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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Interview

Writer. 편집실 / Photo. 김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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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멜로디에

진실된 말을 얹는다

 

조은희 작사가

 

마음에서 우러난 말은 힘이 세다. 그 말이 멜로디와 완벽히 어우러지면 호소력은 폭발적이 된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 고유의 분위기,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의 조각들, 귀에 감기면서도 공감되는 말이 한데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인생 노래’가 된다. 우리나라 대중의 마음에 깊이 남은 수많은 노래에 말을 얹은 사람, 조은희 작사가를 만났다.

 

 

활자만으로는 의미가 없는 말,

가사(歌詞)

 

이수영, 김종국, 박상민, 이승철, 이승환, 김형중, 임정희 등 셀 수 없이 많은 뮤지션과 협업해 음률 위에 아름다운 노랫말을 녹여낸 조은희 작사가. 노랫말에서 공감만큼 중요한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믿음으로 일해왔다. 자신의 이러한 작사론을 가장 잘 구현해 준 가수로 그녀는 테이와 BMK를 꼽는다.

“테이의 노래에 제가 원하는 노랫말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그리움을 외치다’에도 시적인 표현을 여럿 집어넣었는데요. 쉬운 단어들이 아닌데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걸 보고 정말 놀랐어요. BMK도 노래를 워낙 잘 하잖아요. ‘하루살이’라는 노래에 ‘단추 없는 맘을 여밀 수도 없게’ 같은 표현에 욕심을 내느라 멜로디랑 가사가 잘 안 붙는 부분이 있어요. 이 말도 안 되는 가사를 정말 잘 불러준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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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조장혁은 본인의 작사 실력 또한 뛰어나지만, 조은희 작사가와의 작업을 좋아한다. 이를 테면 자신이 노래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 작사가의 언어로 듣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기다리는 식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지난 2005년 가사집이자 에세이집 《버릇처럼 다시 사랑을 씁니다》에 모였다. 곡마다 가수, 작곡가, 엔지니어와 제작자들의 코멘트가 덧붙여졌다. 고인이 된 친구 박용하 씨의 글도 있다.

“돌아보니 그 책이 제 인생에 큰 선물이 되었어요. 가사는 귀로 읽는 글, 마음으로 듣는 말이잖아요. 활자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고, 활자만 있다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죠. 그 말에 담긴 사람의 감정에 더해 멜로디도 있어야 하고, 그 멜로디에 얹은 말을 불러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요. 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소리, 생각, 작업이 한 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거죠.”

 

 

작사가는 말을 갖고 노는

일을 즐기는 사람

 

조은희 작사가는 요즘 아카데미에서 작사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미래의 작사가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은 다름 아닌 ‘놀자’란다. “노래라는 낱말 자체가 ‘놀다’에서 온 거예요. ‘놀다’라는 어간과 명사형 어미 ‘애’가 결합해 ‘놀애’가 됐고 그게 노래가 된 거죠. 노래가 노는 거라면, 작사 작곡의 기본 마인드도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떠오르는 말을 내뱉는다고 무조건 가사가 될 순 없다. 입에 붙는 가사를 쓰기 위해서는 여러 언어적 장치와 음악적 소양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테크닉을 배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콘텐츠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결국 창작자가 일에 임하는 태도, 삶을 사는 태도일 것이다. 조은희 작사가의 ‘놀자론’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작사라는 일을 오래 해내려면, 말을 갖고 노는 일 자체를 충분히 즐겨야만 한다는 조언이다. 감정과 감각을 모두 끌어내어 ‘미친 듯이’ 빠져들지 않으면 한편의 노랫말도 제대로 지을 수가 없다는 의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일상에서 고도의 감성을 내내 유지하는 일이 어찌 쉬울 리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하고 아름다운 말을 풀어내야 하다 보니 내적으로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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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은 상황에 너무나 슬픈 감정을 풀어야 하거나, 혹은 이별해서 힘든 상황 중에 행복한 가사를 써야 하는 일도 흔해요. 감정을 이리저리 넘나들어야 하는 일이라 제 일은 ‘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감성도 많이 쓰면 닳아버리는데, 그렇다고 감성이 닳지 않게 일부러 아껴 쓸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작사가가 마음 깊이 에너지를 많이 쓴 곡은 대중이 단번에 알아본다.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느낀 감성을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말에 담았을 때가 그렇다. 조은희 작사가는 그래서 단 하루도 대충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작사라고 말한다. 많은 뮤지션들이 이렇게 감성을 쥐어짜듯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행복하면 음악이 잘 안 나오겠다’는 오해 아닌 오해도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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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는 외로움이나 고통처럼 힘든 마음이 분명 필요하기는 해요. 마냥 행복해서는 하기 힘들죠. 그런데 수강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느껴요. 고등래퍼2에 출연한 김하온이 한 말이 인상깊어 적어두었어요.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은 잔인한 하나의 프레임이다. 꼭 괴로워야 얻는 게 있다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꼭 아프고 힘들어해가며 만들어야 하는가, 인생을 철저하게 즐기며 좋은 작업도 하겠다’는 강한 마인드가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죠.”

 

 

가장 진실한 소리이자

시대의 거울, 노랫말

 

가사는 개인의 감성을 담아 노랫소리에 실어 보내는 말이다. 작사를 잘 하려면 꼭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 할까? 조은희 작사가는 오히려 평범함과 보편성을 강조했다. 노래를 듣고 우리가 흔히 ‘내 노래’라며 주장하는 까닭도 실은 이 때문이다.

“무엇이든 노래의 주제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누구나 가사를 쓸 수 있죠. 이 때 특히 필요한 건 보편적인 정서예요. 가사에서 중요한 건 대중성과 공감성이거든요. 평범한 단 하나의 경험도 현미경으로 보듯 들여다보고, 감정선을 찾아 그 단면을 잘 잘라 쓰면 좋은 가사로 만들 수 있답니다.”

노래는 부르는 사람과 닮았다. 조은희 작사가는 ‘노래를 부를 때 진짜 자신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사람의 가장 진실된 소리가 바로 노래라는 생각이다. 내 안의 감정이 모두 울려 나오고, 그 소리들이 여러 물줄기를 타고 모이면 시대의 흐름이라는 큰 강물로 커진다. 조은희 작사가가 인상깊게 기억하는 래퍼 김하온의 지론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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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음악을 만드는 흐름의 방향이 달라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노랫말들이 예전과 다른 것도 그런 이유죠. 아쉬운 건 요즘의 노랫말에는 짙은 애절함이 덜하다는 것. 먹고살기가 힘드니까 음악에 깊이 빠질 여유가 없는 걸까요. 사랑도 감성도 그냥 적정 수준의 잔잔한 정도만을 원해요. 말하는 소재도 일상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고요.”

자칫 잘못 읽으면 ‘요즘 애들은 열정이 없어’ 식의 발언으로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은희 작사가는 현 시대의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시대는 계속 바뀌어요. 노래는 그 시대의 거울이자 현실을 담는 그릇이죠. 때마다 달라지는 그 날마다의 요즘 사람들을 반영하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를 느낄 수 있어요. 노랫말은 시대는 물론 개인의 정서 또한 그대로 반영하니까요.”

조은희 작사가는 명작사가로서 정상 반열에 오른 지금도 현재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찾고 또 공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조은희 작사가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살고 싶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