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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novation

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작아서 더 위대한 나노 기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을 만큼 작은,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극미세가공 과학기술인 나노 기술. 크기와 소비 에너지 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국가적 과제로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효율성과 사용자 편의를 위해 자동차도 나노 기술을 입고 있다.

 

 

말거나 접을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

 

올해 안에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돌돌 말거나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덕분에 가능한 ‘마법’이다. 디스플레이 세대 구분에 따르면, 1세대 CRT(Cathode-Ray Tube)와 2세대 평판에 이은 3세대다. 이미 SF 영화를 통해 익숙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에서 톰 크루즈가 말아서 들고 다닌 신문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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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자동차 미국 연구소는 일찍이 2009년 탄소나노튜브로 전기 전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을 발표했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사령부 모니터 화면이 전부 투명하다. 이른바 투명 디스플레이인데, 더이상 상상 속의 기술이 아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자율주행 콘셉트카 세드릭이 좋은 예다. 앞 유리 안쪽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이 창을 통해 주행 관련 정보나 넷플릭스 콘텐츠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띄운다. 두 사례 모두 그 밑바탕엔 ‘나노(Nano)’ 기술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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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가 만든 나노 단위 크기의 포뮬러 자동차 모형.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을 만큼 작다. 그런데이 처럼 스케일을 극적으로 줄일 때 기존에 기대할 수 없는 ‘마법’이 일어난다. 나노 기술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나노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 뿌리를 둔 용어다. 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0.07~0.08㎜)의 약 8만 분의 1 크기다. 수소원자 10개를 나란히 놓은 길이 정도. 따라서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을 만큼 작은 단위다. 나노 기술은 10억 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하는 극 미세가공 과학기술을 뜻한다.

1959년 미국의 노벨물리학 수상자 리처드 파인먼 교수는 “백과사전 24권을 머리핀에 담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엔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이제 어엿한 현실로 거듭났다. 1981년 스위스 IBM 연구소에서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개발하면서 나노 세계에 대한 이해에 가속이 붙었다. STM은 시료에 전자를 쏜 뒤 파동을 측정해 시료의 구조를 파악하는 장치다.

 

 

나노 신소재,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나노 기술이 단지 작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끄는 건 아니다.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까닭이다. 가령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도 나노 단위에서는 전혀 다른 구조와 특성을 띤다. 탄소 원자를 입체적으로 엮으면 다이아몬드, 육각형의 판 모양으로 차곡차곡 쌓으면 흑연이 된다. 최근 나노 기술과 관련해 가장 화젯거리인 쌍두마차는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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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나노튜브는 무게를 줄이되 소재의 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단이다. 휠이 대표적인 사례다. 나노 기술 덕분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합금을 결합한 휠이 나올 수 있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 6개로 육각형을 이룬 그물망이 나선형을 이룬 물질이다. 구리만큼 전기가 잘 통하고, 강철보다 100배 강하며 탄성과 열전도율 또한 뛰어나다. 이 튜브의 지름이 1㎚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어떤 각도와 방향으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전도체 또는 반도체가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반도체에 쓰던 실리콘을 대체할 주역으로 관심을 끈다.

한편, 투명 디스플레이의 비밀은 ‘그래핀’이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해 벌집 형태를 이룬 화합물이다. 탄소나노튜브가 3차원 입체인 반면, 그래핀은 2차원 평면이다. 전기전도율은 구리의 100배, 열전도율은 탄소나노튜브의 2배, 강도는 강철의 200배에 달한다. 또한, 두께가 0.2㎚로 탄소나노튜브보다 훨씬 얇다. 그래서 투명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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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기술은 이미 우리가 타는 자동차에 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엔진 실린더 벽을 ‘나노 슬라이드’라는 기술로 코팅해 마찰 저항을 줄였다. 페라리 역시 488 시리즈의 엔진에 이 기술을 쓰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꿈의 물질’,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탄소나노튜브는 반도체 소자나 배터리, LED 등 발광체, 그래핀은 플렉시블 또는 웨어러블, 투명 디스플레이에 쓰고 있거나 곧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같은 중요성 때문에 과학기술 정보통신부는 2027년까지 로드맵인 ‘제3기 국가나노기술지도’를 확정했다.

 

 

미래 자동차 기술의 핵심요소로 주목

 

자동차와 나노 기술의 만남은 이전에 상상조차 못 했던 편리함을 안겨준다. 투명 디스플레이도 그중 하나다. 운전자가 시선을 옮기지 않고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 ‘헤드업 디스플레이(이후 HUD)’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에서 시작해 2003년부터 자동차에 쓰기 시작했다. 현재는 운전 중 시야가 머무는 지점에 제한적으로 쓴다.

그러나 투명 디스플레이를 쓰면 HUD의 범위를 앞 유리 전체로 확장할 수 있다. 눈 앞 풍경에 화살표나 선, 숫자 등 별별 정보를 띄우면 그 자체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 된다. 응용도 가능하다. 랜드로버는 험로를 달릴 때 보닛 아래쪽 지형을 자동차 전면 유리하단의 HUD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루(See-Through)’ 기술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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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는 도어 패널과 보닛, 지붕을 탄소나노튜브를 품은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놀랍게도 이들 패널은 배터리의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도 겸한다

 

나노 기술은 자동차 배터리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단이기도 하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흑연으로 만든 양극을 사용한다.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할 때 전기를 발산한다. 나노 기술로 만든 산화규소로 흑연을 대체하면 에너지 용량을 4배 높일 수 있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한 배터리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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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은 나노 기술을 활용한 페인트를 개발해 전기차 리프에 적용 중이다. 자잘한 상처를 스스로 복원할 수 있고, 습기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능도 품었다. 그래서 이 도장기술을 쓴 차종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스스로 깨끗해진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 나노 기술은 이미 일상에 스며들었다. 은나노 코팅이 좋은 예다. 나노미터 수준의 은 입자를 입혀 세균 억제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자동차도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에 씌운 가죽, 에어컨 히터 필터 등 다양한 곳에 은나노 코팅을 쓰고 있다. 또한, 닛산은 나노 기술을 페인트에 접목해 자잘한 상처를 스스로 복원하는 기술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