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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Innovation

Writer. 김기범 _<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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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그리고 자동차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에 걸친 개념이다. 가상현실은 실제보다 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증강현실은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는 이 두 가지 기술 도입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예컨대 가상현실로 아직 만들지 않은 신차를 품평하고, 증강현실로 실제 자동차를 분해하지 않고도 얼개를 들여다보는 식이다.

 

 

현실과 가상의

중간지대

 

#1. 한 자동차회사의 디자인 연구실. 보안 삼엄한 회의실에 이 회사의 주요 임원과 외부 전문가가 모였다. 이날 두 개의 안으로 압축한 외관과 실내 디자인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러나 스케치나 PPT 파일은 없다. 이들은 눈앞에 디스플레이 띄우는 헤드 유닛을 쓰고, 각각 두 가지 안에 맞춰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한 신차 안팎을 샅샅이 살폈다.

 

#2. 부모가 운전하는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소녀. 창밖 저 멀리 들판에 외로이 선 나무를 손가락으로 콕 찍는다. 그러자 유리창 한쪽에 나무까지 거리가 숫자로 뜬다. 차창에 손가락으로 낙서를 하면 궤적이 진한 검은색 선으로 남는다. 이 그림은 그대로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다. 엄지와 검지를 벌려 차창 밖 풍경 중 일부를 확대해 볼 수도 있다.

 

공상과학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두 상황 모두 상상이 아닌 실제다. 그런데 #1과 #2는 다른 개념이다. #1은 배경과 정보 모두 실제를 정교하게 구현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고 #2는 실제 풍경에 가상의 이미지로 정보를 덧씌우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다. 둘의 공통분모도 있다. 현실과 가상의 중간지대라는 점이다.

현재 더 대중화된 기술은 가상현실이다. 이 가상현실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 체험방이 최근 국내에 빠르게 늘고 있다. 레이싱 드라이버나 스포츠 선수들은 이미 가상현실을 트레이닝에 활용 중이다. 증강현실도 어느새 우리와 익숙해졌다. 실제 풍경 속에서 가상의 캐릭터를 찾아 사냥하는 닌텐도의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GO’가 얼마 전 세상을 뜨겁게 달군 것을 봤을 것이다.

 

 

상상력 구현이 쉬운

가상현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는 세상이다. 기발한 상상력을 구현하기엔 가상현실이 비교적 유리하다. 몰입감 또한 증강현실 보다 한층 뛰어나다. 자동차 업계도 가상현실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전시장에 녹아있다. 요즘은 첨단 디스플레이 장치를 이용해 전 차종을 모든 방향에서 샅샅이 살펴보고 옵션과 컬러의 조합도 마음껏 바꿔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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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용 차량을 종류별로 마련해 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간 절약이 가능하고, 따라서 임대료 비싼 도심 한복판에도 얼마든 차릴 수 있으며, 원하는 차가 없다며 고객이 발걸음 돌릴 염려도 적다. 몇 년 전, 취재 차 중국 베이징에 문을 연 가상현실 자동차 전시장을 찾은 적이 있다. 연면적은 2,100㎡로, 건물 2개 층에 나눠 자리 잡고 있었다.

가상현실 전시장의 핵심은 ‘파워 월(Power Wall)’이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대형 디스플레이인데, 스크린을 바둑판처럼 이어 완성했다. 그 결과 자동차를 ‘실제’ 크기로 띄울 수 있다. 이 전시장이 갖춘 6개의 파워 월이 차지하는 디스플레이의 면적만 94㎡다. 파워 월은 동작 인식 센서 또는 멀티 터치 테이블을 이용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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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월’과 ‘멀티 터치 테이블’은 18대의 고성능 컴퓨터와 3대의 서버에 연결해 자동차를 이리저리 회전시키며 다양한 각도에서 살필 수 있다. 도어와 보닛, 트렁크도 동시에 열어볼 수 있다. ‘인체의 신비’ 전시물처럼 껍데기와 골격을 분리해서 들여다볼 수도, 나아가 모의 주행을 해볼 수도 있다. 화면 속에서 달리는 자동차는 심지어 실제 주행할 때와 똑같은 사운드를 낸다.

 

 

정보 전달에 유리한

증강현실

 

증강현실은 태생적으로 실제와 한층 가깝다. 그래서 사실에 기반해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쓰기에 적합하다. TV 축구 중계 때 선수가 프리킥으로 찬 공의 동선을 표시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자취를 감춘 ‘구글 글래스’도 증강현실 기술을 안경에 접목시킨 경우였다. 자동차 업계 역시 증강현실과 접점을 찾는 데 열심이다.

가령 신차 디자인 작업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를 도입했다. 렌즈에 가상의 정보나 이미지를 띄우는 안경이다. 홀로렌즈는 사용자 시야에 3차원 홀로그램을 입힌다. 따라서 한 대의 차를 두고, 디자이너 여럿이 서로 다른 제안을 그 자리에서 증강현실로 확인할 수 있다. 일부 항공사에서는 제트엔진 정비교육에 홀로렌즈를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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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동차회사는 생산라인의 최종 품질검사때 증강현실을 쓰기도 한다. 아이패드로 차체를 비추면 표면이 일그러지거나 조립 단차가 규격을 넘어선 부위가 화면 속에서 실시간으로 빨갛게 물들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증강 현실은 신차 발표회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대 위에서 자유자재로 차체를 분해하고 특정 부품을 보여주며 한층 생생하게 소개할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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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차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일종의 증강현실이다. 자동차 업계는 현재 앞 유리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쓰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러면 차창 너머 도로에 가상의 화살표를 표시하고, 목적지 건물에 형광을 입혀 눈에 띄게 만들 수 있다. 나노 기술로 완성한 투명 디스플레이 덕분에 상용화를 꿈꿀 수 있게 된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