워터 카에 대해 살펴보자.

 

 

육지와 바다 위를 거침없이 누비는 짜릿함

지금까지 수륙양용자동차를 두 번 타봤다. 첫 번째는 미국령 괌, 두 번째는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에서였다. 두 번 모두 관광용 버스 형태였다. 첫인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크기가 큰 버스라 해도 차체가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껑충한 승객실로 오르는 과정부터 신났다. 막상 일단 자리에 앉고 나면, 시야나 구성은 일반 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바다와 육지 다른 공간에서 움직이는 순간 차이가 확 와닿는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천근만근 커다란 덩치로 굼뜨게 움직였다. 생애 첫 퍼스널트레이닝 받은 다음날 일어날 때 느낌이다. 움직임은 마디마디가 느긋하고 느슨하다. 엔진은 가속 페달 밟을 때마다 굉음을 토했다. 차체는 저 밑바닥 깊은 곳에서부터 떨었다. 때문에 운전자뿐 아니라 승객도 남다른 덩치와 무게를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28.jpg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뭍과 물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주행을위해 이 정도 불편쯤이야. 이윽고 물 앞에 섰을 때 나를 포함한 승객들의 기대와 설렘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운전기사는 안전관련 주의를 당부한 뒤 거침없이 수면을 향해 ‘우당탕탕’ 달려 ‘첨벙’ 뛰어들었다. 물의 저항 때문에 거대한 차체가 잠시 기우뚱하나 싶더니 이내 오롯이 균형을 잡는다.

잔뜩 긴장했던 승객들이 이제야 탄성이 지른다. 둥실둥실 떠 있는 느낌이 영락없는 보트다. 너무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세상 다른 버스들도 이렇게 물에 뜨지 않을까 싶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제 버스는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기 시작한다. 실내는 버스 그대로인데, 사방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물 천지다. 이 같은 인지부조화에서 오는 쾌감이 짜릿하다.

 

129_1.jpg

 

다시 뭍으로 오를 차례. 차체 구석구석에서 ‘쏴아’ 물 빠지는 소리가 나면서, 보트는 버스로 거듭난다. 이처럼 수륙양용자동차의 장점을 살려 육지와 물의 경계 넘나드는 형태의 관광을 보통 ‘덕 투어(Duck Tour)’라고 부른다.

괌에선 ‘라이드 덕(Ride Duck)’이라고 이름 붙였다. 선박과 버스의 특징을 섞은 수륙양용자동차의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전쟁으로 개발과 보급이 활발해진

수륙양용자동차

수륙양용의 개념이 처음 싹튼 분야는 승객이 아닌, 화물 운송이었다. 1588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육지와 수상 넘나드는 나무수레를 고안했다. 증기기관을 이용해 스스로 추진력을 내는 수륙양용 이동수단은 1805년 미국의 올리버 에반스가 최초로 발명했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수륙양용자동차는 1905년 미국 아이오와 주의 T.리치몬드가 처음 만들었다.

 

131.jpg

 

이후 2차 대전이 터지면서 수륙양용자동차는 군용으로 주목받았다. 불씨를 당긴 주역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그는 국민차(독일어로 ‘폭스바겐’) 프로젝트로 완성한 ‘비틀(딱정벌레)’을 수륙양용으로 개조시켜 전장에 투입했다.

차명은 ‘수영하는 자동차’란 뜻의 독일어, ‘슈빔바겐(Schwimmwagen)’이었다. 비틀의 산파, 페르디난트 포르쉐 명예박사의 솜씨였다. 수륙양용자동차의 종류와 쓰임새는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용도가 특수하다 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양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관광 또는 레저용으로 누구나 경험해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버스보다 아담한 ATV(All Terrain Vehicle) 형태가 많다. 국립공원 관리나 병력 수송 등 목적에 따라 형태도 제 각각이다.

 

132.jpg

 

그렇다면 수륙양용자동차는 어떤 원리로 물에 뜰까? 바로 부력 덕분이다. 이 조건만 갖추면 집채만한 쇳덩이도 가뿐히 띄울 수 있다. 바퀴가 있을 뿐 배와 같은 셈이다. 미 해병대의 돌격상륙장갑차 ‘AAV7A1’가 좋은 예다.

길이×너비×높이가 9.000×2,900×3.560㎜에 무게가 26.7톤이나 되고, 28명을 태운다. 물론 이 수치만 봐선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일반 장갑차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르다. 미 육군이 쓰는 ‘M2A3 브래들리’의 경우 길이×너비×높이가 각각 6,550×3,300×2,970㎜로 훨씬 아담하다. 정원도 9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게는 30톤 이상이다. 수륙양용이 상대적으로, 덩치 대비 무게가 가볍다. 민간용 또한 마찬가지. 그래서 수륙양용자동차는 부력을 확보할 큰 덩치와 가벼운 무게가 필수다.

 

 

다양한 목적으로 쓰는 전천후 이동수단

수륙양용자동차는 뭍에선 바퀴, 물에선 꽁무니의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만든다. 수륙양용 ATV는 조금 다르다. 고무바퀴 속 공기로 부력을 확보하고, 바퀴 표면의 굵은 주름으로 추진력을 낸다. 그래서 만화 속 비율처럼 차체에 비해 우스꽝스럽게 큰 바퀴를 6~8개나 단다. 이들 바퀴에 역시 고무로 만든 무한궤도를 씌워 험로 주파 성능을 더욱 높이기도 한다.

국내에도 수륙양용자동차를 전문으로 개발·생산하는 중소기업이 있다. 부산 기장에 자리한 GMI그룹으로, 2017년 문을 연 신생업체다. 현재 유니 엠피비어스 버스와 독도 엠피비어스 크루져(SUV) 두 가지 형태로 생산 중이고, 부산과 경남 통영 등지에서 관광용으로 실제 운행하고 있다. 에버랜드 로스트밸리의 스페셜 투어에 쓰는 SUV가 이 회사 제품이다.

 

133.jpg

 

40인승 유니 엠피비어스 버스의 경우 육상에선 일반 엔진으로 시속 100㎞, 수상에선 물을 압축·분사하는 워터젯 엔진으로 시속 18~22㎞로 움직인다. 그런데 속도보다 더 중요한 조건은 안전성이다. 가령 이 버스는 수상에서 부력과 평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춰 초속 22m의 바람과 높이 1.5m 파도의 악조건에서도 좌우 기울임 7° 이내로 운행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잊을 만하면 수륙양용자동차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2008년, 스위스의 소규모 자동차 개조사, 린스피드(Rinspeed)가 선보인 콘셉트카 ‘스쿠바(sQuba)’가 유명하다. 로터스의 엘리스란 스포츠카를 기반으로, 엔진 대신 전기 모터를 동력원으로 삼아 완성했다. 다른 수륙양용자동차와 결정적 차이도 있다. 스쿠바는 수면 위를 달리지 않고, 물속을 잠수한다.

미국의 ‘위터 카’는 슈퍼카, SUV 등 장르 특성을 살린 수륙양용자동차로 화제를 모았다. 예컨대 파이썬은 쉐보레 콜벳 엔진을 얹고 각각 시속 204㎞(지상), 시속 96㎞(수상)를 기록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팬더 지프는 전용 서스펜션과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춰 험로도 거뜬히 누빈다. 그렇다면 수영 솜씨는? 아무렴 회사 이름이 ‘워터 카’인데,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미래에는 이러한 수륙양용자동차가 더욱 폭넓게 쓰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