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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최원석 _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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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인 만남
방탄소년단의 DNA

 

누군가 ‘BTS가 세운 기록은 BTS만이 깰 수 있다’고 말해도 반박하기 어려울 만큼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는 높다. BTS는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고, 연일 자신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마도 팬들은 2017년을 BTS의 해라고 부르고 싶을 것이다. 그런 팬들에게 BTS의 노래 중 가장 좋은 노래 한곡을 꼽으라고 한다면 선뜻 고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BTS의 모든곡이 좋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필자에게 뽑으라고 한다면 난 단번에 <DNA>를 꼽을 것이다. 노래가 좋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흥미롭기 때문이다.

 

 

우주적 스케일의 <DNA>

 

‘만남’이라는 말을 했을 때 노사연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당신은 7080세대일 거다. 캠프파이어나 노래방 떼창 단골 곡 중 하나가 바로 노사연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한 사람의 애절한 사랑을 소박하게 표현한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만남>과 비교하면 BTS의 <DNA>는 사랑에 대한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 과학적 근거를 통해 만남의 필연성을 제시하는데, 그 스케일이 가히 천문학적이다. 만남이 우주의 탄생에서 시작했다는 거다. 옳다. 인간의 DNA 분자가 등장하는 데는 꼬박 138억 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우주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되었고, 차츰 식어가면서 그 속에서 별이 태어났다. 태어난 별은 영원히 빛나는 것이 아니라 수명을 다하면 새로운 별이나 행성이 태어날 수 있도록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우주로 자신을 흩뿌렸다. 이때 어떤 별의 죽음으로 지구가 태어났고, 그로부터 인간이 등장하기까지 45억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우리의 사랑이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노래해도 과학적으로 아무런 문제는 없는 것이다.

우주가 탄생했으니 이번엔 운행 규칙이 필요하다.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 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라는 가사는 우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말한다. 인간과 우주에 대한 초기의 대답은 철학적이고 종교적이었다. 즉 종교적 율법에 따라 천상과 지상의 운동이 설명되었다. 과학의 분야 중에서 천문학이 가장 먼저 발달한 것도 천상의 움직임을 통해 신의 뜻을 해석하려 했기 때문이다. 신의 개입 없이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필요했던 것은 수학을 바탕으로 한 물리학이었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통해 천상(달의 운동)과 지상(사과의 낙하)의 운동을 통합했고, 태양계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었다. 뉴턴 역학에 의하면 우주는 마치 시계처럼 정확하게 예정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세상이었다. 따라서 특정 시각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질량과 속도를 알면 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다른 시각의 우주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에서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우주는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확률적인 세상이다. 즉 우주는 아쉽게도(또는 다행히)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밖에 알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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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운명일까

 

만물의 운동을 묘사하는 법칙은 찾아낼 수 없다 하더라도 생명의 법칙은 이미 발견한 듯 보인다.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 서롤 불러왔던 것처럼. 내 혈관 속 DNA가 말해 줘”라는 가사처럼 DNA 속에 인간의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DNA는 원래 세포의 핵 속에 있으니 ‘혈관 속 DNA’는 과학적으로 틀린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혈관 속에도 세포가 있으니 굳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DNA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다.

영화 <가타카(Gattaca, 1997)>를 보면 모든 것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가 등장한다. 자연임신에 의해 열등한 유전자(열성 유전자가 아니다!)를 지닌 인간은 단순 노동밖에 할 수 없고, 유전자 조작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인간은 우주선을 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만일 영화처럼 유전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면 참으로 무섭고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환경이나 개인의 노력은 운명을 바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지능이나 감성, 운동 능력, 병의 발현 등 많은 부분에 있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가타카>에서도 유전자 검사에서는 부적격자로 판별났지만 결국 노력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

그렇다고 ‘운명적 사랑’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여러분들 중에는 ‘첫눈에 반한 사랑’을 경험한 행운을 누린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자극과 호르몬, 신경전달 물질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녀의 모습과 향기, 목소리와 같은 외부 자극이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호르몬을 분비할 때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대뇌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 과정은 자율신경계에 의한 반응으로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바로 운명 같은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이 반응이 일어날까? 현재는 유전자만 분석해서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유전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성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유전자 매칭에 의해 천생연분을 찾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외로운 싱글들은 그러한 세상을 반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과학이 사랑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운명적인 사랑에는 호르몬의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이다.