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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원석 _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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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속에 담긴

잔혹 동화

 

HANSEL AND GRETEL

 

그림 형제가 펴낸 《그림동화》의 원래 제목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Kinder-und Hausm rchen, 1812)》다. 민간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를 모은 민담집으로 초판본은 동화라기보다는 채록문학 연구서에 가까웠다. 하지만 책이 인기를 끌자 아이들이 읽기 좋은 형태로 책을 수정하면서 점차 동화의 형태로 모습이 바뀌게 된다. ‘헨젤과 그레텔’도 그림동화에 수록된 이야기로 과자로 만든 집이라는 화려함으로 인해 잔혹한 진실이 묻혀버린 대표적인 스릴러물이다. 그렇다면 동화 속에 묻혀버린 진실은 무엇인지 아이들이 남긴 쿠키를 따라 여행을 떠나보자.

 

 

동화보다 잔혹한 현실

 

그림동화의 다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헨젤과 그레텔’도 그림 형제가 당시 독일에 떠도는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것으로 순수한 창작물은 아니다. 따라서 동화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을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 바탕으로 독일의 작가 한스 트랙슬러는 《황홀한 사기극 – 헨젤과 그레텔의 또 다른 이야기(2003, 이룸)》에서 ‘고고학적 발굴 동화(?)’라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고학 발굴을 하듯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실제로 벌어진 모략과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듯이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물론 책은 한스의 창작물이지만 현실이라고 해서 그리 더 나을 것도 없었다. 차라리 동화인 것이 더 좋았다고 할 만큼 당시 서민들의 삶은 비참했다.

단순히 동화라고 생각했던 내용은 당시 아이들이 겪어야 할 비참한 현실이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숲속에 버려야 할 만큼 생활이 힘들었다. 중세 유럽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약자를 내다 버리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아이를 버린다는 설정은 동화에 사용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동화를 비롯해 많은 이야기들은 악역을 친모에서 계모로 슬그머니 바꾸는 전략을 쓰게 된다.

동화 속 과자로 만든 집으로 아이들을 유혹했던 마녀가 있었을까? 과자로 집을 만들거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지는 못했지만 분명 마녀는 존재했다. 사람들은 (진짜로) 마녀가 아이들을 잡아먹거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믿었고, 주술들이 효과가 있다고 믿기도 했다. 중세는 과학과 마법, 종교와 미신이 혼재된 세상이었으니 이야기는 그 무엇이든 진실이 될 수 있었다. 마녀 이야기는 환각제와 설화가 빚어낸 허구였지만 이를 진짜로 둔갑시키기는 어렵지 않았다. 종교전쟁이나 전염병, 기근 등으로 인해 추락한 교회의 권위를 세우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탐욕적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교회에서는 악마가 필요했고, 여성이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통속적 믿음만으로도 수많은 죄 없는 여인들은 자신의 행위와는 상관없이 마녀가 되었다.

 

 

안내자에서 추적자로 변한 쿠키

 

헨젤과 그레텔은 부모가 내다 버릴 것에 대비해 자신이 지나온 길에 흔적을 남긴다. 한번은 조약돌 다음번에는 빵 부스러기. 동화 속의 이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인터넷에 그대로 차용되어 쓰이고 있다. 쇼핑몰과 같은 복잡한 사이트에서 자신이 보고 있는 메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사용자가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인 ‘브레드 크럼(Bread Crumb)’이 바로 그것이다. ‘빵 부스러기’라는 뜻의 브레드 크럼은 자신이 지나온 경로를 가로로 나열하여 사용자가 경로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것은 아이들이 숲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빵 부스러기를 사용한 데서 기인하는 메뉴다.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에서 사용자의 흔적을 이용할 때의 소스도 ‘인터넷 쿠키(HTTP 쿠키)’ 또는 ‘쿠키(Cookie)’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쿠키는 인터넷 사용자가 어떠한 웹사이트를 방문할 경우 해당 사이트의 서버가 사용자 컴퓨터에 보내는 작은 정보 기록 파일이다. 1994년 넷스케이프의 프로그래머였던 루 몬툴리(Lou Montulli)가 쇼핑몰에서 사용하기 위해 쿠키를 개발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뒀는데 다음에 접속해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바로 쿠키 때문이다. 쇼핑몰에 사용하려고 만든 쿠키는 현재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한 번 방문한 인터넷 사이트를 다시 방문할 때 방문 기억을 저장했다가 빠르게 접속하거나 ‘오늘은 더 이상 이 창 열지 않기’와 같은 메뉴에 체크를 하면 쿠키에 기록되어 더 이상 박스 창이 뜨지 않는다. 또한 한 번 투표하고 나면 다시 할 수 없는 것도 쿠키 때문이다.

이처럼 쿠키는 인터넷 세상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간과하면 안될 문제점도 있다. 아이들의 빵 부스러기가 새들의 먹이가 되었듯 인터넷 쿠키 또한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먹이가 된다. 쿠키를 통해 허락 없이 개인정보가 수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 검색을 한 이후, 인터넷 사이트에 여행 광고가 뜨는 것은 개인의 정보를 수집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차피 여행 갈 것이기에 여행사 광고가 반가울 수도 있지만 과자로 만든 집처럼 유혹의 손길일 수도 있다. 빵 부스러기가 아이들에게는 안내자였지만 인터넷에서는 각종 광고를 쏟아내기 위한 추적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