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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novation

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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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블록체인

 

가상화폐의 기반이 된 블록체인은 정보의 관리와 책임을 분산시켜 위변조 가능성을 줄인 기술이다. 최근 자동차업계가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여념 없다.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주행 정보 관리와 이동성 서비스의 근간이 될 결제시스템 등 그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책임과 권리 공동체, 블록체인

 

“‘블록체인(Blockchain)’이 정확히 뭔가요?” 이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이는 아직 많지 않다. 자주 듣지만 여전히 낯선 용어. 그나마 익숙한 ‘비트코인(Bitcoin)’이 바로 블록체인에 기반을 뒀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암호를 이용한 온라인 화폐다. 줄여서 ‘암호화폐(Crypto Currency)’ 또는 ‘가상화폐’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있었다.

‘인터넷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이퍼 펑크스(Cypher Punks)’란 집단이 주도했다. 이들은 탈규제와 사생활 보호를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난 암호화폐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사이퍼 펑크스 빼곤 마땅한 호응이 없어 상용화엔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의재앙이 비트코인을 불러냈다.

2007년 미국 부실주택담보채권이 촉발시킨 금융위기다. 기존 시스템의 치부를 여실히 드러낸 계기였다. 정부와 은행 등 기존의 중앙집중식 통제기관을 믿었던 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불과 몇 주 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의 개념을 논문으로 처음 제안했다. 핵심은 개인 간(P2P) 거래를 통한 정보의 책임과 권리의 분산이다.

여기서 말하는 블록은 데이터 저장 단위다. 이 블록을 차례로 엮어 저장하는 개념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하나의 서버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훨씬 안전하다. 다수의 컴퓨터가 블록체인 관리에 참여해 모든 결제를 추적하고 감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블록마다 거래시간을 각인하고 꼬리표를 단 뒤 차례로 엮는다. 따라서 일단 기록하고 나면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자동차와 블록체인이 만나 좋은 점은?

 

신원이 불분명한 사토시의 논문 이후 다양한 비트코인이 등장했다.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의 염원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비트코인과 더불어 현실로 거듭났다. 이 개념에 열광한 또 하나의 집단이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전문가들이었다. 촉이 빠른 이들이 자본을 수혈하면서, 비트코인은 대안 금융으로 부상했다. 급기야 미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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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전동화 자동차를 보편적으로 공유해서 쓰게 되면 신차 판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동성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

 

테러조직이 익명성을 이용해 자금세탁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범죄도 생겼다. 일본의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틴곡스가 정점을 찍었다. 2014년 2월, 4억 5천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이 유출되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밑바탕을 이룬 블록체인은 자동차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과연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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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는 블록체인을 이동성 서비스와 관련해 차량 및 주행 정보, 결제수단으로 쓸 계획이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여념 없다. 자율주행은 데이터 싸움이다. 사람의 인지 및 학습능력을 컴퓨터로 대신하려면 방대한 주행 및 보안 정보를 신속 정확하고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기존 중앙집중식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블록체인은 각 자율주행차가 서버 역할을 해 많은 정보를 빠르게 학습할 수있다. 무엇보다 해킹에 강하다.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기능도 매력적이다.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 신차 판매가 줄어드는 만큼, 전반적인 이동성(모빌리티) 서비스를 장악해 수익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이때 나만의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수단을 갖고 있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 표준 선점 위한 합종연횡 활발

 

아직 자동차와 관련한 블록체인 기술의 세계 표준은 없다. 그래서 표준선점 또는 독자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에 바쁘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주인공은 토요타다. 지난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연구 시작을 밝힌 이후 오큰 이노베이션, 빅체인 등 다양한 회사와 협업 중이다. 카셰어링과 전자 결제, 주행 정보 관리 등 이동성 서비스의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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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정보의 관리와 책임을 분산시켜 위변조 가능성을 줄인 기술이다. 비트코인 역시 이 기술에 기반을 뒀다

 

지난 5월엔 ‘모빌리티 오픈 블록체인 이니셔티브(MOBI)’도 출범했다. GM과 포드, BMW, 르노 그룹, 패러데이 퓨처 등 자동차 제조사를 비롯해 보쉬와 ZF, 덴소 같은 부품업체,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한뜻으로 뭉친 배경이 있다. 구글 같은 IT 공룡에 휘둘리지 않고, 결제 시스템과 데이터 공유와 관련한 표준을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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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가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나섰다. 그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한 까닭이다

 

같은 달, 이 그룹에서 빠져 있는 다임러 그룹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올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비슷한 이름의 암호화폐 ‘모비코인(MobiCoin)’을 선보였다. 친환경 운전을 할수록 모바일 앱 전자지갑에 더 많은 코인을 모을 수 있고, 메르세데스컵 파이널 등 VIP행사의 티켓으로 바꿀 수 있다. 운전자 500명을 동원해 시험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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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치른 메르세데스 벤츠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모비코인(MobiCoin)’을 선보였다

 

다임러 그룹 IT팀의 블록체인 전문가 요나스 폰 말록키는 “탈중앙화 구조를 지닌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우린 크고 작은 기업들과 협업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실제로 거대 자동차 제조사와 IT 스타트업 사이의 짝짓기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BMW는 ‘비체인(VeChain)’, 포르쉐는 ‘자인(XAIN)’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 연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