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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원석 _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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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신전의 비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페르시아의 침략을 물리친 기념으로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을 건립했다. 신전은 아테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언덕인 아크로폴리스에 세웠다. 파르테논은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를 섬기기 위한 종교 건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테네의 황금기를 알리는 전승 기념물이기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전쟁과 풍화 침식을 겪으면서 파르테논은 크게 훼손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인류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기였던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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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건축의 백미 파르테논

 

아테네는 페리클레스의 영도 하에 페르시아의 침략을 막아내고 델로스 동맹의 맹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전쟁 후 달라진 아테네의 위상과 시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상징이 필요했던 페리클레스는 건축가 익티노스(Iktinos)와 조각가 페이디아스(Pheidias)에게 신전 건립을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옆면이 거의 70m나 되는 큰 건물이 탄생했다. 파르테논은 규모뿐 아니라 내부에 봉헌된 12m짜리 ‘아테나 파르테노스’(‘처녀 아테나’라는 뜻)가 참배객을 압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황금과 상아로 치장한 페이디아스의 이 조각품은 소실되어 지금은 볼 수 없다.

파르테논을 비롯해 남아있는 여러 신전에서 알 수 있듯 그리스는 석재를 이용한 신전 건축이 발달했다. 물론 석조 건축이 발달한 것은 석회암과 대리석이 풍부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건축은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발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집트인이 피라미드, 로마인이 콜로세움을 세운 것처럼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다양한 건축양식이 나타난다. 영원불멸을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은 왕이 우주로 돌아가려면 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설했다. 엄청난 크기는 물론, 정사각형의 밑변이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등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학적 정밀함을 자랑한다. 피라미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불가사의하고 경이로운 건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집트가 죽은 사람이나 사후 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것과 달리 그리스와 로마는 살아있는 사람과 실용적인 목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양식의 건축물이 탄생했다. 이것이 경이로운 건축물로 꼽히는 피라미드보다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 기술이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미친 이유다.

의도는 달랐지만 그들이 돌을 건축 재료로 사용한 이유는 같았다. 돌이 압축력에 강한 재료라는 것이었다. 목재보다 하중(압력)에 잘 견디는 특성 때문에 석재는 신전이나 궁궐처럼 거대한 건축물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석조 건축물은 장중한 느낌을 주고 튼튼했기에 종교 건축이 발달한 그리스에는 안성맞춤인 양식이었다. 그런데 돌로 건물을 지을 때는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돌은 횡압력(휘어지는 힘)에 약하다는 것이었다(이는 모든 석조 건축물이 지닌문제로 로마의 경우에는 아치를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서 그리스의 건축가들은 거대한 파르테논의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기둥을 촘촘하게 일렬로 배치한 열주(Colonnade)를 사용했다. 파르테논 신전에 외부에 46개, 내부에 23개나 되는 많은 기둥이 있는 것은 이러한 공학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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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비밀은 황금비?

 

단지 기둥만 많이 배치했다면 파르테논이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형을 중요시했던 그리스 건축가들은 기둥도 그냥 나열하지 않았다. 오더(Order)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기둥 양식을 보면 얼마나 그들이 기둥에 신경을 썼는지 잘 알 수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단순함과 직선을 조화시킨 도리스 양식을 사용해 기둥이 무거운 지붕을 떠받치는 힘을 느끼게 했다. 이뿐 아니라 파르테논 신전은 배흘림과 같은 미묘한 시각적 효과를 이용했고, 박공(지붕과 지붕이 만나서 생긴 삼각형의 벽면)에 화려한 조각을 배치했다. 

건물은 배수를 위해 지붕의 모양을 대체로 삼각형 형태로 기울여 만들기 때문에 삼각형의 박공이 생긴다. 지붕과 박공은 보에 의해 떠받쳐지고, 보는 기둥으로 지탱된다. 이처럼 열주는 무거운 지붕을 지탱하는 역학적인 기능을 하고 있지만 그리스의 건축가들은 기둥의 미적 배치를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둥 본래의 역할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게 만들었다.

파르테논은 그리스 건축가들이 건물의 외형적 조형미를 갖추는 데 많은 노력을 했음을 보여준다. 건물이 비례를 갖춰야 한다고 여겼던 그들은 인간과 우주의 유사성에서 비례의 원리를 찾아내려 했고, 그것을 미학의 근본으로 여겼다. 그리스 건축과 조각은 인체 비례의 법칙을 충실히 따랐다. 르네상스 예술에서 그리스의 느낌이 나는 것은 바로 수학적 비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이 비례를 중요하게 여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많은 이들(특히 수학자들)은 신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수학적 비례를 갖추고 있으며, 황금비와 같은 수학적 비례 때문에 신전이 아름답다고 여겼다. 물론 신전 기둥은 일정한 비례를 갖추고 있고, 신체 비율을 적용했으며, 배흘림(Entasis)과 같은 시각적 효과를 이용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르테논 신전이 황금비를 적용했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수학자 조지 마코스키는 「황금비에 대한 오해(1992)」를 통해 파르테논 신전에서 황금비를 이룬다고 주장했던 수치들이 실제로는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황금비에 맞추기 위해 저마다 다른 측정치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학이 발달한 그리스였기에 건축에 황금비를 적용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황금비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은 자칫 기둥과 오더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파르테논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