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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novation

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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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냄새, 싫은 냄새,

나쁜 냄새

 

자동차가 흔치 않던 시절에는 새차 냄새가 은근히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냄새를 지우지 못해 안달이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새 차 냄새, 그로 인해 해당 차종에 대해 안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원치 않는 상황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몇몇 제조사들은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 냄새와 관련하여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 차 냄새 잡는 후각 연구 집중

 

“난 새 차 냄새가 방향제보다 좋더라”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시절도 있었다. 반면 이젠 어떻게든 이 냄새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흔히 ‘새차 냄새’라고 하는 그것의 원인은 대체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에 기인하며, 대기로 쉽게 증발하는 액체 또는 기체상 유기화합물을 아우른다. 물론 이러한 성분 말고도 냄새를 좌우하는 요소는 많다. 이를테면 가죽과 직물, 목재, 플라스틱, 고무 등 자동차의 실내를 장식한 갖가지 소재에서 나는 냄새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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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냄새가 나는 경우 새로운 물질을 첨가해 중화시키기도 한다. 고무성분에서 나는 냄새는 오일 계열의 첨가물로 어느 정도 지울 수 있다.

 

새 차 냄새는 자주 환기시키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그 사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이러한 냄새를 잡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냄새를 전문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팀을 운영 중인 자동차 제조사도 있다. 아우디가 대표적이다. 독일 잉골슈타트 본사에는 신차 냄새를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한 일명 ‘후각 팀(Nose Team)’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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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의 냄새 전담팀의 업무는 반복적이다. 해당 부품을 가열해 냄새를 맡고 평가한다

 

“가죽과 플라스틱, 고무 등 500여 가지의 자동차 부품 조각을 유리 항아리에 넣고 오븐에서 30℃로 2시간 동안 가열한 뒤 팀원들이 돌아가며 냄새를 맡고 평가해요.”

아우디 소재팀 루드빅 폴(Ludwig Poll) 박사의 설명이다. 대시보드 골격 같은 경우 부품 전체를 오븐에서 65℃로 4시간 동안 ‘굽는다’. 나아가 온풍기로 자동차 한 대를 에워싸 통째로 가열하기도 한다. 이들의 임무는 크게 두 단계다. 첫째는 불쾌한 냄새의 원인 찾기, 둘째는 그 냄새 없애기. 향수나 방향제처럼 인공적인 향을 만들지는 않는다. 좋든 싫든 냄새로 운전자와 탑승자의 후각을 자극하지 않는 게 목표다.

 

 

냄새 지우고 특정 향을 더하기도

 

메르세데스-벤츠도 일찍이 1992년부터 ‘후각팀’ 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 개발하는 차 안에 어떤 소재를 쓸지 결정할 권한을 쥐고 있다. 벤츠가 냄새를 평가하는 방식 역시 아우디와 비슷하다. 목재와 고무,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선별해 쓴 차를 밀폐시킨 유리방에 넣고 80℃까지 가열한다. 뙤약볕에 장기간 차를 세워놓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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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다양한 부품을 잘게 조각 낸 뒤 유리병에 담아 가열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지 확인한다

 

이후엔 차가 자연스럽게 식도록 내버려 둔다. 그 다음 ‘후각팀’의 전문가를 투입한다. 이들은 냄새를 1~6 가운데 한 숫자로 평가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싫은 냄새다. 평균 1~3까지는 통과시킨다. 그러나 4 이상 점수 받은 소재는 탈락한다. “가장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향기를 만드는 게 목표에요.” 이 팀에서 25년간 몸담은 클라우디아 프의 설명이다. 그런데 가죽 향만큼은 지우지 않고 남긴다. 이 또한 시장마다 선호도가 다르다. 미국과 유럽에선 좋아하고, 인도와 일본에선 썩 반기지 않는다. 따라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가령 S-클래스는 실내를 은은한 향기로 감싸는 장비를 단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격언을 떠오르게 하는 전략이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게 최선

 

포드는 미국에서 트랜짓 커넥트란 상용밴의 판매에 나서기 앞서 심각한 사실을 발견했다. 자동차 실내에서 기름지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도어에 쓴 마감재가 문제였다. 그런데 제조단계에선 발견하지 못했다. 고등어를 즐겨먹는 터키에서 생산한 까닭이다. 터키인의 후각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미국인에겐 코를 찌른 자극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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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뿐 아니라 차 전체를 온풍기나 온열기로 가열해 냄새를 살피기도 한다. 뙤약볕 아래 세워뒀을 때 예상 못한 냄새가 피어나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다.

 

포드 연구소의 산드라 에드워즈 엔지니어는 “냄새에 대한 사람들의 취향은 다양하다. 각 나라별 전통음식이나 향신료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심지어 누구나 좋아하는 향도, 어떤 이에겐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결론은 냄새의 존재 자체를 지우는 데 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을 때 비로소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포드 역시 향과 관련한 부서를 운영중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특정한 향을 디자인하진 않는다. 토요타 북미연구소에서 냄새 패널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 스털링은 “미국인은 일본인보다 비린내(생선 냄새)에 특히 민감하다. 반대로 일본인들은 미국인보다 천연섬유 냄새에 민감하다. 좋지 않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때론 소재나 가공법을 바꾸기도 한다. 가령 포드는 실내 매트의 고무 성분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나몬 오일을 코팅했다.

“첫 느낌은 중요한 역할을 하죠. 새 차에 처음 탔을 때 풍기는 냄새가 상쾌하지 않으면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새 차 실내에서 나는 냄새에 대한 제조사나 소비자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어요.” 폭스바겐 미하엘 프랑케 박사의 설명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걱정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다들 냄새를 지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 중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