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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윤나 _《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그릇》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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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품격을 담는

말그릇

 

‘왜 이것밖에 못 하냐’는 한마디에 기운이 싹 빠지고, ‘잘 하고 있다’는 한마디에 더욱 힘이 나는 경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묵직한 힘을 갖고 있다. 이런 말을 담은 저마다의 말 그릇에는 한사람이 살아온 인생, 그의 인품, 세월도 함께 담겨있다.

 

 

말 그릇의 크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남편과 한판 했다며 시작한 하소연.

 

“아니, 내가 큰 거 바라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 번쯤 일찍 와서 아이들하고 저녁 같이 먹자고 하는데. 그게 뭐 그리 어렵다고 유난이라니?”

“속상했겠다. 남편의 퇴근 시간이 늦구나, 그래서 이야기는 잘 했어?”

“말이 통하겠니? 결국 ‘너랑 결혼하는 게 아니었어!’라고 질러버리고 나왔지!”

“아이고. 말해놓고도 마음이 안 좋았겠네.”

“성질나서 한 말이지만... 좋을 리는 없지. 그렇게까지 말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말 때문에, 사람 사이의 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일부러’ 아픈 말을 하겠다고 작정하는 사람은 없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상대가 내 마음을 몰라주니까, 자꾸 나를 자극하니까,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이 일그러지고 독한 말이 쏟아져 나온다.

어떻게 하면 말을 예쁘게 할 수 있을까? 나름의 애를 써 보아도 ‘말’이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말은 오랫동안 나의 호흡처럼 들고 나기를 반복하면서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 습관에 가깝다. 의지와 결심만으로는 변화가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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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앞으로 말을 ‘당신답게’, ‘처음에 가졌던 좋은 의도대로’ 사용하고 싶다면 말 그릇을 먼저 살펴보기를 권한다. 사람을 그릇에 비유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넉넉하게 담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릇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마음 안에 타인의 말을 담아낼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깊고 단단해서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지, 반대로 작은 말에도 파르르 반응하고 마는지는 말 그릇을 통해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내 말 그릇은 소주잔만 해! 조금만 기분 나빠도 참을 수가 없거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스스로 돌아볼 때, 본인은 어떤가. 본인의 말그릇 크기는 어느 정도 되는가?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 좁고 얕은 사람은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말을 쏟아내며 다른 사람의 말을 차분하게 듣지 못한다. 하지만 그릇이 넓고 깊은 사람은 상대방의 다양성을 고려하며 유연하게 반응한다. 상황과 사람, 심지어 그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까지 고려해서 말하고 한 번 들어온 말을 쉽게 흘리지 않으며 분명하게 말해야 할 상황에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말 기술의 차이를 넘어선 말 그릇 크기의 차이다.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이자 됨됨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말이 탄생한 곳, 말이 살아온 역사, 말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말은 한 사람이 가꿔온 내면의 깊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 그릇을 자신의 품만큼 채운다.

 

 

말 그릇을 넓히는 방법

 

말 그릇을 넓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첫 번째는 ‘습관대로 말하지 말고 감정 따라 말하자!’다. 앞서 남편과 부부싸움을 벌였던 친구도 늘 싸움의 마지막은 ‘너하고 결혼 괜히 했다’는 말로 끝난다고 한다. 화가 나면 습관적으로 그렇게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면 혀끝에 붙어버린 말을 떼어 내야 한다. 습관적인 말 대신에 마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기분이 나쁠 때, 속이 상할 때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진짜 감정을 구별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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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속상함’일 것이다.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했으니까. 또 ‘아쉬움’과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다. 가족들과 오손도손 저녁을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지 못하면 결국 남편에게 ‘비난’과 ‘분노’만 전하고 만다. 감정을 세분화하지 못하면 습관적인 감정인 ‘화’나 ‘짜증’으로 퉁! 쳐지고, 결국 그런 감정만 담긴 말 때문에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신과 함께 저녁을 하지 못해서 속상하고 서운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의도, 핵심 감정이 전달된다. 더불어, 이런 말을 건넸을 때 상대는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대화에서 도망가지 않는다.

 

두 번째 방법은 ‘각자가 가진 공식을 존중하며 대화하자!’다. 아내는 남편에게 ‘모름지기 가족은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야지’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 생각을 알아주지 않으니까 화가 난 것이다. 이것은 한 사람이 가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공식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대화의 갈등은 대부분 공식의 차이에서 온다.

남편은 어떤 공식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는 ‘급한 일만 넘기면 시간을 낼 수 있다’ 또는, ‘이렇게 바쁜데 나를 이해해 주겠지’라고 믿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내가 남편의 공식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것만 주장하면, ‘내가 일부러 그러냐!’하고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바라는 것만 일방적으로 요청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공식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나는 가족들이 저녁을 함께하면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이해와 공감의 대화 또한 시작될 수 있다. 우리는 상대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른다. 짐작만 할 뿐이다. ‘내 생각이 당연하지’, ‘그 사람의 생각을 다 알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통이 시작된다.

타인의 말을 담는 그릇이 넉넉하려면 한 가지 공식에 묶여있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소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되, 그것이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차이는 분명 갈등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인지해야 하는 건, 수많은 ‘다름’은 ‘우열의 차이’가 아닌 ‘경험과 공식의 차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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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말의 기술은 화려해지지만 감정을 고백하는 능력은 부족해진다. 센 척, 괜찮은 척하면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말하기는 익숙해지면서 ‘나에게 당연한 일이 상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배려에는 게을러지는 것 같다.

말은 공중에 흩어져 사라지는 것 같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 밭에 떨어지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남아 깊은 자국을 남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오늘 당신의 말 그릇에는 누구의 마음을 담아보고 싶은가? 말이 안 통한다고 화만 내지 말고, 다양한 감정 단어에 관심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답답하다고 가슴만 치지 말고, 마음을 열어 서로의 공식 차이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말을 통해 상대를 비난하고, 뜯어고치려고 하면 고통이 생긴다. 말이 통제가 아니라 연결로 다가올 때, 당신의 말이 누군가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한다. 그래야 말할 맛 나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BOOK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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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그릇

 

저자 김윤나 / 출판사 카시오페아

 

사람들이 가진 말 그릇의 상태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결국 말에서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단순히 말 잘하는 법을 넘어 말 그릇 자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